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쿠로스의 쾌락과 행복 북커스 클래식
에피쿠로스 외 지음, 유원기 옮김 / BOOKERS(북커스) / 2026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 《에피쿠로스의 쾌락과 행복을 읽고서···.

 

에피쿠로스의 쾌락과 행복은 흔히 오해되어 온 에피쿠로스 철학의 본래 모습을 가장 충실하게 만날 수 있는 책이다. 오늘날 '에피쿠로스적 쾌락'이라는 말은 흔히 감각적 향락이나 물질적 풍요를 추구하는 삶을 의미하는 것처럼 사용된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나면 그러한 통념이 얼마나 피상적인 해석이었는지를 자연스럽게 깨닫게 된다. 에피쿠로스가 말한 쾌락은 욕망을 끝없이 충족시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욕망을 줄이고 마음의 평온(아타락시아)과 육체의 고통이 없는 상태(아포니아)에 이르는 삶이었다. 이 책은 "행복이란 무엇인가",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오래된 질문에 대해 2천 년이 넘는 시간을 뛰어넘어 오늘의 삶에도 여전히 유효한 답을 건네는 고전 철학서이다.

 

이 책이 지닌 또 하나의 의미는 단순한 원전 번역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옮긴이의 후기에서 밝히고 있듯이, 에피쿠로스의 편지와 격언 등 원전 자료는 물론, 19세기 독일 철학사학자 에두아르트 첼러(Eduard Zeller)20세기 영국의 고전학자 A. E. 테일러(A. E. Taylor)의 연구 성과를 함께 엮어 번역하였다. 덕분에 독자는 단편적으로 전해지는 원문을 읽는 데 그치지 않고, 후대의 대표적 연구자들이 에피쿠로스 철학을 어떻게 해석하고 평가했는지까지 함께 살펴볼 수 있다. 이는 그의 사상을 역사적·철학적 맥락 속에서 보다 입체적으로 이해하도록 돕는 이 책만의 중요한 장점이다.

 

<"젊다고 해서 철학을 미루지 말고, 늙었다고 해서 철학을 하는데 지쳐서도 안 되네. 왜냐하면 영혼의 건강을 위해서는 너무 이른 때도 너무 늦은 때도 없기 때문이네." 137>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부분은 에피쿠로스가 인간의 욕망을 세밀하게 구분하며 행복의 조건을 설명하는 방식이다. 그는 욕망을 '자연스럽고 필요한 욕망', '자연스럽지만 불필요한 욕망', '헛된 욕망'으로 나누고, 참된 행복은 필요한 욕망만 충족할 줄 아는 절제에서 비롯된다고 말한다. 소비와 경쟁, 비교가 일상이 된 현대 사회에서 그의 가르침은 더욱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더 많이 소유하는 것이 행복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 정말 필요한지를 분별하는 지혜가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든다는 통찰은 시대를 초월한 가치를 지닌다.

 

죽음에 대한 그의 철학 역시 깊은 여운을 남긴다. 에피쿠로스는 "우리가 존재할 때 죽음은 없고, 죽음이 왔을 때 우리는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논리를 통해 죽음에 대한 과도한 공포에서 벗어날 것을 권한다. 그에게 인간을 가장 괴롭히는 것은 신에 대한 미신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었으며, 이러한 불안에서 자유로워질 때 비로소 평온한 삶이 가능하다고 보았다. 이는 단순한 철학적 논증을 넘어, 삶을 보다 담담하고 성숙하게 바라보게 하는 깊은 위안을 전한다.

 

<"에피쿠로스는 쾌락을 삶에서 최고의 목적이라고 부를 때, 우리가 방탕한 쾌락을 의미하지 않고, 또한 실로 감각적 향락을 의미하는 것도 결코 아니며, 고통으로부터의 육체의 자유와 혼란으로부터의 영혼의 자유를 의미한다." 263>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원전과 연구 자료를 중심으로 구성된 만큼 현대적 사례나 친절한 해설을 기대하는 독자에게는 다소 난해하게 느껴질 수 있다. 또한 단편적으로 남아 있는 문헌들을 스스로 연결하며 읽어야 하므로 어느 정도의 집중력과 사유가 요구된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는 더 많이 성취하고 더 많이 소유해야 행복할 것이라는 압박 속에서 살아간다. 그러나 에피쿠로스는 행복은 외부 조건이 아니라 욕망을 다스리고 마음의 평정을 얻는 삶의 태도에서 비롯된다고 말한다. 그의 철학은 시대를 초월해 인간의 불안과 욕망을 직시하게 하며, 행복을 성공의 결과가 아니라 삶을 바라보는 방식에서 찾도록 이끈다.

 

철학을 통해 행복의 본질을 깊이 성찰하고 싶은 독자, 에피쿠로스 철학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고 싶은 사람, 그리고 경쟁과 불안이 일상이 된 현대 사회에서 삶의 균형과 내면의 평화를 찾고자 하는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고전 철학의 본래 의미를 충실히 이해하고, 오늘의 삶에 적용할 수 있는 지혜를 얻고자 하는 독자라면 오래도록 곁에 두고 읽을 만한 가치 있는 철학서가 되어 줄 것이다.

 

#컬처블룸 #컬처블룸서평단 #에피쿠로스의쾌락과행복 #북커스 #에피쿠로스 #디오게네스라에르티오스 #첼러 #테일러 #쾌락 #자연과학 #우주 #자유 ##행복 #편지 #자연관 #종교관 #구원 #윤리학 #무농 #무농의꿈 #나무나루주인 #무농의독서 #감사한삶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