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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소 딸이 아닌 엄마 - 엄마에게 받은 삶을 나의 방식으로 살아가기까지
김현경 지음 / 유노북스 / 2026년 8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 《비로소 딸이 아닌 엄마》를 읽고서···.
《비로소 딸이 아닌 엄마》는 부모와 자녀라는 익숙한 관계를 다시 바라보게 하면서, 한 사람의 딸이었던 여성이 엄마가 되어가는 과정에서 겪은 감정과 상처, 그리고 삶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아낸 에세이다. 단순히 ‘엄마가 된다는 것’의 행복을 이야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엄마를 떠나보내고, 이혼을 겪고, 자신마저 암 진단을 받아 치료하는 삶의 굴곡 속에서 비로소 엄마를 한 사람의 여성으로 이해해 가는 과정을 진솔하게 담아낸다는 점에서 더욱 깊은 울림을 준다.
책의 제목부터 마음에 오래 남는다. ‘비로소 딸이 아닌 엄마’가 되었다는 말에는 단순한 역할의 변화 이상의 의미가 담겨 있다. 누군가의 딸로 살아오던 사람이 아이를 낳고 엄마가 되면서, 이전에는 이해하지 못했던 자신의 엄마를 조금씩 새롭게 바라보게 되는 것이다. 어린 시절에는 당연하게만 여겼던 엄마의 말과 행동이 자신의 삶을 살아가면서 다른 의미로 다가오고, 아이를 키우며 겪는 기쁨과 고단함 속에서 비로소 엄마의 마음을 헤아리게 된다.
<"자유가 없는 자는 자유를 그리워하고 어떤 나그네는 자유에 지쳐 길에서 쓰러진다." 책 97쪽>
무엇보다 이 책의 깊이를 더하는 것은 저자가 엄마를 암으로 떠나보낸 경험이다. 살아 있을 때는 미처 이해하지 못했던 엄마의 삶과 마음이 이별 이후 더욱 선명하게 다가온다. 엄마의 빈자리를 통해 오히려 엄마를 더 깊이 생각하게 되고, 자신이 딸로서 바라보았던 엄마와 한 사람의 여성으로서 바라보게 된 엄마 사이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음을 깨닫는다. 엄마 역시 누군가의 딸이었고, 한 가정을 이루며 자신의 삶을 살아온 한 사람이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마음에 와닿는다.
여기에 이혼이라는 삶의 변화와 자신에게 찾아온 암 진단과 치료의 시간은 엄마를 바라보는 시선을 더욱 깊게 만든다. 삶의 가장 힘겨운 순간을 직접 지나면서 저자는 비로소 엄마가 겪었을 두려움과 외로움, 그리고 가족을 향한 마음을 다른 시선으로 이해하게 된다. 건강할 때는 쉽게 지나쳤던 감정들이 병과 치료를 경험하면서 새롭게 다가오고, 엄마가 살아온 시간과 자신의 삶이 서로 겹쳐 보이기 시작한다. 그래서 이 책에서 엄마에 대한 기억은 단순한 추억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이해하는 중요한 거울이 된다.
<"나는 오랫동안 공부를 하면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될 줄 알았다. 좋은 문장을 오래 읽으면 성질도 조금은 순해지고, 사랑하는 존재에게 함부로 하지 않는 사람이 될 줄 알았다." 책 185쪽>
특히 인상적인 것은 엄마를 완벽한 존재로 그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엄마 역시 두려워하고 흔들리고 때로는 실수하는 한 사람이었다. 아이를 사랑하면서도 지치고,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 싶으면서도 가족을 위해 자신을 뒤로 미뤄야 했을 순간도 있었을 것이다. 저자는 자신의 삶을 통과하면서 이러한 엄마의 모습을 조금씩 이해하고 받아들인다. 읽다 보면 ‘나는 엄마를 얼마나 한 사람의 삶으로 바라보았을까?’라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또한 아이를 키우는 일은 결국 자신을 다시 들여다보는 과정이기도 하다는 사실이 와닿는다. ‘나는 어떤 엄마가 되고 싶은가?’라는 질문은 어느 순간 ‘나는 어떤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은가?’라는 질문으로 확장된다. 엄마를 떠나보내고, 결혼과 이혼을 경험하고, 자신의 병과 마주하는 과정에서 저자는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을 소중하게 여기며 살아가야 하는지를 다시 묻는다.
무엇보다 이 책은 ‘좋은 엄마’에 대한 정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완벽한 엄마가 되기보다 자신의 감정과 삶을 존중하면서 아이와 관계를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엄마이기 전에 한 사람으로서 살아가는 것 역시 소중하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비로소 딸이 아닌 엄마》를 읽고 나면 엄마가 된다는 것은 단순히 아이를 키우는 일이 아니라, 자신의 엄마를 다시 이해하고 동시에 자신의 삶을 새롭게 이해해 가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오래 남는다. 특히 엄마와의 이별, 이혼, 그리고 암이라는 삶의 큰 굴곡을 지나며 엄마를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은 가족이라는 관계를 더욱 깊고 따뜻하게 돌아보게 한다.
엄마를 떠나보낸 사람, 부모와의 관계를 다시 생각해 보고 싶은 사람, 엄마이면서도 자신의 삶을 잃고 싶지 않은 사람, 그리고 삶의 아픔을 통해 가족과 자신을 새롭게 이해하고 싶은 독자에게 깊은 울림을 줄 수 있는 책으로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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