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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의 일기장 - 백문백답으로 읽는 인간 다산과 천주교에 얽힌 속내
정민 지음 / 김영사 / 2024년 12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 《다산의 일기장》을 읽고서···.
《다산의 일기장》은 조선 후기 실학자 정약용의 삶을 그의 일기를 통해 조명하는 책이다. 책은 정약용이 정치적 격변 속에서 사학삼흉(邪學三兇)으로 몰려 지방으로 좌천된 후 어렵게 상경했으나 다시 외직으로 밀려나는 과정에서 겪은 내면의 갈등을 조명한다. 학자로서 지적 탐구를 멈추지 않으면서도, 정치가로서 현실의 벽에 부딪히며 고민했던 흔적이 일기 곳곳에 남아 있다. 조선 사회를 뒤흔든 서학(西學)에 대한 논쟁 속에서, 그는 종교적 혼란과 시대적 모순을 직시하면서도 자신의 신념을 지키고자 했다. 저자는 그 시기 다산이 남긴 네 편의 일기 속 복잡한 내면을 읽어내고 풀어내어, 독자가 그의 사유와 고뇌를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다산을 지방 발단 관리로 내친 정조의 본심은 무엇이었는가? 책 뒤표지>
이 책은 정약용이 강진 유배 이전, 정치적으로 격변하던 시기에 남긴 일기들을 중심으로 구성된다. 이 책에 수록된 일기는 다산이 33세이던 1795년 5월, 조정이 주문모 신부 검거에 실패하면서 다산이 금정찰방으로 좌천되었던 5개월간의 기록인 《금정일록》, 1796년 금정에서 한양으로 돌아온 뒤 3개월여간 쓴 《죽란일기》, 같은 해 11월 16일 규영부 교서관으로 복귀하면서 이틀간 기록한 《규영일기》, 그리고 35세 때인 1797년 6월 동부승지로 제수받은 날부터 곡산부사로 떠나기 직전 보름간 쓴 《함주일록》을 포함한다. 저자는 이 일기들을 백문백답 형식으로 정리하여 독자들이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했으며, 관련 자료를 부록과 주석으로 상세히 수록하여 가독성을 높였다.
서술 방식은 설명과 해석이 조화롭게 배치된 것이 특징이다. 저자는 정약용의 원문을 인용한 후, 그 의미를 풀어 설명하고, 역사적 맥락을 더한다. 특히, 젊은 시절 다산이 서학(西學)과 관련하여 겪었던 시대적 모순과 갈등, 그리고 그 속에서의 고뇌를 일기 속 행간에 숨은 글을 통해 찾고자 한다. 이를 통해 독자는 단순한 역사적 사건을 넘어, 다산이 내면에서 치열하게 고민했던 지점까지 엿볼 수 있다.
가장 인상적인 점은 정약용의 끊임없는 자기성찰과 학문에 대한 태도이다. 그는 좌절 속에서도 공부를 멈추지 않았고, 현실을 냉철하게 인식하며 변화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다. 특히, 정치적 신념,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 등이 솔직하게 드러나 감동을 준다.
<"나아갈 만해서 나아가되, 나아감을 공손함으로 삼고, 나아가지 않을 만해서 나아가지 않더라도 나아가지 않음을 공손함으로 삼습니다. '할 만함(可)'이 있는 곳이 바로 공손함이 있는 곳입니다." 부록 543쪽>
책이 주는 교훈은 명확하다. 시련 속에서도 자신을 단련하고, 학문과 실천을 게을리하지 않는 태도가 결국 삶을 빛나게 만든다는 점이다. 정약용의 일기는 단순한 과거의 기록이 아니라,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삶의 지침이 된다.
특히, 그는 정치적 박해와 시대적 혼란 속에서도 기록하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단순한 개인의 일기가 아니라, 자신이 직면한 현실과 시대를 분석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학자적 태도를 견지했다. 생각을 정리하고 후대에 남기는 것은 곧 학자의 사명이자 실천이었다. 이러한 점에서 다산의 일기는 단순한 회고록이 아니라, 시대와 소통하려는 지식인의 태도 그 자체로 의미가 크다.
《다산의 일기장》은 688페이지에 달하는 일명 ‘벽돌책’이다 보니 처음 들었을 때는 부담스러웠다. 그러나 책의 서술 방식과 저자의 문체가 간결하고 가독성이 좋아 걱정과 달리 비교적 편하게 읽을 수 있었다는 점이 다행스럽다.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정약용이 남긴 기록을 통해 한 시대를 살아가는 태도를 배울 수 있으며, 역경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지적 자세와 실천력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그의 글을 통해 독자는 기록하는 것의 힘과 중요성을 깨닫게 된다. 시대를 막론하고,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공유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느끼게 해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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