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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와 국가의 부(富)
로버트 브라이스 지음, 이강덕 옮김 / 성안당 / 2025년 12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 《전기와 국가의 부》를 읽고서···.
《전기와 국가의 부》는 전기가 단순한 생활 편의의 수단을 넘어, 국가의 번영과 인간의 삶의 질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임을 강력하게 주장하는 책이다. 저자는 방대한 통계와 풍부한 역사적 사례를 통해 “전력을 많이 쓰는 국가일수록 부유하고 안전하다"라는 명제를 설득력 있게 제시하며, 전기의 안정적 공급이 경제·산업·보건·교육 등 사회 전 분야의 기반임을 강조한다. 특히 브라이스는 에너지 문제를 어느 한쪽의 이념이 아닌 물리적 현실의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이 점이 이 책이 지닌 가장 큰 강점으로 부각된다.
책은 전기에 대한 기초적인 개념을 차근차근 풀어가는 데서 출발한다. 전기가 어떤 과정을 거쳐 생산되고 전달되는지, 어떤 과학적 원리 위에서 작동하는지를 명쾌하게 설명해 독자가 에너지 문제를 이해할 수 있는 탄탄한 토대를 마련한다. 이어 에디슨과 테슬라의 경쟁, 전력망의 탄생 등 전기 기술의 역사적 변곡점을 생생하게 다루며 전기의 발명이 어떻게 현대 문명의 근간이 되었는지를 다층적으로 분석한다. 또한 산업화와 디지털화, 탈탄소화 등 시대적 변화 속에서 전기가 어떠한 방식으로 발전하고 확장되어 왔는지를 다양한 각도에서 조명함으로써, 전력이 단순한 기술을 넘어 인류사의 흐름을 바꾼 결정적 동력임을 분명히 보여준다.
브라이스의 핵심 주장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전력 소비 증가를 부정적으로만 바라보는 것은 위험하다는 점이다. 저자는 여러 국가의 사례를 통해 전력 사용량과 국가 생산성·생활 수준이 긴밀하게 연동되어 있음을 증명한다. 둘째, “값싸고 안정적인 전기”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현실적이고 균형 잡힌 에너지 믹스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재생에너지의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간헐성과 높은 비용이라는 한계 때문에 그것만으로는 안정적인 공급을 보장할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한다. 셋째, 에너지 정책은 도덕적 언급이나 추상적 기후 담론보다 실제 사람들의 삶과 안전을 기준으로 설계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연방이든, 도시든, 마을이든, 거의 모든 현대 민주주의 기능이 인터넷에서 이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 의존성은 결국 강력하고, 안정적이며, 값싼 전기 없이 민주적인 혁신과 더 많은 형태의 직접 민주주의를 갖는 것은 불가능하다." 책 354쪽>
가장 인상적인 대목은 ‘전기 빈곤(electricity poverty)’에 관한 논의이다. 브라이스는 개발도상국의 전력 부족이 단순한 경제적 불편이 아니라 생존과 직결된 문제임을 날카롭게 짚는다. 전기가 부족하면 병원 장비가 작동하지 않고, 아이들은 학습권을 잃으며, 산업은 성장할 수 없다. 즉 전기에의 접근성은 곧 인권의 문제라는 것이다. 이 관점은 독자로 하여금 에너지 논의를 환경적 기여나 기술적 효과 이상의, 인간의 삶을 실질적으로 지탱하는 문제로 바라보게 만든다.
책은 또한 에너지 정책을 둘러싼 정치적 왜곡과 감정적 논쟁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제시한다. 과학적 근거보다 감정적 선호나 이념적 구도가 앞설 때 발생하는 비효율과 비용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설명하며, “에너지 분야에서는 이념보다 데이터가 우선해야 한다"라는 명확한 메시지를 남긴다.
무엇보다 이 책의 큰 장점은 전기의 역사·기술·정책·경제를 폭넓게 아우르면서도 일반 독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다. 브라이스는 풍력·태양광·수력·화석연료·원자력 등 주요 에너지원의 장단점을 균형 있게 다루며, 오늘날의 에너지 전환 논의가 왜 더 냉정하고 현실적인 분석을 필요로 하는지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전기와 국가의 부》는 에너지 정책에 관심을 가진 독자뿐 아니라, 현대 문명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고자 하는 모든 이에게 깊은 통찰을 제공하는 책이다. 전기가 어떤 여정을 거쳐 오늘날의 문명을 만들어 왔는지 이해하고 나면, 독자는 전기가 단순한 일상의 편의를 넘어 국가의 미래와 인간의 삶을 좌우하는 전략적 자원임을 새삼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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