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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라는 그리운 말 - 사라진 시절과 공간에 관한 작은 기록
미진 지음 / 책과이음 / 2023년 3월
평점 :
집이라는 단어가 그리운 말이라는 책 제목에 공감이 갑니다.
어린 시절 시집와 집을 떠나 살아온지 오래되었습니다.
시집와서 몇년동안은 돌아갈 수 없었던 곳이었기에 더욱 그리웠었기도 합니다.
지금은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동생이 살고 있는 곳이라 가끔 행사때만 방문하는데도 추억이 하나하나 묻어 있는 곳이기에 쓸쓸하면서도 아련한 느낌입니다.
나는 아이들에게 어떤 부모였나를 생각했습니다.
내 몸, 내 자리라는 생각이 온전히 들지 않았던 시댁살이를 하는동안
나 하나도 챙기기 벅찼던 시절이라 아이들을 방치하다 시피 했던 것 같습니다.
오히려 일꾼처럼 부리기 일쑤였었죠.
하지만, 그런 부모 밑에서도 성실하게 잘 자라준 아이들이었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아이를 재빨리 붙잡아주어야 하는 어른으로써의 역할을 하지 못 한채
절벽으로 떨어질 것 같은 나를 아이들이 붙잡아주고 있었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린 시절 증조할머니와 함께 살면서 할머니의 사랑을 듬뿍 받았던 나는 모자람이 없이 자랐습니다.
싫은 것은 싫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아이였습니다.
그러나 시집와서는 하고 싶은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먹는 것도 눈치 보면서 먹어야 했었죠.
작가가 이야기하는 엄마의 모습에서 우리 어머니의 모습을 많이 발견했습니다.
뭐든 넉넉히 해서 주변사람들에게 나눠주던 어머니의 모습이 선합니다.
작가와 다르게 나는 그런 어머니의 넉넉한 인심이 마냥 좋았습니다.
심부름 하면서 칭찬 받는 것도 좋았으니까요.
작가처럼 나 역시 무엇을 하든지 크게 해서 여기저기 나눠먹습니다.
그 시절 소박힌 이야기가 그대로 담아져 있는 책을 읽으면서
그 때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낡은 담벼락, 고무줄놀아하는 아이들, 반주하고 들어오시는 아버지
이제는 볼 수 없고 사라져 버렸지만.
제 가슴속에 남아 있기에 그리움만 더 쌓여가는 것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