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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는 없다 - 교통사고에서 재난 참사까지, 무너진 시스템을 어떻게 복원할 것인가
제시 싱어 지음, 김승진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7월
평점 :
◆ 《사고는 없다》를 읽고서...
제시 싱어(Jessie Singer)의 책 《사고는 없다》는 사건·사고와 그로 인한 죽음을 개인의 부주의나 실수가 아닌 사회적 맥락과 구조적 문제로 분석하고 비판한 동시에 다양한 사건·사고 사례를 통해 사회가 중대 사건 발생에 어떻게 대처하고 발전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저자는 책의 서두에서 "사고를 알려면 과실을 알아야 하며 우리가 왜 실수를 저지르는지뿐만 아니라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어떻게 실수를 우리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사용할 수 있는지도 알아야 한다"라고 주장하며 시작한다. '사고'라는 단어는 사건에 대한 책임을 전가하기 좋은 용어로 사용되며, 사건·사고 발생에 따른 피해 최소화나 예방에는 소홀하다고 지적한다.
싱어는 방대한 문헌과 데이터를 검토하고, 다양한 현장의 사례를 취재하며, 전문가, 정책 입안자, 활동가, 사건·사고 피해자 및 유가족과 가해자를 인터뷰한 결과를 바탕으로 이 책을 집필했다고 한다. 그는 지난 한 세기 동안 벌어진 개인적인 교통사고부터 산업재해, 재난 참사까지 '사고'의 역사를 추적하고 분석하여 '사고'라는 말이 사건으로 인한 죽음과 손상을 감추고 유사한 사건이 반복되게 하는지에 대해서 알려 주고 있다.
《사고는 없다》는 다양한 사고 사례를 통해 그녀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교통사고, 산업재해, 가정 내 사고 등 여러 분야에서 발생하는 사고가 개인의 부주의가 아니라 사회적 안전망의 부재, 불평등한 경제 구조, 비효율적인 정책 등 사회적 요인에 의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독자들은 사고의 원인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구조와 깊은 연관이 있음을 깨닫게 된다.
책은 사고 예방을 위한 구체적인 정책적 제안도 제시한다. 안전 규정의 강화, 노동자의 권리 보호, 공공 안전망의 확충 등을 통해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이를 통해 사고 예방이 개인의 책임이 아닌 사회 전체의 책임임을 인식하게 한다. 이러한 제안들은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현실적인 해결책으로서 큰 의의가 있다.
<<문제를 고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인정하는 것이다. 누군가의 탓으로 돌려 그를 비난하는 것은 아무 문제가 없다고 비난이 불러오는 중요한 결과는 예방을 가로막는 것이다. 사람에게서 잘못을 찾으면 그것으로 해당 사건이 종결된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본문 중에서
싱어는 독자들에게 사고의 사회적 원인을 명확하게 인식시키려 한다. 예를 들어, 특정 계층이나 직업군에서 사고가 더 자주 발생하는 이유를 분석해 사회적 불평등과 사고의 연관성을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또한, 싱어는 사고 예방을 위한 개인의 역할도 강조한다. 비록 사고의 주된 원인이 사회적 요인이라고 하더라도, 개인이 취할 수 있는 예방 조치들이 존재하며 작은 변화들이 큰 차이를 만들 수 있음을 상기시킨다.
이 책은 모순된 선진 사회와 지식인층, 지배계층에 대한 비판적인 내용을 포함하지만, 독자들이 무의식적으로 사용하는 '사고'라는 용어에 대해 새로운 접근 방법을 제시하는 측면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싱어는 큰 사고가 발생하기 전 수많은 작은 사고들이 존재하며, 선진국인 미국에서도 다양한 권력(정부, 기업 등)으로부터 인간 존엄성이 경시된 사례와 인종차별 등이 왜곡되는 과정을 통해 사회적 약자를 위한 관심과 보살핌이 필요함을 강조한다.
우리나라 역시 '참사의 나라'라 불릴 정도로 많은 사람이 사건·사고로 사망하고 있다. 그러나 큰 사건·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책임자나 고위층의 주장은 '피해자들의 부주의로 인한 사고'라며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자주 목격하게 된다.
이 책의 구성은 과실, 조건, 위험, 규모, 낙인, 인종주의, 돈, 비난, 예방, 책무성이라는 10가지 주제를 가지고 서로 연결하고 확장하면서 다양한 측면에서 반복되는 사건을 예방하고 발전된 시스템을 갖추어야 하는지를 탐구하고 있다. 싱어는 사고와 안전이 어떻게 사회적 불평등과 연결되는지 분석하고, 안전이 부유한 사람들의 특권이 된 현대 사회의 문제를 고찰한다. 나아가 안전을 보편적 권리로 만들기 위한 통찰을 제공하고 있다.
저자의 주장과 공감하는 인터뷰 내용 중 은퇴 변호사 켄 지레이의 “회복적 사법 절차가 사고 이후 비난과 조리돌림에 대한 해독제다. 우리는 이것을 어떻게 고칠 수 있는가? 그리고 어떻게 고칠 것인가? 인식하고 책임을 지면 사고 예방에 도움이 된다.”라는 주장 내용에 더해 저자는 “사고를 막기 위해 우리는 우리의 시스템을 재설계하기만 하면 된다. 사고가 일어나게 두려는 강력한 사람들을 제어할 힘만 있으면 된다.”라고 역설한다.
《사고는 없다》는 위험하고 무책임한 사회를 누가 방치하고 있는지, 가난이 죄가 되고 안전도 돈으로 연결되는 세상에서 ‘사고’로 누가 죽는지에 대해 다양한 사례와 고발을 통해 올바른 사회로 나아가는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따라서 정책 입안자, 도시공학자, 안전 관련 분야에 종사하는 정부 관료, 기업주 등이 '사고'에 관해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탐구하는 내용을 통해 안전한 사회를 건설하는 데 활용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다. 이 책을 기업 경영인, 건설공학자, 사회학자, 정책 결정자, 인권 운동가, 그리고 사회적 불평등과 안전 문제에 관심 있는 일반 독자에게 추천한다.
※ ㈜위즈덤하우스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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