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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근담 인생수업 - 흔들릴 때마다 꺼내 읽는 마음의 한 줄 ㅣ 메이트북스 클래식 25
홍자성 지음, 정영훈 엮음, 박승원 옮김 / 메이트북스 / 2025년 8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 《채근담 인생수업》을 읽고서···.
《채근담 인생수업》은 고전의 언어를 오늘날의 감각으로 되살린 책이다. 조선 시대를 포함한 동아시아 지식인 사회에서 널리 애독되던 명나라 문인 홍자성의 『채근담(菜根譚)』을 현대 한국어로 풀어내며, 고전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도 자연스럽게 삶의 문장들 속으로 빠져들게 만든다.
‘채근(菜根)’이란 채소의 뿌리를 의미한다. 곧, 삶의 밑동에 해당하는 평범하고 검박한 순간들 그러나 그 속에서 끓어오르는 인내와 성찰의 지혜를 말한다. “채소 뿌리를 씹을 수 있어야 인생의 참맛을 안다"라는 홍자성의 통찰은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여전히 유효한 경구로 다가온다. 이 책은 짧은 문장을 엮어 ‘하루 한 편 마음을 닦는 인생 수업’이라는 테마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정영훈이 엮고 박승원이 현대어로 옮긴 글들이 삶의 성찰을 부드럽게 이끈다.
특히 이 책은 다음의 여섯 개 주제로 구성되어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1장 ‘마음이 바뀌면 인생이 달라집니다’, 2장 ‘사람과의 관계는 태도에서 갈립니다’, 3장 ‘원칙 있는 삶이 사람의 중심을 세웁니다’, 4장 ‘욕망과 집착을 좇다 보면 결국 길을 잃습니다’, 5장 ‘지나침 없는 조화가 삶의 균형을 만듭니다’, 6장 ‘끝을 알아 내려놓을 때 아름답게 살아갑니다’. 등 이러한 주제 구성은 고전의 철학을 막연한 문장이 아니라, 오늘날의 현실에 밀착된 형태로 전달하려는 의도를 반영한다. 독자는 자신이 처한 삶의 국면에 따라 각 장을 선택적으로 읽을 수 있으며, 그때그때 마음에 필요한 문장을 길어 올릴 수 있다.
<"덕은 베풀되 흔적 없이, 은혜를 주되 기대 없이. 지나친 호의보다는 작은 정성이 감동을 줄 수 있습니다." 본문 중에서 66, 67쪽>
이 책의 특색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생활 속에서 곱씹을 수 있는 교훈의 언어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진실한 마음이 없다면 오든 일은 헛되기 마련이다.”, “남의 허물은 덮고, 내 마음은 덕으로 채웁니다.”와 같은 문구들은 오늘날 경쟁과 속도에 지친 현대인의 마음에 작지만 단단한 울림을 전한다.
둘째, 도덕적 성찰과 인간관계의 균형감을 강조한다. 『채근담』은 유교, 도교, 불교의 사상을 두루 아우르며, 타인을 이기기 위한 꾀가 아니라 자신을 다스리는 내면의 절제에 중심을 둔다. 책은 경쟁보다 조화를, 주장보다 경청을, 억지가 아닌 내려놓음을 권한다. 인간관계에 있어 한 걸음 물러나는 여유가 결국 삶을 더 단단하게 만든다는 메시지가 일관되게 흐른다.
셋째, 스스로를 성찰하게 하는 문장의 힘이 있다. 이 책은 강요하거나 설교하지 않는다. 오히려 한 문장, 한 단락을 읽은 후 독자 스스로가 삶을 되돌아보도록 만든다. 읽는 이의 나이와 경험에 따라 문장의 의미가 다르게 다가오며, 독서는 단순한 정보 습득을 넘어 내면의 대화로 이어진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이 책이 고전을 현대적으로 번역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고전을 통해 오늘의 삶을 비추는 거울로 삼았다는 점이다. “온화한 마음으로 자신을 다스려야 합니다."라는 문장은 특히 빠른 성과를 중시하는 현대 사회에서 삶의 중심을 되묻게 한다. 고전은 결코 낡은 언어가 아니다. 오히려 시간이 흐를수록 빛나는 문장이며, 이 책은 그 진실을 독자에게 조용히 전한다.
또한 《채근담 인생수업》은 고전 초심자에게 매우 적합한 입문서다. 하루 한 문장씩 읽고 묵상하는 구성은 일상에서 고전을 실천하는 방식을 제시한다. 책장을 아무 곳이나 펼쳐도 짧은 문장 속에 긴 여운이 담겨 있어 짧은 시간에도 깊은 사유가 가능하다.
그러나 이 책에는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바로 『채근담』의 원문(한문)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원문이 주는 고전 특유의 운율과 깊이, 해석의 여백은 고전 읽기의 중요한 즐거움 중 하나다. 현대어로 풀어쓴 문장은 친절하고 읽기 쉬우나, 원문이 함께 제시되었더라면 독자의 사유의 층위가 더 넓어졌을 것이다. 특히 원문과 해석을 나란히 비교해 보는 것이 고전을 공부하는 독자에게는 의미 있는 독서 방식인 만큼, 이 부분은 다음 개정판에서 보완되기를 기대하게 된다.
《채근담 인생수업》은 단순한 명상서가 아니라, 고전이라는 렌즈로 일상의 태도를 돌아보게 하는 인문서이다. 조용히, 그러나 꾸준히 삶의 중심을 세워주는 문장들이며, 바쁜 일상 속에서 품격과 절제를 잃지 않도록 도와주는 조용한 안내자와도 같다. 삶의 태도를 바꾸고 싶은 이, 혹은 내면의 뿌리를 다시 세우고자 하는 이에게 좋은 동반자가 되어줄 책으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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