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바이러스 - 우리는 왜 적대적 인간이 되는가, 카를 융이 묻고 43명의 심리학자, 정신과 의사, 저널리스트가 답하다
코니 츠웨이그.제러마이아 에이브럼스 지음, 김현철 옮김 / 용감한까치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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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 《그림자 바이러스를 읽고서···.

 

코니 츠웨이그(Connie Zweig)와 제러마이아 에이브럼스(Jeremiah Abrams)그림자 바이러스는 심리학에서 핵심 개념으로 다루어지는 그림자를 개인적 차원을 넘어 사회적·집단적 현상으로 확장해 분석한 독창적 저작이다. 저자들은 그림자를 단순히 무의식 속에 숨겨진 부정적 요소로 규정하지 않고, 그것이 억압될 때 어떤 방식으로 외부 세계로 투사되며 파괴적 영향을 발휘하는지를 다양한 관점에서 깊이 탐구한다. 개인 내면의 긴장과 사회적 갈등을 동일한 심리적 메커니즘으로 설명한다는 점에서 이 책은 매우 설득력 있으며, 인간의 그림자 작용이 집단적 적대감, 분열, 폭력성으로 어떻게 증폭되는지를 명료하게 보여준다.

 

이 책의 구성 또한 주목할 만하다. 카를 융의 분석심리학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43명의 심리학자·정신분석가·영성가·사회사상가가 참여해 그림자의 본질을 다각도로 조명한다. 다양한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한데 모여 있기 때문에 그림자는 단순한 개인의 무의식적 에너지를 넘어, 사회 구조와 문화, 집단 심리의 패턴 속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 입체적으로 드러난다. 독자는 하나의 관점에 머무르지 않고 다층적 분석을 통해 그림자의 복합적 작용을 파악하게 되며, 이는 책의 깊이를 한층 더 단단하게 만들어준다.

 

저자들이 특히 강조하는 부분은 인간이 자신의 그림자를 인정하지 못할 때 발생하는 투사(projection)’의 메커니즘이다. 우리가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감정, 충동, 두려움을 자신의 문제로 보기보다 타인의 결함으로 돌리는 순간, 그림자는 외부 대상에 전이된다. 이 투사가 개인 차원을 넘어 사회적 현상으로 확대되면, 특정 집단을 희생양으로 삼거나 적으로 규정하는 집단적 그림자가 형성된다. 이러한 설명은 오늘날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는 양극화, 혐오, 증오의 정치가 어떤 심리적 구조에서 비롯되는지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통찰을 제공한다.

 

<"우리는 파괴적 가능성과 창조적 가능성을 모두 품고 있다. 우리 안에 암흑의 적이 숨어 있음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건 대단한 고백이자 심리적 변화의 시작이다." 430>

 

한편, 이 책은 심리학·정신분석학·영성학 등 다양한 학문을 아우르는 만큼 난이도도 상당히 높다. 융의 개념과 무의식의 구조에 대한 설명이 많아 심리학적 배경지식이 부족한 독자에게는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 있으며, 여러 전문가의 글이 한 권에 담겨 있어 관점의 전환이 잦고 상징적·이론적 서술이 많다는 점도 집중력을 요구한다. 그러나 이러한 복잡성은 동시에 이 책이 가진 학문적 풍부함을 보여주는 부분이며, 독자로 하여금 생각의 깊이를 확장하는 데 의미 있는 자극이 된다.

 

그럼에도 그림자 바이러스의 메시지는 명확하다. 그림자는 피하거나 억압해야 할 결함이 아니라, 직면하고 이해해야 할 본질적 진실이라는 것이다. 그림자를 인정하지 않을수록 그것은 개인과 사회 모두에 큰 혼란을 일으키지만, 정직하게 마주하고 통합하는 순간 내면의 평온과 성숙한 관계가 가능해진다. 이는 개인의 자기성찰뿐 아니라 공동체의 치유에도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과정임을 책은 강조한다.

 

이 책이 특히 인상 깊은 이유는, 그림자를 개인 심리의 영역에 머무르게 하지 않고 사회적 적대성의 근원으로 확장해 해석한다는 점이다. 인간이 타자에게 드리우는 그림자의 작용을 이해하고 나면, 우리가 타인을 판단하고 규정하는 방식이 얼마나 많은 무의식적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는지를 새삼 깨닫게 된다. 이러한 깨달음은 심리학적 통찰을 넘어 윤리적 성찰로 이어지며, “나와 타자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독자에게 던진다.

 

그림자 바이러스는 심리학, 정신분석, 사회이론이 만나는 지점에서 인간 내면과 사회적 갈등을 정교하게 분석한 의미 있는 저작이다. 읽는 과정이 쉽지는 않지만, 그만큼 사고의 지평을 확장시키는 힘을 지니고 있다. 자신의 그림자를 직면하고 통합하려는 독자, 혹은 개인 심리와 사회 구조의 대립을 연결해 이해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깊은 통찰과 실천적 지혜를 제공한다. 심리학·사회학·영성에 관심 있는 독자는 물론, 오늘날의 갈등과 분열을 근본적으로 바라보고자 하는 모든 이에게 오래도록 남을 성찰을 선사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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