아이는 부모 대신 마음의 병을 앓는다
다카하시 카즈미 지음, 이수경 옮김 / 시루 / 2012년 12월
평점 :
품절


 

사람들은 세상에서 자기 자신이 가장 힘들다고 한다.

부모들은 부모가 가장 힘들다고 하고, 아이들은 자신들이 가장 힘들다고 한다.

다른 사람의 고통이 나보다 훨씬 힘들어 보여도, 내게 주어진 고통이 가장 크고 어렵게만 느껴진다.

요즘 아이들에게 나타나는 폭력, 등교거부, 은둔형 외톨이, 거식증... 등 이런 현상들은 바로 부모들과 자녀와의 관계에서 나타난 증상들이다.

아이들을 잘 키우려는 부모가 왜 아이들을 이렇게 만들게 되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부모 역시도 아이들이 그런 증상을 나타내기 전까지는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는걸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저자는 정신과 의사로 20년 동안 재직하다가 지금은 아동문제 전문 진료소에서 상담사로 일하고 있다.

정신과 의사로 있을때 상담을 하긴 했지만, 약물 치료를 함께 병행해 왔기에 상담이 그다지 큰 비중을 차지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환자들과 상담하면서 자신만의 경험이 쌓여가게 되고, 그들에게는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큰 치유가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것이 기초가 되어 지금은 진료소에서 상담을 하고 있지만, 약물 치료를 하지 않아도 꾸준히 상담한 결과 환자들 상태가 좋아진다는 사실을 알고서는 다른 사람의 얘기를 들어주는 것이 얼마나 큰 일인지 알게 되었다.

 

여기에는 다양한 사례들이 많이 나오는데, 부모의 잘못으로 상처받은 아이들의 모습이 그대로 보여진다.

아이들은 평소와 다른 행동을 하고 반항을 하면서 부모들에게 SOS 신호를 보내지만, 부모는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별것 아니겠지.' '저러다 말겠지'라는 가벼운 생각에 아이들을 평소같이 대하다가 시간이 지나도 해결되지 않으면 그제서야 부모들은 상담을 요청하게 된다.

 

키울때 사고 한번 치지 않고, 모범생처럼 무난하게 자라 직장생활을 하던 소타로씨는 32살의 나이에 직장을 그만두었다. 강압적인 아버지 밑에서 자란 그는 모든 것을 아버지의 결정에 따라야 했고, 직장도 아버지에 의해서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직장에서 일도 잘했던 그는 어느날 직장을 그만두고, 집안으로 들어가 은둔형 외톨이 된다. 어렸을 때부터 강압적으로 모든 행동을 통제받았던 그는 스스로의 삶에 회의를 느끼게 되고, 아버지가 말하는 대로의 삶이 아닌 자신만의 삶을 찾기 위해 직장을 그만둔다. 1년 넘게 집안에 틀어박혀 은둔형 외톨이가 된 아들을 위해 상담을 받게 된 아버지는 상담을 통해 아들이 그렇게 된 이유가 자신에게 있음을 알게 된다. 아들이 직장을 그만두고 집에 들어앉기 전까지만 해도 아버지는 자신의 잘못을 전혀 알지 못했다. 상담을 하면서 조금씩 드러난 아버지의 태도에 그동안 아들에게 어떻게 대했는지를 느끼며 아들의 입장을 이해해주자 그는 달라지게 된다.

 

딸과 둘이 사는 유키코씨는 아이가 어렸을 때 이혼을 했다. 혼자서 아이를 키워야 하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육아와 살림을 함께하는 엄마로써는 버거울 수 밖에 없었다. 엄마가 힘들다는 걸 아는 딸은 엄마를 이해하려 했고, 힘들어도 힘들다는 내색조차 하지 않았다. 딸은 참는 것만이 엄마를 도와주는 거라고 생각한 나머지 나중에는 거식증에 걸리고 만다. 거식증으로 치료하는 과정에서 엄마는 딸의 마음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고, 딸의 힘듦보다는 자신의 힘듦 밖에 생각할 수 없었던 자신의 잘못을 알게 된다.

사람들은 그렇다. 자신의 상황이 어려우면 자신의 상황을 이해해주려하는 다른 사람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어린 딸이 회사 앞에서 몇시간 동안이고 자신을 기다리면 딸이 힘들겠다는 생각을 한번도 해본적이 없으니 말이다. 딸의 거식증으로 인해 엄마와 딸의 관계는 좋아지지만 엄마는 그 안에서 큰 걸 얻게 된다. 바로 딸의 힘듦을 알아주는 것... 그것만으로도 딸은 충분히 위로를 받고, 상처를 치유해간다.

 

책에서는 아이들의 사례 뿐만이 아니라 성인들의 사례도 나와 있는데,  본인도 알 수 없는 그런 복잡한 감정을 갖게 된 이유가 바로 자신의 부모에게 있다는걸 상담을 통해서 하나씩 밝혀지게 된다. 그들은 자신도 모르게 억눌려져 있었고, 잠재된 기억 속에서 자신이 왜 그렇게 됐는지 원인을 찾아가게 된다. 말하고 싶지 않는 자신의 과거를 이야기하게 되면서 상처는 자연스럽게 치유가 된다.

사람들은 많은 상처를 갖고 살아간다. 

본인은 의식하지 못하지만 내 안에 잠재되어 있는 상처들이 외부로 표출이 되고, 아이들은 그것을 감지한다. 그래서 상처를 가지고 살아가는 부모가 싫어서 아이들은 부모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자신의 고통을 감수하고 이상한 행동으로 표출하게 된다.

아이들마다 표출하는 방식과 시기가 각자 다를 뿐이다.

아이들이 전하는 메시지에 귀를 기울일 수 있다면 아이의 문제 행동으로 고민하는 부모들은 그 문제를 하루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아이에게 관심과 사랑만이 나와 내 아이를 지켜주는 일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