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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이 편한 곳으로 ㅣ 인생그림책 46
메 지음 / 길벗어린이 / 2025년 9월
평점 :

도서를 무상으로 지원받아 개인적인 주관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내 마음이 편한 곳으로> 그림책을 처음 마주했을 때,
그 짧은 책 소개만으로도 마음속 깊은 곳에서 아련한 울림이 전해져왔다.
"나누고 함께한 추억이 있기에 이별의 자리는 예상보다 기쁠지도 몰라요"
삶의 마지막 여정을 이토록 아름답고 다정하게 그려낼 수 있다는 사실에 감탄했다.
책장을 넘기기도 전에 별이 되어버린 그 사람과의 소중했던 추억이 떠올라 가슴이 먹먹해졌다.
죽음. 이별이라는 차가운 단어에 이토록 따뜻한 노란빛 햇살이 드리워질 수 있다니..
<내 마음이 편한 곳으로> 그림책을 통해 삶과 이별에 대한 질문에 답을 찾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으로 책을 펼쳤다.
'마지막 여정에서 가지고 있는 것을 아낌없이 주는 로미의 마음은 어땠을까?'
'나는 삶을 어떻게 살아가고 정리해야 하는 걸까?'
로미의 여정을 함께하면서 근원적인 질문들이 올라왔다.
<내 마음이 편한 곳으로> 그림책은 삶의 끝자락에 선 로미의 여정을 이야기한다.
죽음이라는 유한성 앞에서 인간이 어떻게 자신의 존재를 이해하고 마무리할 수 있는지에 대한 깊이 있는 시선으로 바라보게 해준다.
인간은 죽음이라는 명확한 종착역이 있기에 완벽할 수 없는 본질적으로 불완전한 존재다.
이런 불완전함을 회피하는 사람들과 달리, 기꺼이 마주하고 능동적으로 받아들이면서 진정한 평온을 얻는 로미의 여정은 '삶'을 바라보게 한다.
유한한 삶 속에서 스스로의 의미를 찾고, 관계를 맺으며 존재를 각인하는 인간 본연의 숭고한 여정을 대변하고 있다고 느껴진다.
가진 것을 아낌없이 나누는 로미의 행동은 단순히 물질을 나누는 의미가 아니다.
자신의 존재를 규정했던 수많은 외부적 속성, 즉 소유물과 기억들을 스스로 해체하고 재배열하는 과정이다.
배고픈 이들에게 음식을, 오랫동안 아끼던 물건들을 더 필요한 곳에 선물하는 로미다.
이 여정에서 소유에 집착함으로써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려 했던 고정관념을 알아차리고 질문을 던진다.
로미의 모습을 통해 자신의 존재가 개별적이고 고정된 실체가 아닌, 타자와의 끊임없는 연결과 나눔 속에서 확장되고 변화하는 유동적인 흐름임을 깨닫는다.

자신의 집을 작고 노란 가방으로 바꾸어 그 안에 담긴 삶의 조각들을 나누는 은유적인 표현은 물질적인 삶의 자리와 그 안에 담긴 추억까지도 기꺼이 세상에 돌려주는 행위의 본질을 예술적으로 담아낸다.
이런 로미의 모습을 보면서 삶의 모든 경험과 지혜를 책이라는 형태로 세상에 아낌없이 내어주었던 이어령 선생님이나 사노 요코 작가님이 떠올랐다.
로미의 나눔은 자신의 정신적인 유산이자 존재 자체를 공유하는 숭고한 차원의 나눔이라 느껴졌다.
자신의 일부였던 머리카락을 오랜 동반자 토마의 꼬리로 만들어주는 장면이 특히 인상 깊었다.
이 부분을 통해 나라는 개인이 비록 유한하지만, 내가 전한 사랑과 영향력, 그리고 지혜가 다른 존재들에게 스며들어 새로운 형태로 이어질 수 있다는 따뜻한 위로와 깊은 안도감을 주었다.
죽음으로 존재가 단순히 사라지는 것이 아닌, 내가 맺었던 관계 속에서 끊임없이 변형되고 합일되어 더 큰 생명의 흐름 속으로 편입된다는 생각도 들었다.
로미의 모습을 통해 나누어주는 행위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나눔은 없어지는 것이 아닌 자신의 에너지를 세상과 차인에게 아낌없이 녹여내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강물이 바다에 스며들듯, 나의 존재가 확장되는 것이 아닐까?
나를 온전히 채우고 나서 비워내는 과정은 더 큰 존재의 흐름 속으로 함께하게 되는 의미 있는 변화로 이해가 되었다.
내가 남긴 다정함, 내가 남긴 지혜, 나의 영감이 내가 사라진 후에도 계속해서 누군가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그들이 스스로를 일으켜 세우는데 작은 불꽃이 된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존재의 연속성이 아닐까?
다양한 생각들을 마주하며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 더욱 선명해지는 기분이었다.
<내 마음이 편한 곳으로> 그림책은 삶의 유한함 속에서 진정한 의미와 평화를 찾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삶'을 바라보게 하는 지혜로운 영감을 선사하는 하나의 철학적 에세이로 전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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