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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알던 사람 - 알츠하이머의 그늘에서
샌디프 자우하르 지음, 서정아 옮김 / 글항아리 / 2024년 8월
평점 :
◆ 《내가 알던 사람》을 읽고서···.
《내가 알던 사람》은 심장 전문의이자 작가인 샌디프 자우하르가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아버지를 돌보며 겪은 혼란과 성찰을 담은 자전적 에세이다. 저자는 의사로서 병의 진행과 신경학적 변화를 설명할 수 있지만, 아들로서 아버지가 자아를 잃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복잡한 감정을 경험한다. 이 책은 기억과 정체성, 그리고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며, 독자로 하여금 치매 환자를 돌보는 일이 주는 심리적, 감정적 고통을 깊이 체감하게 한다.
책은 두 가지 흐름으로 서술된다. 하나는 아버지의 병세가 악화되는 과정을 시간순으로 기록하여 알츠하이머병이 어떻게 사람의 기억과 인격을 변화시키는지 생생하게 보여준다. 또 다른 흐름은 저자 자신의 내적 고백과 감정적 성찰이다. 의사로서 객관성을 유지하려 하지만 아들로서의 감정과 기억이 이를 방해하고, 그는 이 상반된 두 역할 사이에서 갈등을 겪는다. 이러한 서술 방식은 독자가 치매로 고통받는 가족을 돌보는 일이 얼마나 감정적으로 힘들고 복잡한지를 느끼게 한다.
<"목표를 향해 꾸준히 나아가라. 목표에 도달하고 도달하지 못하고는 중요하지 않다. 성공은 여정이다. 목적지가 아니다." 본문 중에서 72쪽>
이 책의 특징 중 하나는 저자가 의료 전문가로서 알츠하이머병의 발병 원인과 증상을 설명하면서도 이를 가족의 시선에서 풀어낸다는 점이다. 치매 간병은 단순한 병리학적 이해만으로 해결되지 않으며, 가족들은 병으로 인해 사라져가는 환자의 자아와 추억을 바라보며 점차 심신이 지쳐간다. 저자는 이러한 고통을 통해, 사랑으로 이어진 관계라 하더라도 치매 간병이 인간을 어떻게 소진시키고 고립되게 만드는지, 때론 황폐한 감정의 상태로 몰고 갈 수 있음을 사실적으로 드러낸다.
저자가 아버지의 기억이 희미해지며 점차 낯선 사람처럼 변해가는 모습을 받아들이는 과정은 특히 인상적이다. 의사로서의 전문 지식을 넘어 아들로서의 상실감과 슬픔, 아버지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진솔하면서도 절제된 감정으로 표현되며, 이는 치매와 같은 질환이 환자와 가족 모두에게 얼마나 참담한 길일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또한 가족을 돌보며 그들 역시 자신도 모르게 소진되는 과정을 사실적으로 그려냄으로써 치매 환자 가족의 어려움과 외로움을 공감하게 만든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독자에게 삶의 불확실성, 기억의 유한성, 그리고 사랑의 힘을 사색하게 한다. 아버지를 간병하며 그는 '기억이 사라져도 남아 있는 사랑과 유대는 과연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기억이 사라진 후에도 남아 있는 관계의 의미를 되새긴다. 책은 치매로 인해 가족이 겪을 수 있는 상실감과 슬픔을 존중하면서,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내적 힘과 사랑의 본질에 대한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달한다.
저자의 글은 따뜻하면서도 절제된 감정 표현이 돋보이며, 의사로서의 전문 지식과 아들로서의 감정이 조화를 이루어 독자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그는 치매 간병이 환자뿐만 아니라 돌보는 이의 인간성마저 황폐하게 만들 수 있음을 직시하면서도, 기억 이상의 가치를 지닌 가족의 사랑을 재확인하며 책을 마무리한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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