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사전 - 부모와 아이는 서로 다른 언어를 쓴다
조재연 지음 / 마음의숲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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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다른 책에서도 사춘기 아이들과 어른들이 쓰는 단어가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 

청소년들이 쓰는 단어들을 보여주면 대부분의 부모들은 그 단어들을 모르고 있었다. 그나마 중고등학교 선생님들은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다보니 청소년들이 쓰는 단어를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청소년들은 어른들이 모르는 그 단어들을 쓰면서 입에 착착 달라붙는다고 했고, 친구들과 자기들만 아는 언어로 대화하는 것을 나름 즐기기도 했었다.

어른들이 쓰는 단어들은 사전적 의미로 쓰이는 반면 아이들이 쓰는 단어는 부모와 똑같은 단어를 쓰고 있음에도 아이들 나름대로 해석하고 있어 청소년들과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 어쩜 당연한듯 싶기도 하다.

 

이 책은 주로 청소년과 학부모들의 편지 상담 사례들로 되어 있다.

아이들이 그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하는 부분들을 아기공룡 둘리에 나오는 고길동이라는 캐릭터를 이용해 사용하는 조재연 신부님이 상담가로 아이들의 고민을 들어주는 상담가 역할을 맡았다.

여덟 남매 중 막내로 태어난 조재연 신부님은 열세 살이 되던 해에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2년 반 후에는 아버지마저 세상을 떠나셨다.

부모 없이 중고등학교 시절을 보내면서 우울하고 열등감에 시달리던 사춘기 시기에 성당이라는 곳은 어두운 유년의 터널에 빛이 되어 주었다.

사제가 되어 청소년 사목을 하면서 10만 명 이상의 청소년들을 만나며 묵묵히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친구가 되어 주면서 그들의 아픈 마음을 어루만져 주었다. 혼란스러운 아이들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었다. 

 

이 책은 크게 네 장으로 되어 있다.

삶의 가장 기본이 되는 가족에서부터 시작하여 학교 생활에서의 갈등되는 부분들, 외롭다보니 자기도 모르게 유혹에 빠지게 되는 시간들, 그리고 아이들이 가장 많이 알아주었으면 하는 마음에 대한 이야기까지 담겨 있다. 

 

1장 가족 <우리는 서로 참 닮았네요> 

2장 학교 <우리는 바람에 흔들리기도 하고 눕기도 하며 자라는 꽃입니다>

3장 유혹 <외로워서, 외로워서>

4장 마음 <아프지 않고 자라는 마음은 없습니다>

 

부모들은 주로 자녀들의 성적이나 탈선 문제로 고민한다면, 청소년들이 고민하는 것 중에는 '부모님의 독단적 결정'이 꽤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청소년기의 아이들은 자기중심적인 특징이 있다. 인생 경험이 적은 청소년들은 시야가 좁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중요한 일을 결정할 때에 현재의 것만 따지는 경향이 있다. 아이들이 답답해하고 힘들어하는 것은 부모님이 틀렸기 때문이 아니라 강요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우리 어른들도 청소년기가 있었는데 그 시절은 생각하지 못한채 아이들에게 강요만 하고 있는건 아닌지...

아이들의 힘든 부분은 전혀 모른채 단지 좋은 대학에 보내기 위해 좋은 과외, 더 잘 가르치는 학원, 더 훌륭한 선생님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한건 아닌지...

 

우리 세대보다는 더 난폭해지고 아이들이 변한 건 사실이지만 이러한 일면에는 어른들의 잘못도 한몫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하기 보다는 부모의 생각이 옳다면서 강요하려 했고, 성적으로만 아이들을 판단하고 줄세우려고 했으니 말이다.

어른들의 눈높이에서 바라보려 하지 말고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아이들을 바라본다면 지금보다는 훨씬 더 멋진 아이들이 많았을텐데 말이다.

조금만 아이에게 관심을 가져주고, 아이의 마음을 알아준다면 아이들이 지금처럼 힘들지는 않을텐데… 라는 생각을 해본다.

 

씨앗 하나가 떨어져 새싹을 틔우기 위해서는 땅 안에서 꼬물꼬물 자라며 많은 과정을 겪어야 합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 씨앗이 싹을 틔워 모습을 드러내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자라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그 씨앗은 땅 속에서 열심히 빗물이나 거름 같은 재료에서 자라는 데 필요한 양분을 흡수하고 땅 속에 있는 돌이나 뿌리, 흙들을 위로 밀쳐가며 자라는 중일 텐데 말입니다. 겉으로는 죽어 있는 듯 보이는 작은 식물이 이처럼 스스로 자라나는 것처럼, 청소년의 마음도 자라나고 있습니다. 순간순간이 바로 보이지 않는 성장의 과정입니다. 조금만 더 눈을 크게 뜨고 기다려 보세요. 지금도 아이들 마음의 새싹이 돋아나고 있을 테니까요. <p. 213 일부 발췌>

 

이 책을 읽으면서 꼭 우리 어른들이 잘하고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우리 어른들이 아이들을 아프게 하는 장본인이었다.

아이들의 아픈 마음을 편지를 통해 보여졌을 때, 아이들도 스스로 잘못하고 있는 것도 알고 있었고, 자신이 하고 있는 것들이 올바르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잘되지 않아 속상해하고 누군가가 바로 잡아주길 바라고 있었다.

세상의 많은 부모님들이 아이들의 교육에 열과 성을 쏟는다. 하지만 가장 좋은 교육은 부모님이 잘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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