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과 소녀 주니어김영사 청소년문학 2
이경화 지음 / 주니어김영사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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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과 소녀>라는 제목에서 어떤 내용이 들어있을지 궁금했다.

제목과는 다르게 교복을 입은 아이들의 모습은 파스텔톤으로 채색되어 있어 포근한 느낌을 주었다.

<죽음과 소녀>는 오스트리아의 화가 에곤 실레가 1915년에 그린 그림이다.

열일곱 살 소녀가 잔뜩 겁을 먹은 불안한 표정으로 죽음을 안고 있으며, 소녀는 죽음을 끌어않고 놓지 않으려는 듯 그려진 그림이다.

여기 나오는 주인공 재희는 이 그림을 자주 들여다 보며 마음의 위안을 찾곤 한다.

자신이 하찮게 느껴지고, 상처 입은 가슴이 헤집혀 쓰라릴 때마다 재희를 위로해 주는 그림이다.

스스로 없어져 사라지는 상상을 하면서 삶의 무게가 조금은 가벼워지는 듯한 느낌을 받기도 한다.

 



이 책을 보면서 요즘 청소년들의 현실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여기에 나오는 주인공 재희는 학교에서 공부를 못하는 아이이다.

공부를 못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 눈에 띄는 것도 싫어하고, 조용한 성격에 말수도 없다.

그렇기에 친구도 없고, 늘 혼자서만 있는 재희에게 외로움이 너무나 크다.

재희가 긴 머리를 유지하고 있는 이유는 자신의 머리카락을 이용해 세상과 차단을 하기 위해서이다.

커튼처럼 내리워진 머리를 내리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으니까...

 

 

재희는 엄마의 완벽한 가정에서 망가진 자식이다.

한살 차이가 나는 오빠는 전국 3%에 드는 우등생이고, 그런 오빠와 비교 대상이 되는 재희는 가족과 친구 학교에서도 자신의 존재감을 느끼지 못한다.

그런 재희에게는 늘 곁에서 재희를 사랑해 주는 아빠가 있다.

재희에게도 태양이 있다고 믿는 그리고, 재희의 창을 함께 열어 주겠다고 말하는 다정한 아빠가 있다.

재희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주며 재희에게 한줌의 햇살이 되어주고 싶은 아빠.

 

어느 날 재희는 갑자기 이사를 하게 되고, 전학을 가게 된다.

새로 전학 간 학교에서 피피라는 우등생 친구가 재희에게 말을 걸어오게 되고, 둘은 자연스럽게 친하게 지내게 된다.

친구의 우정이 너무나도 그리웠던 재희는 친구를 잃을까봐 피피가 원하는대로 해준다.

양호실 사건으로 자신을 좋아하고 믿었던 피피에게서 뒤통수를 맞게 되고, 재희는 다시금 혼자가 된다.

 

 

오빠에게 돌대가리라는 소리를 듣기도 하고, 믿었던 친구에게 '병신 같은 애'라를 소리를 듣기도 한다.

상대방에게 함부로 말하지 못하는 심성을 가진 재희는 마음에 쌓인 병으로 밤새 잠을 못이루기도 하고, 틱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재희는 엄마처럼 자살을 시도하게 되지만 자살은 실패로 끝나게 된다.

자신의 존재조차 인정하기 싫었던 재희는 자살 사건으로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확인하기도 한다.

자신을 그렇게 무시하던 오빠가 자신을 아껴주는 존재임을 알게 되고, 오빠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수업에 참여하는 대신 미술실을 찾는다.

미술실에 홀로 앉아서 스스로 자신의 마음을 조금씩 치유하게 된다.

 

 

비록 소설 속에서 비쳐진 모습이었지만, 어쩌면 보이지 않는 현실에서의 일면을 보여주고 있는듯 했다.

성적만으로 모든걸 평가하는 현실과 그 속에서 공부 못하는 애는 이렇게 왕따가 되어야만 하는 현실들이 너무나 안타까웠다.

재희는 공부만 못하지 예쁜 외모에 착한 심성과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까지 그 하나도 나무랄 것이 없는 아이였다.

공부 말고도 잘하는 것이 있는데, 꼭 이렇게 성적으로 아이들을 평가하면서 이 지경에까지 빠지게 하는 어른들이 참으로 원망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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