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내가 죽는 날 - 존엄사의 최전선에서, 문화인류학자의 기록
애니타 해닉 지음, 신소희 옮김 / 수오서재 / 2025년 7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 《내가 죽는 날》을 읽고서···.
《내가 죽는 날》은 소설이 아닌 논픽션으로, 말기 암 환자나 시한부 인생을 살아가는 이들이 ‘자신의 방식으로 삶을 마무리할 권리’에 대해 사려 깊고 정직하게 다룬 책이다. 존엄사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가운데 오랜 시간 ‘조력 사망’과 ‘죽음에 대한 권리’ 운동에 관여해 온 저자가, 실제 사례와 경험을 바탕으로 구성한 이 책은 단순히 의료적 결정을 넘어서 윤리, 철학, 감정, 가족의 갈등 등 복합적인 차원을 탐색한다.
이 책의 특징은 한 개인의 시선을 넘어서 다양한 시선과 목소리를 균형 있게 담아냈다는 데 있다. 단순히 ‘죽을 권리’를 주장하거나 미화하지 않고, 실제 존엄사를 신청한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고통, 삶의 질, 타인의 판단 사이에서 우리가 놓치기 쉬운 질문들을 조명한다. 말기 암, 퇴행성 신경 질환, 만성 통증으로 고통받는 이들이 어떻게 결정을 내리고, 가족과 의료진은 그 과정을 어떻게 수용하거나 갈등하는지를 차분하게 서술한다. 이는 독자에게 ‘죽음을 말할 때, 삶을 얼마나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는가’라는 근본적인 물음을 던진다.
저자는 특히 죽음을 앞둔 사람들이 보여주는 침착함과 존엄, 그리고 그들이 마지막 순간까지 남기고 가는 메시지에 깊이 집중한다. 단순한 절망이나 두려움이 아닌, 스스로의 고통을 줄이고 인간다운 삶을 유지하기 위한 ‘결단’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독자로 하여금 그 무게를 직면하게 만든다. 이들의 이야기는 각기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내 삶의 마지막은 내가 선택하고 싶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준다.
<"존엄성을 누가 정의할까요? 죽어가는 사람이 정의해야죠. 내가 그의 존엄성을 정하는 게 아니에요. 환자의 존엄성을 정의할 수 있는 사람은 그 자신뿐입니다." 본문 중에서 165쪽>
책에서 감명 깊은 대목은 ‘죽음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주변을 정리하고, 사랑을 표현하며, 떠난 후의 삶까지 염려하는 모습이다. 이는 죽음을 회피하거나 비극으로만 바라보는 시선에 일침을 놓으며, 오히려 ‘죽음을 받아들이는 태도’가 얼마나 삶을 깊이 있게 만드는지 알려준다. 특히 저자가 소개한 가족들의 내면적 갈등과 이후의 치유 과정은, 남겨진 자들의 고통이 얼마나 큰지를 이해하게 하며, 존엄사라는 선택이 결코 개인의 문제만은 아님을 보여준다.
이 책은 하나의 주장이나 해답을 강요하지 않는다. 그 대신 독자 스스로가 ‘삶의 마지막’에 대해 스스로 질문하게 한다. 우리는 과연 어떻게 죽고 싶은가? 그리고 누군가의 죽음을 어떻게 존중할 수 있는가? 생명을 무조건 지키는 것만이 정답일까, 아니면 인간다운 삶의 마무리를 선택할 자유도 필요한 것일까? 이 책은 그 어떤 철학적 논문보다 생생한 사례와 따뜻한 시선으로 이 질문들을 던진다.
《내가 죽는 날》은 죽음을 직면한 이들과 그 주변인들의 이야기를 통해, 죽음이 곧 삶의 또 다른 이름임을 일깨운다. 그것은 단지 ‘끝’이 아니라, 남은 시간을 어떻게 살아내느냐에 대한 물음이며, 타인의 고통을 어떻게 공감하고 존중할 것인가에 대한 윤리적 성찰이다. 이 책은 조용하지만 강한 울림으로, 독자에게 말한다. 존엄한 죽음은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온 시간의 연장선이며, 그 선택에는 누구보다 깊은 삶의 이해가 담겨 있다고.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죽음을 말하지만, 이 책은 결국 ‘삶을 어떻게 살 것인가’를 되묻는 책이다.
#수오서재 #애니타해닉 #내가죽는날 #삶과죽음 #임종 #죽음 #종교 #호스피스 #존엄사 #인스타그램 #무농 #무농의꿈 #나무나루주인 #감사한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