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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늑대 ㅣ 다정다감 그림책 14
기아 리사리 지음, 알리체 코피니 그림, 이현아 옮김 / 다정다감 / 2024년 2월
평점 :
책을 읽고 싶었던 이유
책표지의 늑대를 보고 있자니 마음이 포근해져요.
친구들에게 선물하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가 생각나기도 하고요.
으르렁 거리는 어른들과 살아가느라 지친 아이들에게도,
매일 같이 으르렁 거리는 엄마에게도
다정한 늑대의 모습은 긴장감과 두려움이 아닌
따뜻함과 편안함을 주지 않을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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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늑대 주변에 하얀 가루들이 날리고 있는 장면은
눈이 내리는 것 같기도 하지만
늑대 주변에 유난히 많은 하얀색을 보고 아이들은 늑대의 하얀 털이라는 것을 금세 알아차려요.
면지에 하얀색을 보곤 늑대가 지나갔다고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해요.
"정말 늑대가 지나간 걸까? 눈이 온 것은 아닐까?"
다른 것은 아닐까 의문을 가지는 엄마에게 자신의 말이 맞는다고 장담하는 아이에요.
기아 리사리 글 작가님은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태어나 철학은 전공하고 예술사 학위를 석사로 취득하셨대요.
프랑스에서 유학하며 여러 문학으로 영역을 넓히며 공부하셨어요.
기자, 사서, 교사로 일하고 현재는 소설가, 에세이스트, 번역가로 활동 중이세요.
<노래하는 꼬리>, <땅의 심장> 등 다양한 작품들을 내신 작가님이세요.
그림 작가인 알리체 코피니 작가님은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일러스트레이션 작가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으세요.
하얀 늑대의 친구들은 힘이 세고 용감해요.
모두 저마다 특징이 있죠.
저는 이 부분이 정말 좋았어요.
하얀 늑대가 친구들을 애정과 사랑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었거든요.
친구들의 특징을 설명해 주는 하얀 늑대의 세심하고 다정한 모습을 엿볼 수 있었어요.
아이의 친구들은 어떤지 궁금하다고 하니 아이의 친구들을 한 명, 한 명 소개해 주더라고요.
자신에게 물건을 양보하는 상냥한 친구, 친구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어 인기가 많은 친구 등 자신이 기억하고 있는 친구들의 좋은 점들을 함께 이야기해 주는 아이의 모습에 흐뭇했죠.
'늑대 답지 못해'
개인적으로 이 대목에서 많은 생각이 들었어요.
"학생은 공부를 해야지"
"집안일은 엄마가 하는 거야"
"여자는 조신해야 한다"
사람들은 저마다 고정관념을 가지고 그런 모습을 상대에게 요구하고 있더군요.
"아이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야지"
"밥은 꼭 먹어야 해"
"불량식품은 안 좋은 거야"
좋은 이야기이고 맞는 이야기기도 하지만,
꼭 그렇게 해야 하는 걸까요?
특별한 날엔 조금 늦게 자고 늦게 일어 날 수 있지 않을까요?
밥 대신 과자를 먹는 날도 있으면 삶이 얼마나 즐겁겠어요.
가끔 먹는 불량식품은 꿀 맛이겠죠?
남이 원하는 대로 맞춰서 살아가다 보면 삶이 무채색으로 변하는 것 같아요.
자신의 스타일대로 다른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는 방법으로 살아가면 어떨까요?
다정한 늑대에서 작가님이 의도하신 부분은 아니었다고 생각하지만,
저 한 마디에 여러 생각을 해보았네요.
늑대가 사나운 늑대가 되어 보겠다고 결심하고, 다양한 모습을 시도해 봐요.
저는 이 부분을 '친구들이 하니까 나도 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는 나이가 되어가는 첫째와 함께 보고 싶더군요.
어느 날부터 아이가 "아이씨!"라는 말을 자주 했어요.
아이에게 듣기 좋은 말이 아니라고 이야기하니 친구들도 모두 사용하는 말이라며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하는 거예요.
책을 읽고 아이에게 다른 친구들이 하는 것을 들었을 때 처음에 어땠냐고 물어보면서 계속 사용하고 싶은지 물어보면 좋겠다 싶네요.
책을 다 읽고 난 후 뒷 면지를 보며 앞면지에서 자신의 생각이 맞았다며 열정적으로 설명하는 아이 덕분에 책 읽는 시간이 더욱 즐거웠어요.
"가루 늑대가 있잖아요. 밀가루 늑대가 이런 걸(하얀 가루) 풍기고 다니잖아요. 그래서 이렇게(하얀 가루가 남아있는 곳을 보니) 늑대가 지나가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