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기억한다는 착각 - 나는 왜 어떤 것은 기억하고 어떤 것은 잊어버릴까
차란 란가나스 지음, 김승욱 옮김 / 김영사 / 2025년 3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 《기억한다는 착각》를 읽고서···.
《기억한다는 착각》은 기억에 대한 우리의 통념을 뿌리째 뒤흔드는 책이다. 기억은 과거를 저장하는 수동적 기록이 아니라, 현재의 감정과 상황에 따라 끊임없이 재구성되는 능동적 작용임을 설명한다. 저자 차란 란가나스는 뇌과학, 심리학, 인지과학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우리가 믿고 있는 ‘기억의 진실’이 얼마나 왜곡되고 불완전할 수 있는지를 다양한 실험과 사례로 생생하게 전달한다.
이 책은 과학적 이론을 쉽게 풀어내는 것이 특징이다. 복잡한 뇌의 작동 원리를 일상의 경험, 법정 사례, 역사적 사건과 연결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같은 사건을 본 사람들이 다르게 기억하거나 시간이 흐르며 기억이 왜곡되는 현상을 실험으로 설명하고, 그 원인을 뇌의 작동 메커니즘에서 찾아낸다. 저자는 다양한 연구, 임상 사례, 학술회의 발표 등을 통해 뇌와 기억의 작동 원리를 구체적으로 설명하며, 특히 기시감(데자뷰 deja vu)은 주변 후피질의 자극에 의해 유도되며, 기억은 복사되거나 편집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또한 형사들의 신문 기법인 ‘리드 기법’이 용의자의 기억을 얼마든지 오염시킬 수 있다는 실제 사례는 충격적이다. 인간은 정확한 과거를 기억한다기보다, 누군가의 암시에 따라 자신도 모르게 ‘가공된 기억’을 진짜로 믿게 되며, 그 기억이 사회적 죄악이나 누군가에 대한 편견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경고한다.
저자는 인간이 기억을 통해 정보를 전할 때 ‘부정성 편향’을 가지며, 긍정보다 부정적인 정보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말한다. 이로 인해 사회적 기억 전달에 왜곡이 생기고, 반복 노출된 가짜 뉴스는 진실처럼 받아들여지는 인지적 오류가 발생한다. 책은 이러한 기억의 맹점을 과학적으로 설명하고, 왜곡된 기억이 인간관계, 학습,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을 짚는다. 이를 통해 우리는 기억의 불완전함을 인정하고, 자신을 성찰하는 통찰을 얻는다. 기억은 자아의 일부이며, 그 자아의 흔들림은 불안이 아니라 성장의 기회가 된다. 특히 저자는 진정한 공감과 이해는 ‘기억을 의심하는 태도’에서 시작된다고 강조하며, ‘나는 틀릴 수 있다’는 겸손한 인식이 더 나은 소통과 관계로 이끄는 열쇠임을 전한다.
<"다양한 사람들에게서 교훈을 얻고 그들과의 공통점을 찾다 보면, 역사 속 '갖가지 주장의 시장'에서 경쟁을 벌이다 사라졌을 다양한 시각이 우리에게 좋은 것을 안겨 줄 것이다." 본문 중에서 316쪽>
흥미로운 점은 이 책이 단순한 과학서를 넘어, 인간 존재의 본질을 성찰하게 만드는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는 것이다. 기억은 단순한 정보 저장의 수단이 아니라, '나'라는 존재를 구성하는 정체성의 핵심이며, 그 기억이 유동적이라는 사실은 삶을 바라보는 깊은 사유로 이어진다.
이 책은 기억이라는 개인적 경험을 넘어 사회적 현상까지 폭넓게 조망하며, 뇌과학을 통해 인간 본성과 삶을 깊이 들여다본다. 이 책은 과학적 지식을 넘어, 자신과 타인을 더 깊이 이해하도록 돕는 철학적 안내서다. 기억을 의심할 줄 아는 사람이 결국 더 진실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메시지가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다.
《기억한다는 착각》은 단지 ‘기억’에 대한 책이 아니다. 자신을 돌아보고, 타인을 이해하며, 세상을 새롭게 바라보는 시선을 열어주는 지적 여정이다. 기억을 기반으로 살아가는 우리의 일상을 다시 점검하고 싶은 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김영사 #기억한다는착각 #차란란가나스 #기억력 #전전두엽 #디폴드모드네트워크 #서파수면 #급속안구운동수면 #무농 #무농의꿈 #나무나루주인 #나무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