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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한옥에서 브랜딩을 찾다
박현구 지음 / 디자인하우스 / 2025년 11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 《도심 한옥에서 브랜딩을 찾다》를 읽고서···.
《도심 한옥에서 브랜딩을 찾다》는 브랜딩을 유행하는 마케팅 기법이나 외형적 장치로 환원하지 않고, 공간·시간·사람이 축적되며 형성되는 정체성의 구조로 사유한 책이다. 저자 박현구는 25년간 브랜드 디렉터로 활동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개념을 설명하기보다 실제 브랜드가 태어나고 작동하는 과정을 서사적으로 풀어낸다. 그 무대가 북촌의 도심 한옥이라는 점은, 이 책이 다루는 브랜딩의 문제의식을 한층 또렷하게 드러낸다.
이 책의 가장 두드러진 특색은 브랜딩을 ‘세계관 설계’의 관점에서 접근한다는 점이다. 저자는 한옥 호텔 ‘노스텔지어’를 사례로 삼아, 브랜드란 무엇을 팔 것인가를 고민하기에 앞서 왜 존재해야 하는가, 어떤 태도로 세상과 관계 맺을 것인가를 먼저 규정하는 일임을 강조한다. 로고나 네이밍과 같은 가시적 요소 이전에 철학과 방향성이 세워지지 않는다면 브랜드는 결코 일관성을 가질 수 없다는 주장은, 화려한 성공 사례보다 훨씬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브랜드는 하나의 완전한 세계입니다. 브랜딩은 제품을 파는 것이 아닙니다. 하나의 완전한 세계를 만드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그 세계에 들어와 머물고 싶어 하는, 그런 매력적인 우주를 만드는 것입니다." 책 속 211쪽>
또한 이 책은 브랜딩을 현장의 감각에서 출발한 실천적 사고로 풀어낸다. 북촌이라는 장소가 지닌 역사성, 골목의 밀도, 한옥이 안고 있는 물리적 제약과 정서적 여백을 어떻게 브랜드 자산으로 전환했는지가 구체적으로 서술된다. 이를 통해 저자는 브랜딩이 결코 추상적인 기획서 안에서 완성되는 작업이 아니라, 공간과 사람, 경험의 층위 속에서 끊임없이 조정되고 축적되는 과정임을 보여준다. 독자는 책을 읽으며 브랜드 전략 회의실이 아닌, 실제 골목과 마루 위에 서 있는 듯한 감각을 자연스럽게 체험하게 된다.
특히 인상적으로 남는 대목은 ‘노스텔지어’가 단순한 숙박 시설을 넘어 문화 경험의 플랫폼으로 확장되는 과정이다. 숙박과 전시, 공예와 콘텐츠가 하나의 세계관 안에서 유기적으로 연결되며, 브랜드가 소비의 대상이 아니라 기억과 감정을 환기하는 장치로 작동하는 순간이 설득력 있게 제시된다. 이는 업종이나 규모를 막론하고, 모든 브랜드에 적용 가능한 본질적인 통찰로 읽힌다.
《도심 한옥에서 브랜딩을 찾다》는 독자에게 즉각적인 성공 공식을 제시하지 않는다. 대신 브랜드를 만든다는 행위가 얼마나 긴 호흡의 사고와 태도를 요구하는지를 차분하게 설득한다. 그로 인해 이 책은 브랜딩 입문서라기보다는, 이미 브랜드에 대해 고민해 본 독자에게 더욱 깊은 울림을 준다. 결국 이 책이 말하는 브랜딩이란 시장을 설득하는 기술이 아니라, 자기만의 세계를 끝까지 책임지는 자세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브랜딩 실무서이자 동시에 창작과 기획에 대한 성찰의 기록으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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