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만나는 아즈텍 신화 - 국내 최초 나우아틀어 원전 기반 아즈텍 제국의 신화와 전설 드디어 시리즈 9
카밀라 타운센드 지음, 진정성 옮김 / 현대지성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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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 《드디어 만나는 아즈텍 신화를 읽고서···.

 

드디어 만나는 아즈텍 신화는 오랫동안 오해와 편견에 가려져 있던 아즈텍 문명의 신화를 현대의 시선으로 새롭게 복원하려는 시도이다. 저자 카밀라 타운센드는 단순히 신화를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아즈텍인들이 세상을 어떻게 이해했는지를 그들 스스로의 목소리로 전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식민지 시기 스페인 정복자들의 왜곡된 기록 대신 원주민이 남긴 언어, 구전 이야기, 문서를 바탕으로 아즈텍 신화의 본모습을 되살려낸다.

 

이 책의 가장 큰 의의는 아즈텍 신화를 단순한 옛 전설이 아니라, 인간과 자연, 세계, 공동체에 대한 깊은 철학적 사유의 결과물로 제시한다는 데 있다. 아즈텍 세계관에서 태양은 신들의 자발적인 희생 덕분에 움직이고, 인간은 그 희생에 응답하며 살아가는 존재로 묘사된다. 이러한 관점은 인간이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책임 있게 살아가야 함을 암시한다. 독자는 신화가 곧 윤리였던 시대의 사고방식을 접하게 되고, 오늘날 우리가 잊고 지낸 삶의 근본적인 가치들을 다시 돌아보게 된다.

 

책의 구성은 짜임새 있고 흥미롭다. 각 신화 이야기에는 아즈텍의 역사적 배경이 함께 설명되어 있어, 단순한 줄거리를 넘어서는 깊이를 느끼게 한다.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아즈텍 신들이 전지전능한 존재가 아니라, 실수하고 고뇌하며 때로는 실패하는 모습으로 그려진다는 점이다. 이는 인간 중심적 사고와 연결되며, 독자로 하여금 신화를 통해 자신을 성찰하고 인간 존재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만든다. 신과 인간이 분리된 존재가 아니라 서로 얽혀 있다는 세계관은 서구 신화와는 또 다른 철학적 깊이를 보여준다.

 

<"이들의 이야기는 분노와 고통 속에서 위대하고 창조적인 존재가 탄생하기도 한다는 교훈을 줍니다." 본문 중에서 77>

 

이 책은 서구 중심의 시각을 넘어서, 아즈텍인들 자신이 남긴 기록과 구전 전통을 통해 진짜 목소리를 복원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독자는 피의 제국이라는 편견에서 벗어나, 아즈텍 문화가 지닌 고유한 가치와 세계 해석 방식을 새롭게 접하게 된다. 특히 신화 속에는 인간의 고통과 희생, 재생에 대한 깊은 통찰이 담겨 있다. 예컨대 태양이 매일 떠오르는 현상조차 신들의 자기희생으로 해석되며, 세계를 유지하는 힘이란 결국 희생과 책임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이는 현대 사회의 이기적인 가치관에 던지는 의미심장한 질문이다.

 

저자의 문체는 학문적이면서도 문학적이다. 치밀한 서술 속에서도 독자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며, 낯선 아즈텍 세계에 자연스럽게 이끌어준다. 번역자인 진정성의 유려한 번역 또한 책의 가독성과 전달력을 높인다. 전반적으로 이해하려는 태도가 글 전체를 관통하며, 이는 독자에게 타문화를 바라보는 방식에 대해 근본적인 성찰을 유도한다.

 

이 책이 전하는 교훈은 단순한 신화 지식을 넘어선다. 역사 속에서 억압되고 지워졌던 목소리를 다시 복원하려는 노력, 진실에 다가서기 위한 꾸준한 탐구, 타자와의 공존을 위한 겸손한 태도가 책 전반에 녹아 있다. 이는 다양성과 타자성의 존중이 점점 더 중요한 가치를 지니는 현대 사회에 큰 의미를 던진다. 또한 인간과 자연, 공동체, 희생과 순환의 개념은 기후 위기와 사회적 고립이라는 현대의 문제들에 대한 통찰로 이어진다.

 

드디어 만나는 아즈텍 신화는 과거를 통해 현재를 성찰하게 만드는 책이다. 오랜 시간 왜곡되었던 아즈텍의 목소리를 복원함으로써 독자는 지금껏 접하지 못했던 또 하나의 세계관을 마주하게 된다. 이 책은 신화를 단지 허구의 이야기가 아닌 인간이 살아가는 방식과 철학이 담긴 집합으로 바라보게 만든다. 이 책은 과거와 현재를 잇는 다리이며 동시에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을 다시 묻게 한다. 역사와 신화 인간과 세계에 대한 깊이 있는 사유를 원하는 이에게 의미가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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