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의 힘 2 - 최고의 나를 만드는 62장의 그림 습관 그림의 힘 시리즈 2
김선현 지음 / 세계사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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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에 소질이 없던 저에게 그림이란 그저 순간을 기록하는 방식 중 하나일 뿐이었습니다. 다양한 역사 책을 읽으며 과거 인물들의 초상화만 보던 저는 아주 유명한 화가의 작품이 아니고서야 제목도 잘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그림과는 거리 두기를 해왔어요. 그런데 매일 보는 것만으로 저를 최고로 만들어 줄 수 있다네요. 이거 진짜일까요?

그림의 힘

최고의 나를 만드는 62장의 그림 습관

지은이 김선현

출판 세계사

출간일 2022.10.11

이 책은

동양인 최초 베를린 훔볼트 대학 부속병원 예술치료 인턴과정 수료생, 외국인 최초 일본 임상미술사 자격증 취득자, 세계 미술치료 학회 초대회장 등 화려한 수식어를 보유한 미술치료계의 최고 권위자 김선현 교수가 펼쳐낸 책입니다. 지난 20여 년간 트라우마 전문가로 국내외 재난현장에서 상담을 진행하며 직접 그 효용을 확인한 62점의 그림을 엄선해 담았습니다.


 

<보기만 해도 머리가 좋아지는 그림><간절하면 이루어진다><나태함을 극복하는 마인드 컨트롤>등 즉각적인 행동 개선의 효과가 있는 그림부터 <우울함을 이기는 마음의 위안><가장 외로운 순간을 위한 그림><극한의 스트레스를 맞이하는 자세>처럼 상처받은 마음을 보듬어줄 치유의 그림들이 담겨있어, 진단부터 처방까지 다른 이들의 도움 없이도 스스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적어도 이 책을 볼 때는 신드롬이니, 사조니 하는 지식은 몰라도 괜찮다. 색만으로, 그리고 형태만으로도 그림은 가치가 있다. 만약 이 책의 작품들을 보고 제대로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를 느낀다면, 괜히 기분이 좋아지거나 의욕이 생긴다면, 그것이 맞다. 그림의 힘은 바로 거기에 있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사실 고민을 좀 했습니다. 앞서 언급했듯 인상파니, 입체파니 다양한 유파도 구분할 줄 모르고, 점묘법이니, 유화니 미술 기법들도 잘 모르거든요. 미술 분야에 조예가 깊지 않은 내가 그림을 본다고 느끼는 게 있을까? 일정 수준의 안목은 갖춰야 효과가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하지만 첫 번째 그림 <귀스타브 쿠르베- 팔라바의 바닷가>를 보는 순간 이 책의 힘을 실감했습니다.

가슴에 얹혀있던 무언가가 씻은 듯이 사라지는 느낌이 이런 거구나! '후련한 모습으로 안녕을 고하는 중입니다' 저자의 말처럼 스스로를 괴롭히던 것들을 훌훌 털어버리는 듯한 남자의 모습이 저의 고민들도 사실은 별거 아닌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하더라고요. 이토록 맘에 쏙 드는 그림을 이제야 만나다니, 그림을 가까이하지 않았던 시간이 너무 아까웠습니다.

구스타프 클림트-슬로스 캄머 공원의 산책로

<쉬는 시간의 기술>을 통해 소개된 구스타프 클림트의 그림도 아주 마음에 들었습니다. 녹색이 가득한 공원 산책로는 보자마자 참 평화로워 보인다고 생각했어요. 보고 있기만 해도 저의 마음이 잔잔해지는 기분이었습니다. 또한 노란색 집으로 소실점이 집중되는 구도 때문에 집중력도 향상시켜준다고 하네요.

초록색을 통해 눈의 피로를 줄이고,시력회복에도 효과가 있는 이 그림을 매일 저녁 한 번씩 감상하려고 합니다.

우리가 반복하는 것이 곧 우리 자신이다.

그렇다면 탁월함은 행동이 아니라 습관이다.

