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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천년의 밥상 - 먹을거리, 그 속에 살아 숨 쉬는 우리 역사
오한샘.최유진 지음, 양벙글 사진 / Mid(엠아이디) / 2012년 11월
평점 :
절판
예전에 우리 선조들은 어떤 음식을 드셨는지 궁금했다.
혹시라도 그 음식이 지금까지 전해 내려오고 있는지, 그 음식이 어떻게 생겨나게 됐는지...
음식을 단지 먹을거리로만 생각했지 그 역사와 유래에 대해서 알아본다는 생각은 못했다.
그런 찰나에 알게 된 천년의 밥상.
이 책에서는 음식에 숨어 있는 수많은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었다.
대단히 화려하거나 멋지지는 않았지만 의미를 알고 나니 음식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그냥 가볍게 먹던 음식들 인데 알기 전과 후를 보니 음식을 먹을 때 좀 더 특별한 느낌이 든다.

예전에 비해 먹을거리는 많이 풍족해졌지만 진정한 먹을거리가 얼마나 있을까?
지난번에 티비에서 전주 비빔밥이 나오는데 방송을 보면서 정성 가득 담아내는 그 음식을 보고서 어딘지 알면 나도 그 곳을 찾고 싶었다.
수십년째 비빔밥을 만들고 계신 그분은 신선하고 좋은 재료에 정성을 담아 음식을 만들고 계셨다.
현재 대학교 한식조리학과에 다니는 손주가 할머니의 뒤를 이를 준비를 하고 있는데, 할머니의 손맛을 물려줄 생각 때문인지 상당히 뿌듯해하셨다.
그 깊은 손맛이란 아무나 되는 것도 아니고,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정말 다행인건 식구 중에 할머니의 손맛을 이어받아 그 자리를 되물림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진정한 밥상이란 이렇게 장인 정신을 가지고 정성을 다해 준비하는 것이 아닐까?

일흔을 넘긴 나이에 자신이 한평생 살면서 배우고 익혔던 조리법을 한 권의 책에 담은『음식디미방』에는 330년 전 조선시대 음식들의 이야기가 들어 있다. 남성의 부엌 출입을 금기시하던 16세기에 자신만의 요리책을 썼던 김유는 사대부 양반들이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았던 부엌 일 중에서 아녀자들의 요리에 관심이 많았다. 홍길동전의 저자 허균은 우리나라 최초의 음식품평서인『도문대작』을 썼다. 그 시대에 남자들이 요리에 관심이 있었다니 좀 의외이기도 하다. 지금 생각하면 엄격한 사대부 집안에서 당장 쫓겨날 일 아닌가?

평민들이 먹었던 새참과는 다르게 양반가들에서 먹었다는 건진국수.
지금도 복날에 많이 먹고 있는 복달임 음식인 계삼탕.
척박한 강원도에서 나는 옥수수를 가지고 만든 올챙이국수.
강화도에서 자라야 진정한 맛이 난다는 강화 순무.
일본에 강제 징용으로 끌려 가서 먹었다는 콩깻죽.
그리고 우리 식탁에서 빠질 수 없는 김치 이야기까지 음식 속에 깃든 이야기 속에서 우리 역사를 새로운 눈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

일본인들이 재일 교포들에게 마늘 냄새가 난다고 하여 그 소리가 듣기 싫어 김치 담을 때 마늘을 빼고 담았던 가슴 아픈 이야기가 이젠 우리나라 김치의 우수성은 감히 흉내낼 수 없는 블루오션이 되었다.
폐백때 받는 대추와 밤이 자식 번성을 위해서 던져주는 것으로만 알았는데 대추에는 왕이 될 만한 후손이, 밤에는 삼정승을 의미하여 훌륭한 자녀를 두라는 부모의 마음을 표현해 주는 줄은 몰랐다.

음식을 보기좋고 예쁘게 하기 위해서 오방색을 쓰는 줄 알았는데, 그 색깔이 우리 몸의 오장육부와 관련되어 있고, 오미를 조화시키려고 하기 위한 것이라는 것에서 우리 조상들의 지혜를 다시금 엿볼 수 있었다.
열무김치에 담긴 추억을 기억하며 매번 그 열무김치를 찾는 손님과 초등학교 때 문방구에서 공짜로 얻어 먹을 수 있었던 튀김만두를 생각하며 유년시절을 생각했던 저자를 생각하면서 내게도 그렇게 가슴 깊은 음식이 어떤 것이 있을까 한번 생각해 보았다. 진정한 우리의 음식을 이렇게 책을 통해서 만나게 되어 반갑고 감사했다. 저자 역시도 방송 시간 때문에 다 이야기하지 못한 부분들을 책을 통해서 이야기하게 되어 기쁘다고 했다. 책과 함께하는 시간동안 진정한 우리의 음식의 깊은 맛을 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