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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의 마지막 수업
주루이 지음, 하진이 옮김 / 니들북 / 2026년 1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 《철학자의 마지막 수업》을 읽고서···.
삶을 끝에서 비추는 철학
《철학자의 마지막 수업》은 죽음을 앞둔 한 철학자가 삶의 본질을 다시 묻는 깊은 사유의 기록이다. 이 책은 철학을 추상적 이론이 아니라 실제 삶의 순간 속에서 작동하는 태도로 보여 준다. 저자는 시한부라는 극단적인 현실 앞에서도 감정을 회피하지 않고, 존재의 의미를 차분히 응시한다. 그 과정에서 죽음은 삶의 반대편에 놓인 사건이 아니라, 오히려 삶을 더 선명하게 비추는 거울임이 드러난다.
책의 핵심은 죽음을 이해하는 일이 곧 삶을 이해하는 일이라는 통찰에 있다. 저자는 죽음을 단순한 종말로 바라보지 않는다. 그것은 인간이 자신의 시간을 가장 또렷하게 자각하게 만드는 경계이다. 이러한 시선은 독자로 하여금 일상의 선택과 관계, 그리고 살아가는 태도를 다시 돌아보게 한다. 시간은 그저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의미를 부여받는 과정이며, 우리는 그 안에서 어떤 존재로 살아갈 것인지를 끊임없이 묻게 된다.
<유비는 죽기 전에 아들 유선에게 이런 말을 남겼다. "선이 작다고 이를 행하지 않아서는 안 된다. 악이 작다고 이를 행해서는 안 된다." 책 187쪽>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저자가 죽음을 맞이하는 태도이다. 그는 두려움과 불안을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마지막 순간까지 이성을 놓지 않는다. 감정에 휩쓸리기보다 상황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려는 자세는 철학이 삶의 실천임을 보여 준다. 동시에 가족을 향한 그의 깊은 애정은 책 전반에 따뜻하게 스며 있다. 죽음 앞에서도 인간이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존재임을 일깨운다. 이러한 이성적 성찰과 인간적인 사랑의 균형은 독자에게 깊은 울림을 남긴다.
저자의 철학적 사유는 추상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는 몸의 변화와 감정의 흔들림, 관계의 의미를 솔직하게 드러내며 철학을 생활의 언어로 풀어낸다. 죽음을 향한 성찰은 오히려 현재의 삶을 더욱 또렷하게 만든다. 이 지점에서 독자는 철학이 특별한 학문이 아니라 살아가는 방식임을 실감하게 된다.
<"사실상 죽음(death)에 이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죽음은 그저 모두에게 차례대로 찾아올 뿐이다." 책 211쪽>
책을 읽으며 오래 남는 대목은, 저자가 다시 강의실로 돌아간다면 학생들에게 무엇을 말하겠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다. 그는 인간의 삶에는 피할 수 없는 어려움이 존재하지만, 결국 극복하지 못할 고난은 없다는 믿음을 강조한다. 이는 막연한 위로가 아니라 인간의 회복력에 대한 신뢰이다. 또한 타인을 선하게 대하는 태도가 인간다운 삶의 중심임을 말한다. 경쟁과 효율이 강조되는 시대일수록 이해와 배려의 가치는 더욱 중요해진다.
자녀 교육에 대한 조언 역시 의미 깊다. 핵심은 성취를 강요하지 말라고 알려준다. 아이가 스스로를 존중할 수 있는 자존감을 기르고, 사회와 타인을 향한 책임과 연대를 배울 수 있도록 돕는 데 있다는 것이다. 이는 개인의 성공을 넘어 공동체적 인간으로 성장하는 길을 제시한다.
이 책이 전하는 가장 큰 교훈은 삶의 깊이는 유한성을 인식할 때 확장된다는 사실이다. 끝을 의식할 때 우리는 현재를 더 진지하게 바라보게 된다. 저자는 죽음을 통해 삶을 축소시키지 않는다. 오히려 존재의 의미를 선명히 하며, 오늘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묻는다.
결국 《철학자의 마지막 수업》은 죽음을 이야기하지만 삶을 향한 책이다. 이성적 성찰과 인간적인 사랑, 그리고 관계에 대한 깊은 이해가 어우러진 기록이다. 이 책은 독자에게 조용히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지금 어떤 태도로 살아가고 있는가. 그리고 그 질문은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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