아리스토 텔레스

9to6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회사에서 보내느라 스스로의 마음을 돌아보고 상처를 회복할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늘 피곤하다, 짜증 난다는 말을 달고 사는 저에게 잠깐 스치듯 보는 것만으로도 자가 치유가 가능한 62점의 그림들을 가까이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은 매우 간편한 자기계발 방법이 아닐까 싶습니다.

앞으로는 이 책을 책상 위에 올려두고 화가 치밀 때마다 열어보며 스스로를 달래주려고요. 아직은 피로를 해소하고, 스트레스를 푸는 치유의 그림들만 보았지만, 반복적으로 부정적인 감정을 날려버리다 보면 용기를 주는 그림, 승리를 이끄는 그림을 감상하는 날도 곧 오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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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신이 되는 세상 - 시작하는 작가를 위한 세계관 설정 노트 내가 신이 되는 세상 1
도리이 아야네 지음, 최서희 옮김, 에노모토 아키 감수 / 영진.com(영진닷컴)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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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관 설정은 모든 창작의 기본입니다. 이야기가 진행될 무대이자, 이야기 그 자체가 될 수 있는 잘 짜인 세계관. 영화, 웹툰, 웹소설, 게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어요.
어설프게 쌓아올린 부실한 세계관은 금방 탄로나게 되어있죠. 매 사건마다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아도 납득이 가능한 모순 없는 세계관을 설정하는 법. 그 비법을 담은 책이 출간되어 후기를 남겨봅니다.

일본 작가 도리이 아야네가 집필하고 에노모토 아키가 감수를 맡았습니다. 사실 에노모노 아키가 감수에 참여했다고 해서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세계관 창작에 관심 있던 분들이라면 한 번쯤 이름을 들어보셨을 일본의 저명한 문예평론가입니다.
이 책은 총 세 가지 파트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part1에서는 세계관을 창작할 때 필요한 요소들에 대해 설명합니다.
국가의 탄생, 문화, 종교, 경제, 인구 등 캐릭터가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모든 것들이 정리되어 있어요. 보통 세계관이라고 하면 초능력의 유무, 인물의 직급 정도를 떠올리는 경우가 많은데 책을 읽다 보니 창작자가 놓치기 쉬운 부분까지 하나하나 짚어주어 제가 굉장히 안일했다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세계관 창작이 처음인 초보 작가님들도, 자신의 세계관이 뭔가 부족하게 느껴지는 기성 작가님들도 이용하기 좋아 보였습니다.
책에 담겨있는 12가지 구성요소를 참고해서 차근차근 창작을 시작한다면 시대 배경과 맞지 않는 운송수단을 타고 이동한다던가, 주인공이 자신의 계급을 망각하고 하극상을 벌이는 황당한 설정 오류는 발생하지 않겠죠. 요즘은 독자들의 내공도 상당하기에 바로 댓글 달립니다. 진짜예요.
part2에서는 가장 많이 사용되는 5개의 판타지 세계관 패턴을 제공합니다.
이세계 판타지, 근미래 판타지, 현대 판타지, 원미래 판타지, 학원 도시 판타지
세계관이 필요한 장르는 다 정리되어 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앞서 part1에서 언급한 지형, 기후, 종교, 계급 등을 적용해 보면서 세계관 설정 연습을 할 수 있었어요.
저도 part2를 읽으며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중세 왕정국가에 드래곤 사냥을 떠나는 용병단의 모험이나,
생화학 연구소에서 유출된 바이러스로 인해 땅속에 묻힌 시체들이 깨어나는 좀비 아포칼립스 같은 이야기를 적어보며 다양한 세계관을 구성해 보았습니다.
마지막 part3.
말로 알려주는 것보다 가장 확실한 건, 역시 보여 주기겠죠. 저자가 준비한 세계관 샘플을 보며 '세계관은 이렇게 구상하는 거구나'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어렵다면 샘플을 조금씩 수정해가며 따라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고 했습니다. 😏

