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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 부의 본질 ㅣ 현대지성 클래식 73
크세노폰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26년 1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 《소크라테스 부의 본질》을 읽고서···.
크세노폰의 《소크라테스 부의 본질》은 부를 단순한 재산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 삶을 운영하는 능력과 태도의 문제로 재정의하는 철학적 대화록이다. 이 책은 소크라테스를 중심으로, 고대 아테네 사회가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부와 성공의 기준을 근본에서부터 되묻는다. 크세노폰은 화려한 수사나 추상적 이론 대신, 일상의 대화와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부란 무엇인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독자에게 차분하지만 집요하게 던진다.
이 책의 핵심 주장은 분명하다. 부는 재산의 절대적 규모로 판단될 수 없다는 점이다. 소크라테스는 많은 재산을 가지고도 욕망에 끌려 불안과 결핍에 시달리는 사람을 가난한 자로 규정한다. 반대로 가진 것이 많지 않더라도 자신의 욕망을 절제하고 필요한 만큼으로 삶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면 그는 이미 부유한 사람이다. 여기서 부는 외부 조건이 아니라, 욕망을 다스리고 삶을 관리하는 내면의 능력에서 비롯된다.
<"명예를 좇는 사람과 이익만 좇는 사람은 차원이 다릅니다. 명예와 칭송을 얻으려는 사람은, 필요하다면 기꺼이 고생을 자처하고 위험을 무릅쓰며 눈앞의 부당한 이익을 거절할 줄 알기 때문입니다." 책 127쪽>
크세노폰이 그려내는 소크라테스는 흔히 오해되는 금욕적 은둔자가 아니다. 그는 노동과 경제 활동을 부정하지 않으며, 오히려 일을 통해 자립하고 자신의 삶을 책임지는 태도를 중요한 덕목으로 본다. 다만 그 목적은 축적이나 과시가 아니라 자족과 자유에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돈을 더 많이 가지는 것이 아니라, 돈에 지배당하지 않고 사용할 수 있을 때 인간은 비로소 자유로워진다는 점을 일관되게 설파한다.
이 책에서 특히 인상적인 대목은 재산과 가정, 그리고 가족 구성원의 역할에 대한 논의이다. 소크라테스와 이스코마코스의 대화를 통해 드러나는 가정은 단순한 생활 공간이 아니라 하나의 경영 단위이다. 가정의 안정은 우연이 아니라 관리의 결과이며, 남편과 아내는 각자의 역할을 인식하고 협력함으로써 공동의 목적을 이룬다. 남편은 외부 활동과 전반적 판단을 책임지고, 아내는 내부 살림과 질서를 맡아 가정의 효율을 높인다. 이는 시대적 한계를 지니면서도, 역할 분담과 신뢰, 책임이라는 보편적 원리를 분명히 보여준다.
<"부는 소유가 아니라, 사람과 욕망을 다스리는 기술이다." 책 뒷면>
이스코마코스가 말하는 농업 경영의 관점 또한 깊은 인상을 남긴다. 그는 농업의 성공이 복잡한 지식이나 이론보다 근면함과 꾸준함, 그리고 사람과 일을 다스리는 능력에 달려 있다고 강조한다. 좋은 경영이란 모든 일을 직접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각자의 역할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게 만드는 것이라는 그의 주장은 가정은 물론 조직과 사회 전반에도 적용 가능한 통찰이다.
이 책이 독자에게 전하는 교훈은 명확하다. 인간을 불행하게 만드는 것은 부족함이 아니라 과도한 욕망이며, 삶을 안정시키는 힘은 축적이 아니라 관리와 절제이다. 크세노폰은 소크라테스를 통해 부, 노동, 가정, 관계를 하나의 삶의 철학으로 엮어내며, 부를 윤리적 책임의 문제로 확장한다. 부는 선도 악도 아니며, 그것을 어떻게 얻고 어떻게 사용하는가가 삶의 질을 결정한다는 관점은 오늘날에도 강한 설득력을 지닌다.
《소크라테스 부의 본질》이 상징하는 것은 자기 통제와 책임 있는 삶이다. 이 책은 부를 꿈꾸는 사람에게는 욕망을 점검하게 하고, 이미 가진 사람에게는 관리와 절제를 요구한다. 그리고 모든 독자에게 묻는다. 무엇을 얼마나 가졌는가 보다, 그것을 어떻게 다스리며 살아가고 있는가가 진정한 부의 기준이 아니냐고. 이 점에서 이 책은 고대 철학서이면서도, 오늘의 경제적 불안과 욕망의 과잉 속에서 여전히 유효한 실천적 지침을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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