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왕 정세권 - 집을 지어 나라를 지킨 조선 최초의 디벨로퍼
김경민 지음 / 와이즈맵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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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 《건축왕 정세권을 읽고서···.

 

김경민 저, 건축왕 정세권은 일제강점기의 고난 속에서도 조선의 도시와 주거문화를 스스로의 힘으로 일으키고자 했던 인물, 정세권의 삶과 사상을 입체적으로 조명한 작품이다. 저자는 도시건축학자이자 사회학적 통찰을 지닌 연구자로서, 정세권을 단순한 건축가사업가로 한정하지 않는다. 그는 정세권을 민족 자본과 도시문화의 창조자, 그리고 시대의 구조적 억압 속에서 건축을 통한 독립을 실천한 사상가로 그려낸다. 이 책은 근대 건축의 역사적 전개를 넘어, 일제의 식민 통치 아래서 조선인의 손으로 조선의 집을 짓고자 한한 인물의 철학과 실천을 치밀하게 탐구한 인문학적 기록이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정세권을 건축의 언어가 아닌 시대의 언어로 읽어낸다는 점이다. 그는 근대화의 격랑 속에서 건축이 단순히 물리적 공간의 창조가 아니라, 민족의 정체성을 세우는 문화적 행위임을 실천으로 증명했다. 저자는 정세권의 생애를 당대의 사회경제적 맥락과 긴밀하게 연결하며, 그의 도시개발이 단순한 부동산 사업이 아닌 문화적 독립운동의 연장선에 있었음을 밝혀낸다. 일제의 도시정책이 조선인을 주변부로 밀어내던 시기, 정세권은 북촌·신촌·종암·청량리 등지에 조선인 주거지를 계획적으로 조성하여 민족 자본의 자립을 도모했다. 그는 서양의 건축기법을 도입하되, 그 속에 조선의 미학을 녹여내며 근대성과 전통의 조화를 구현한 건축가였다.

 

저자는 또한 정세권의 사회적 비전과 기업가 정신을 깊이 있게 분석한다. 그는 단순히 건물을 짓는 사업가가 아니라, 건축을 통해 조선인의 문화적 자존을 되찾고자 한 공공적 기업가였다. ‘북촌 주택단지 조성사업은 도시개발이 이윤 중심의 경제활동을 넘어, 공공의 가치와 민족정신을 담아낼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정세권에게 건축은 수익의 도구가 아니라, 조선인의 존엄을 회복하는 수단이었다. 그의 신념은 조선의 집은 조선인이 지어야 한다"라는 단호한 한 문장으로 압축된다. 이는 곧 자주적 근대화의 철학이며, 한국 건축 정신의 뿌리를 이루는 사상적 토대라 할 수 있다.

 

<"우리 민족은 말과 글이 오래전부터 있으나 통일되지 못하였고 사전이 없으니 나는 이점을 깊이 느끼어 말과 글을 통일하여 사전을 완성하는 것을 일생의 사업으로 하겠소"라고 하였습니다. 본문 중에서 196~197>

 

특히 인상 깊은 대목은 정세권의 민족교육과 문화운동에 대한 헌신이다. 그는 건축사업을 통해 얻은 수익을 조선어학회(현 한글학회)에 기부하며, 조선어 사전 편찬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했다. 일제가 조선어를 금지하던 시기에 언어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 재산을 내놓은 그의 행보는, 건축가를 넘어 언어와 문화를 지킨 독립운동가의 면모를 보여준다. 저자는 이러한 행적을 두고 그의 건축은 벽돌이 아니라 신념으로 세워진 것이었다"라고 평가한다.

 

건축왕 정세권이 던지는 교훈은 명확하다. 진정한 건축은 건물이 아니라 인간을 세우는 일이라는 것이다. 정세권의 건축은 미학을 넘어선 윤리이자 철학이었다. 그는 시대의 억압 속에서도 민족의 주체성을 지키기 위해 건축을 무기로 삼았고, 이를 통해 사람이 사는 공간의 존엄을 되살렸다. 저자는 그의 삶을 통해 건축이 단순한 기술이 아닌, 사회적 실천과 윤리의 장이 될 수 있음을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이 메시지는 오늘날 도시개발과 부동산 중심의 건축 담론에 강한 울림을 던진다.

 

건축왕 정세권은 역사서이자 철학서이며, 동시에 오늘의 독자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지는 책이다. “우리는 지금 어떤 공간에, 어떤 신념으로 살아가고 있는가?” 저자는 정세권의 삶을 통해 이 물음을 조용히 되짚는다. 책을 덮고 나면 독자는 한 시대를 살다 간 건축가의 생애에서 단순한 과거의 기록이 아닌, 오늘 우리가 세워야 할 정신의 집을 발견하게 된다.

 

이 책은 건축가뿐만 아니라, 기업가, 교육자, 그리고 공공의 가치를 고민하는 모든 사람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정세권의 삶은 배움과 실천, 이윤과 가치, 개인과 공동체의 균형이 무엇인지를 일깨워 주는 살아 있는 교본이다. 건축왕 정세권은 우리에게 건축의 의미를 넘어, “사람이 세상을 짓는다는 것의 진정한 뜻을 되묻는, 시대를 초월한 성찰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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