표지부터 덕후의 마음을 설레게 했던 예쁜 작법서<내가 신이 되는 세상>
자신만의 이야기를 꿈꾸시는 분들이 활용하기 좋은 책이었습니다. 저도 틈틈이 저만의 세계관 구축에 공을 들여야겠어요. 프로를 꿈꾸시는 예비 작가님 도전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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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 종이우산을 쓰고 가다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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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수성이 폭발하던 중학생 시절, 친구들을 따라 일본 문화에 심취한 적이 있습니다. 독서를 즐기는 친구들의 모습이 멋있어 보여 작가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무작정 뺏어 읽어 보았어요. 순식간에 저의 마음을 훔쳐 갔던 부드러운 문체와 군더더기 없는 묘사. 바로 <냉정과 열정 사이>의 작가 에쿠니 가오리입니다. 그녀의 신작이 출간되었다고 해서 냉큼 읽어보았습니다. 그 시절에도,이번에도 소담출판사를 통해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혼자서 종이우산을 쓰고 가다📚

이 책은
일본의 3대 여류작가이자 <냉정과 열정 사이>, <반짝반짝 빛나는>,<호텔 선인장>,<낙하하는 저녁>,<울 준비는 되어있다>등 감성을 자극하는 소박하고 세밀한 문체로 한국에서도 오래도록 사랑받는 일본 문학의 대표 주자인 에쿠니 가오리의 신작입니다.

줄거리
새해를 하루 앞둔 섣달그믐. 호텔에 모인 세 노인 시노다 간지, 시게모리 츠토무, 미야시타 치사코
1950년 말, 작은 출판사의 동료로 만나 오래도록 우정을 나눈 세 노인은 동반 자살이라는 충격적인 방법으로 삶을 마감하고, 그들의 죽음으로 인해 남겨진 이들은 혼란에 빠지게 됩니다.

"이미 충분히 살았습니다"

감당하기 힘든 고통이라던가, 과도한 삶의 무게라던가, 치유 방법이 남아있지 않은 불치병이라던가
'동반자살'이란 단어를 들으면 으레 생각하는 이유들입니다. 하지만 책 속의 세 노인은 담담하고 용기 있게 자신들의 삶의 마지막을 선택했습니다. 갖고 싶은 것도, 가고 싶은 곳도. 보고 싶은 사람도, 이곳엔 이제 하나도 없다고 말하는 그들. 가끔은 슬프고, 가끔은 외롭고, 또 가끔은 행복했을 그들이 충분히 삶을 즐기고 떠나는 모습은 조금 당황스럽기는 하지만 자극적으로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초여름, 세상이 아무리 뒤숭숭하다 한들 바깥에서는 작은 새들이 지저귀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든든한 마음이 들었다"

보통 누군가의 죽음을 통해 전개되는 이야기들은 '죽음'자체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가 진행되지만, 이 책은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어린 시절 자신을 버리고 떠난 어머니의 어머니, 잠시 동안 같이 일한 회사의 사장님, 조금은 소원했던 가족 등 다양한 관계의 인물들이 세 노인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애도하고,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모습을 에쿠니 가오리의 장점인 과장되지 않은 소박한 묘사로 써냈습니다. 가족의 죽음에 몸부림치며 괴로워하거나, 고인과의 추억을 되새김질하며 삶과 죽음은 이런 거란다! 훈수 두지 않아 편안하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그저 누군가를 떠내보내고 담담히 살아가는 모습을 그려내 삶과 죽음에 대한 정의는 독자의 몫으로 남겨두었어요.

저는 원체 작가의 말이나, 옮긴이의 말을 읽지 않는 편이라 등장인물이 많아 읽는데 조금 고생을 했는데 신유희 님의 말처럼 세 노인을 주축으로 한 인물관계도를 그려보는 걸 추천합니다. 반복해서 읽지 않아도 그저 한번 적어보는 게 훨씬 도움이 될 테니까요.

