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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의 사계
손정수 지음 / 은행나무 / 2025년 8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 《고전의 사계》를 읽고서···.
손정수의 《고전의 사계》는 고전을 사계절에 비유하여 읽는 독특한 형식의 비평 에세이이다. 단순히 고전 작품을 소개하거나 요약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각 작품이 지닌 시대적 의미와 현재적 가치를 감성적이고도 철학적인 시선으로 풀어낸다. 저자는 문학과 인생, 철학과 일상 사이의 연결고리를 섬세하게 짚어내며, 고전을 ‘읽는 것’에서 ‘사는 것’으로 확장시킨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고전을 시간의 흐름 속에 녹여내는 방식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이라는 사계절의 이미지에 맞추어 작품을 배치하고, 각 계절이 상징하는 삶의 국면과 감정 상태를 중심으로 독해를 시도한다. 예를 들어, 봄에는 새로운 시작과 생명력, 여름에는 열정과 성숙, 가을에는 성찰과 결실, 겨울에는 침묵과 죽음을 테마로 삼아 그에 어울리는 작품들을 엮는다. 이러한 배치는 독자로 하여금 고전을 하나의 문학적 사유가 아니라, 삶을 관통하는 ‘경험’으로 받아들이게 한다.
<"내게 고전은 존경과 사랑을 받는 위대한 작품이기 이전에 진지한 한 인간이 자신의 삶의 문제에 언어와 이야기로 대응하고자 했던 의지의 결과로 보였다. 그런 의미에서 고전은 삶의 붓으로 그린 인간과 시대의 초상이라고 할 수 있다." 서문 중에서 6쪽>
특히 주목할 점은 저자가 원작자의 시대적 상황과 작품의 탄생 배경을 치밀하게 짚어준다는 점이다. 각 고전이 어떤 역사적 맥락 속에서 쓰였는지를 설명함으로써, 단순한 텍스트 너머의 깊이를 이해하게 만든다. 그뿐만 아니라 작품과 관련된 영화나 음악 등의 예술적 매체도 함께 소개하여, 고전을 보다 입체적이고 풍부하게 감상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를 통해 고전이 단지 ‘책’으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문화적 층위와 함께 호흡하고 있음을 실감하게 한다.
또한 이 책은 고전에 대한 해석을 일방적으로 전달하지 않는다. 저자는 독자의 사유와 감정의 참여를 유도하며, 작품과의 ‘대화’를 가능하게 한다. 이는 저자가 단순한 비평가가 아니라, 고전을 살아 있는 존재로 대하는 철학적 태도를 지녔기 때문이다. 그는 고전을 과거에 머문 텍스트로 보지 않고, 오늘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사유의 원천으로 여긴다. 그 결과 《고전의 사계》는 문학적 성찰뿐 아니라 자기 성찰의 계기를 마련해 준다.
책을 통해 배울 수 있는 점은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 고전을 읽는 새로운 방법론이다. 단순한 해석이나 줄거리 이해를 넘어, 삶의 감각 속에서 고전을 읽는 경험은 독서의 깊이를 확장시킨다. 둘째, 일상에 밀착된 문학적 감수성이다. 저자는 철학자와 작가의 경계를 넘나들며,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순간들에 문학적 의미를 부여한다. 이는 독자로 하여금 삶과 문학을 분리된 것이 아니라, 상호 반영적인 관계로 바라보게 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겨울’에 해당하는 고전들을 다루는 부분이었다. 저자는 침묵, 상실, 고독과 같은 감정 속에서조차도 문학이 인간을 지탱할 수 있는 힘이 된다고 말한다. 이는 독자로 하여금 삶의 어두운 국면에서도 문학이 줄 수 있는 위로와 통찰을 실감하게 한다. 특히 찰스 디킨스, 카뮈,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등의 작품을 통해 저자가 전달하는 메시지는 단순한 이론이 아니라, 오랜 시간 사유와 독서를 통해 얻은 삶의 지혜로 느껴졌다.
《고전의 사계》는 단순한 고전 입문서가 아니다. 이 책은 고전을 매개로 하여,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계절들을 다시 돌아보게 만든다. 또한 독서가 단지 지식의 습득이 아니라, 삶을 이해하고 내면을 확장하는 일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일깨운다. 고전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 독자에게는 친절한 길잡이가 되어주며, 이미 고전을 좋아하는 독자에게는 더 깊은 감상과 통찰의 여지를 제공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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