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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속에 담긴 사계절 - 1년 12달 제철 재료로 만드는 홈메이드 저장식 99가지
방영아 지음 / 레시피팩토리 / 2015년 2월
평점 :
즐겨보는 잡지인 <수퍼레시피>의
레시피팩토리에서 또 한 권의 책을 펴냈다. 책만 냈다하면 족족 요리책 부문 1위라던데 이번 주제는 저장식 요리다. 이름하여 <병 속에 담긴
사계절>. 와, 어쩜 요리책 제목이 이리도 낭만적일까. 살랑살랑 불어와 내 뺨을 간질이는 봄 바람처럼 소녀감성을 일으킨다. 책 제목에
이끌린건지 출간기념 선물에 이끌린건지 내 손은 이미 구매를 하고 말았다. 책표지도 한몫했다. 이 책의 내용을 제철 요리를 담은 12개의 저장병이
잘 설명해주는데 책 정말 꼼꼼히 만들었구나란 느낌을 준다.
이 책을 구입한 이유는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수퍼레시피에 대한 무한 신뢰다. 평소 <수퍼레시피>를 구독하면서 요리하는 즐거움과 실패하지 않는 요리를 선사해 준 공이 큰 이유다.
이 책을 만드는 스탭들 역시 한 가정의 아내이자 주부여서 같은 고민을 늘 항상 한다는 얘길 얼핏 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인지 뭔가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역할을 해주는 수퍼레시피가 난 참 좋더라. 그리고 두 번째는 저장식 요리를 내 손으로 해보고 싶은 욕망이랄까. 어린 시절 엄마가
저장식을 만들면 옆에 앉아서 홀짝홀짝 맛을 보던 추억이 떠올랐다. 집안 가득히 달콤한 냄새로 가득했던 그 때의 맛이 먹고팠던걸까 그 추억을 내
자녀에게도 맛보게 해주고 싶었던걸까. "이거 엄청 쉬워! 이렇게 이렇게 하면 된다"는 레시피를 들었어도 선뜻 손이 가지 못했기에 더더욱 반가웠던
이 책. 그래서인지 저자의 프롤로그가 무척이나 와닿았다.
메뉴 가짓수부터 책 곳곳에 담겨진 깨알 배려! 보통의
요리책보다 더 꼼꼼하고 세심한 이 책이 난 참 고맙다. 눈에 가장 띈 페이지는 '저장식 제철 재료표'다. 과일, 어패류, 채소, 견과류
별로 재료 구입 시기와 제철을 표로 만들어줘서 그 때 그 때 보고 휘리릭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메뉴도 어마어마한데 열 두달 저장식 요리라서
그런지 무려 99가지. 이 책만 잘 활용하면 일 년 내내 저장식 걱정은 없겠다. 잼, 병조림부터 피클, 장아찌, 젓갈, 발효액 등 다양한 저장식
메뉴 중에 눈에 띄는 건 소스류. 왠만한 소스도 집에서 만들 수 있겠다. 차줌마처럼 ㅋㅋ
<수퍼레시피>로 요리할 때도 가장
눈여겨보는 부분이 조리과정이 적힌 페이지의 상단부인데, 이 책에서도 책 '상단부'가 눈에 띄였다. 요리 재료를 구해 만들
수 있는 계절, 조리 시간과 저장기간, 완성량 등 조리 정보가 있어서 대략 얼마나 만들어 저장할 수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게 한다.
조리과정의 마지막 '활용'부분도 센스만점. 조리 후
숙성기간을 거친 저장식을 어떻게 먹을지를 알려줘서 저장식 요리 초보라도 어렵지 않게 주부9단처럼 활용할 수 있겠다. 그 외에도 저장식 보관시
주의사항이나 대체 재료 정보 등의 필요한 팁도 있다.
이 책의 레시피대로 자몽차를 만들어봤다. 자몽의 쓴
맛은 오렌지와 레몬으로 잡아준다는 정보도 새롭게 알게 되었다. 자몽 1개, 오렌지 2개와 설탕. 출간선물로 받은 자일로스 설탕 덕분에 재료에
녹아지는 시간이 단축되었다. 재료 손질부터 완성시간까지 대략 20분, 숙성기간 2주 정도를 거치면 맛있는 자몽차를 마실 수 있다. 너무 열심히
만들었는지 신 맛을 잘 못 먹는 신랑이 자몽차는 맛있게 먹을 것 같다고 했다. 나도 모르게 자몽차를 함께 마시면서 일상의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상상하게 되었다. 아, 이런 게 행복이구나. 요리연구가 방영아님이 말하고 싶었던 건 병 속에 담긴 열 두 달의
행복인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