이 책을 읽으니 수업 시간에 교과서 사이에 끼워 넣고 읽던 추억의 책들이 떠올랐습니다. 오랜만에 그 시절 저에게 에쿠니 가오리를 각인시킨 책들을 읽어봐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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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 뮤지컬 - 전율의 기억, 명작 뮤지컬 속 명언
이서희 지음 / 리텍콘텐츠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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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배우 김소현 님의 팬입니다. 한동안 그녀의 사랑스러운 노래와 연기에 빠져 조기 퇴근을 불사하며 공연장으로 달리고는 했었어요. 그렇게 뮤지컬을 매력을 알게 된 후 좀 더 다양한 작품을 접하고 싶었는데, 안타깝게도 한동안 공연장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재택근무 종료로 인해 자유롭게 공연장을 찾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훌쩍 오른 티켓 가격 때문에 신중하게 관람할 작품을 고르던 중 뮤지컬 초보들을 위한 가이드가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읽어보았습니다.

방구석 뮤지컬

저자 이서희

출판 리텍콘텐츠(RITEC CONTENTS)

출간일 2022.10.17

이 책은<어쩌면 동화는 어른을 위한 것><200가지 고민에 대한 마법의 명언>등을 펼쳐낸 이서희 작가가 뮤지컬에 빠져 '회전문'을 돌던 경험을 바탕으로 정리해 낸 책입니다.

 

 

이 책은 다섯 개의 주제를 가지고, 총 30편의 뮤지컬을 소개합니다.

Part 1. 운명의 앞에서, 개척하는 인생

Part 2. 때로는 유쾌하게, 인생은 우리만의 것

Part 3. 격동의 시대. 영원한 사랑

Part 4. 어둠 속, 빛나는 인간의 마음

Part 5. 흘러가는 시간, 나아갈 역사

 

레미제라블, 오페라의 유령, 레베카, 헤어 스트레이, 캣츠 시카고 등 뮤지컬을 접해보지 않은 분들이라도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한 번쯤 들어보았을 작품들을 다루고 있어요.

 

 

각 파트별 주제에 맞게 선정된 작품의 줄거리를 설명하고, 핵심 넘버는 가사까지 함께 담아두었습니다.

 

핵심 넘버뿐만이 아니라 전체 넘버 제목도 정리되어 있어, 프로그램북이 없어도 관람 후 마음에 드는 넘버를 쉽게 찾아볼 수 있어요. 첨부된 큐알 코드를 통해 영상도 맛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헤어스프레이>를 영화로 먼저 접했던 저는 이 책을 읽고 뮤지컬로도 만나보고 싶어졌습니다. 영화 속 신나는 군무 장면을 실제로 보게 된다면 얼마나 즐거울까 기대되네요. '때로는 유쾌하게, 인생은 우리만의 것'이라는 주제와 참 잘 어울리는 내용이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뮤지컬이 궁금하신 분, 뮤지컬을 막연히 어렵게 느끼던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합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읽고 자유롭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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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온 뒤 맑음 - 사진과 이야기로 보는 타이완 동성 결혼 법제화의 여정
무지개평등권빅플랫폼 지음, 강영희 옮김, 성소수자 가족구성권 네트워크 감수 / 사계절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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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5월 타이완이 아시아 국가 최초로 동성 결혼을 법제화했다는 놀라운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바다 건너에서 벌어진 일에 대한 관심은 금세 사그라들었고 한동안 기억에서도 지워버린 채 저의 삶을 살았습니다. 저는 다른 이들의 권리에 큰 관심이 없는, 조금은 뒤처진 인권의식을 가진 사람이거든요. 그렇게 3년여가 흐른 지금, 그날의 타이완의 모습을 담은 책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이 책을 읽은 뒤의 제 모습이 궁금해져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2016년부터 결혼 평등권 빅 플랫폼이 탄생한 순간부터, 타이완 국민들이 동성 결혼 특별법을 쟁취한 2019년 5월 24일까지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그곳에 함께했던 이들의 인터뷰를 담은 책입니다.
1986년 한 동성애자의 커밍아웃을 시작으로, 타이완 사회에서 여러 번 화두로 떠올랐던 결혼 평등권에 대한 이야기는 30여 년간 좌초를 반복했습니다.
2016년 동성의 연인 쩡칭차오와 35년간 사실혼을 유지했음에도, 이성 간의 결혼만 인정하는 타이완의 법 때문에 암에 걸린 연인의 치료와 관련해 아무런 결정도 내리지 못하고, 마침내 연인의 사망 후 함께 살던 집에서도 쫓겨난 프랑스 출신으로 타이완 대학 비안성 교수의 자살 사건으로 인해 결혼 평등에 관한 논의가 급물살을 타게 됩니다.

