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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를 위한 우주는 없다 - 우주 불평등 시대를 항해하는 인류의 미래를 위한 긴박한 질문들
최은정 지음 / 갈매나무 / 2025년 11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 《모두를 위한 우주는 없다》를 읽고서···.
《모두를 위한 우주는 없다》는 현재의 우주 개발 열풍을 낭만과 도전의 이미지로만 소비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뚜렷한 의문을 제기하는 책이다. 국가 연구기관에서 오랫동안 우주 위험과 정책 문제를 다뤄 온 저자는, 우주라는 공간을 둘러싼 불평등과 독점, 그리고 기술력 격차가 초래할 미래의 권력 지형을 분석적으로 드러낸다. 이 책은 단순한 과학 교양서가 아니라, 우주가 더 이상 공상과학의 무대가 아닌 현실 정치와 국제 질서를 재편하는 핵심 영역이 되었음을 일깨우는 비판적 탐구서이다. 나아가 과학 정보를 전달하는 것에 머물지 않고, 우주 개발이 품은 윤리적·정치적 함의를 날카롭게 해부한다.
저자가 가장 먼저 해체하는 것은 “우주는 모두에게 열린 새로운 프런티어"라는 오래된 환상이다. 그는 현재의 우주 경쟁이 실상 극소수 강대국과 거대 민간 기업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으며, 궤도와 위성 자원, 통신망, 군사 인프라가 불균형하게 집중된 현실을 집요하게 추적한다. 특히 민간 기업의 참여 확대가 자칫 ‘우주의 민주화’로 포장되곤 하지만, 실제로는 자본과 기술력을 가진 소수의 패권 경쟁일 뿐이라는 점을 명확히 한다. 저자는 ‘뉴 스페이스’가 부여하는 자유롭고 혁신적인 이미지의 이면에 존재하는 독점 구조와 불평등을 꼼꼼히 드러내며, 그 심층적 문제를 분석한다.
책에서 가장 인상적으로 다가오는 대목은 저자의 진단이 우주를 과학기술의 상징적 공간을 넘어 ‘국가 안보’와 ‘경제 패권’을 좌우하는 전략적 영역으로 바라본다는 점이다. 저자는 위성 통신망, 정찰 인프라, GPS 교란, 우주 기반 사이버 공격 등이 이미 국제 분쟁에서 실질적 무기로 기능하고 있음을 설명하며, 현대 전쟁은 지상에서가 아니라 궤도 위에서 먼저 시작된다고 말한다. 이는 우주를 기술의 진보로만 인식해온 독자들에게 강한 충격을 준다. 우주전이 화려한 레이저 전투가 아니라 데이터와 인프라를 둘러싼 보이지 않는 공격이라는 설명은, 우리의 상상과 현실이 얼마나 다르게 움직이고 있었는지를 드러낸다.
저자는 이어 ‘우주 쓰레기’ 문제를 단순한 환경 이슈를 넘어 우주 인프라 경쟁과 밀착된 복합 정책 문제로 확장해 논한다. 유한한 궤도 공간에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위성들은 충돌 위험을 키우고, 이는 기술력에서 뒤처진 국가일수록 더 큰 타격을 받는 구조를 형성한다. 이러한 분석을 통해 저자는 우주가 가까운 미래에 더욱 심화된 불평등의 장이 될 수 있음을 경고한다.
<"상상력은 종종 우리를 과거에는 결코 없던 새로운 세계로 인도한다. 하지만 상상력이 없이 갈 수 있는 곳은 없다." - 칼 세이건 - 본문 중에서 287쪽>
그러나 이 책은 문제 제기에 머물지 않는다. 저자는 속도와 점유의 논리를 넘어, 책임성·상호운용성·국제 규범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우주 거버넌스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우주는 특정 국가나 기업의 소유물이 아니라 인류가 공동으로 관리해야 할 공공영역이며, 그 지속 가능성은 국제적 협력과 신뢰를 통해 비로소 보장된다는 점을 일관되게 주장한다.
《모두를 위한 우주는 없다》는 결국 우리에게 본질적인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어떤 우주를 원하는가? 소수의 기술 강자가 지배하는 새로운 계급적 공간인가, 아니면 규범과 협력을 바탕으로 공존을 모색하는 공동의 미래인가? 저자는 이 질문에 즉답을 내리는 대신, 우리가 지금 무엇을 성찰해야 하는지를 깊고 명료하게 제시한다.
이 책은 우주 개발을 희망이나 기술적 경이로만 바라보던 독자들에게 우주를 정치적·윤리적 관점에서 재해석하도록 만드는 힘을 지닌다. “우주는 모두의 것이 아니다”라는 저자의 선언은 비관이 아니라, 지금부터라도 올바른 방향을 선택해야 한다는 절박한 경고에 가깝다. 결국 이 책은 우주 시대를 살아가는 시민이라면 누구나 읽어야 할 필독서이며, 성찰과 균형 감각을 되살려주는 귀중한 안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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