2017년 5월 24일 타이완 사법원은 현행 민법이 동성 결혼의 자유를 보장하지 않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고 밝히고. 2년 이내에 관련 법을 개정하거나 제정해야 한다고 알립니다. 잠시 순탄해 보이던 동성 결혼 법제화의 길은 2018년 2월 동성애 반대 단체 ‘다음 세대 행복 연맹’에서 제안한 국민투표에 대패하며 다시금 짙은 안갯속을 걷는 듯했지만, 마침내 2019년 5월 17일 입법원에서 결혼 평등에 관한 법안이 통과되며 평등을 위한 타이완인들의 긴 여정은 끝이 납니다.

책 속의 누군가의 이야기처럼 '결혼 평등권 빅 플랫폼'은 동성 결혼에 부정적이던 대중의 마음을 움직이는 법을 정확히 알았던 것 같습니다. 결혼을 갈망하는 평범한 동성 연인과 그 친구들이 서로를 지지하는 모습을 전면에 내세움으로써, 동성 결혼에 미온적이었던 많은 사람들을 마음을 데우는데 성공합니다. 자신의 손녀가 여자친구와 결혼하는 것을 지지한다는 광고 속의 93세 춘타오 할머니의 미소를 본 이들이 어떻게 마음의 빗장을 풀지 않을 수 있을까요. 자극적이고 과격한 시위 대신 그저 그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보여줌으로써 그들도 우리와 다르지 않은 평범한 인간이라는 당연한 사실을 쉽게 받아들이게 만들었습니다.

‘동성 결혼’과 ‘법제화’라는 다소 어려울 수 있는 주제를 담았지만, 사랑과 평등을 외치는 타이완 사람들의 생생한 모습을 담은 사진과 함께 읽으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들게 되었습니다. 책 속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깃발을 흔들며 행진을 하고, 평등권 스티커를 나누어 가지며 자유와 평등을 위한 목소리를 냅니다. 자연스럽게 그들의 발자국을 따라 걷다 보니 어느새 그들의 사랑과 용기에 동화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것은 이념의 싸움이 아니라
하루하루의 생활이자
날마다 느끼는 고통이었다"

그들은 특별한 대우를 바라거나, 이익을 위해 투쟁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가정을 이룰 수 있는 평등한 권리 하나만을 요구했습니다. 그럼에도 거짓 소문을 퍼트리고, 자본과 권력을 이용해 혐오와 차별을 조장하는 이들의 모습을 보니 지금의 대한민국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아 보였습니다.
하지만 2부에 수록된, 법제화를 위해 발 벗고 나섰던 여당 소속 의원 유메이뉘와 야당 소속 의원 쉬이런처럼 당론에 관계없이 자신의 신념을 위해 행동할 수 있는 정치인이 과연 대한민국에 몇이나 존재할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있긴 있을까요? 과연 지금의 대한민국의 모습은 진정한 선진국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이 책을 읽었다고 해서 제가 하루아침에 동성애자 인권을 위해 길거리로 나가지는 않을 테지만, 매일 조금씩 차곡차곡 쌓아가다 보면 타이완의 그들처럼 누군가에게 든든한 친구가 되어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세상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그 물결은 돌릴 수 없다는 걸 인정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알지만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저 같은 사람에게는 꼭 필요한 책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자신과 같은 성별을 가진 이를 사랑하는 그들의 모습이 아직도 거북하고, 유별나게 느껴지고, 이해되지 않는다면 이 책을 읽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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