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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일기장 ㅣ 창비아동문고 263
전성현 지음, 조성흠 그림 / 창비 / 2011년 5월
평점 :
내 나이 13살때 나는 어떤 고민를 안고 있었을까?
병 투병중인 아빠가 늘 안방 아랫목에 자리잡고 누워계셨고.....내 밑으로 동생들 넷을 건사한다고
나는 친구들과 제대로 어울리지도 못했던 기억이 난다. 김 달랑 한장 연탄불에 구워서 5명이서 나눠서 간장에 찍어서
거의 핥아먹다시피.. 때로는 뭐 만큼 잘라서 간장만 듬뿍 찍어서 밥에 싸서 먹었던 기억이 난다.
행여 연탄불이 꺼지면 석가탄 살 돈이 없어서 동생들을 시켜서 집근처 온동네 가게란 가게엔 죄다 외상을
걸쳐놓고.. 일 갔던 엄마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렸던... 가끔 그 부끄러움이 싫어서 동생들에게
심부름을 시키면 동생들도 싫다며.. 도래질 칠때 거의 윽박지르다 싶이 하면서 그럼 밥 못먹는다고
얼음장을 놓고서야 대신 외상을 보냈던...
그 시절 내게 소원이 있다면... 제발 석가탄 좀 안 샀으며 좋겠다... 외상 좀 안 했으면 좋겠다.
우리집이 영세민이 아니였으면 좋겠다..동사무소에 라면 박스 타서 오다가 친구들과 제발 좀 마주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김 한 사람앞에 한장씩 구워서 밥 먹을수 있었으면 좋겠다. 아빠가 차라리 빨리 돌아가셨으면 좋겠다.
그런걸 소원이랍시고.. 열심히 빌고 또 빌었던 것 같다..
너무 오래 아프셨던 아빠가 어느 새 귀찮아지고 짐처럼 느껴졌던 내가 지금 생각해보면 참 철없고
한심하게 느껴지지만... 그땐 그랬었다..
나의 13살........
어쩜 책 속 주인공.. 지우와 꽤나 닮아 있어 보인다..
"어떤 사람은 가난이 불편할 뿐인 거라고 말해,하지만 가난을 생활로 겪어 보면 불편한 정도에서
그치지 않아,마치 내가 감당해야 할 운명인 것처럼 나를 짓눌러서 무척 힘들지.작이진 운동화지만
불편하다고 해서,신기 싫다고 해서 벗어 버릴수도 없는 것처럼 말이야" 라고 준호 일기장에 댓글을
달아 놓은 지우 글을 읽으면서... 참 마니 공감한 걸 보면 말이다..
요즘 아이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살고 있을까.. 하루가 다르게 빠르게 성장하는 아이들의 신체변화와
더불어 아이들 생각마저도 우리때와는 너무 다르게 빠르다고 하니 내가 행여나
우리때는 이랬으니..재들도 그렇겠지 지레짐작해버리면 나도 구시대적 사람이 되어버릴까봐
좀 더 공감하는 어른으로 남아있고 싶었는데... 이 책을 읽다보니.. 요즘 아이들의 맘을
엿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준호의 일어버린 블루 일기장을 통해서 서로 교감하고 맘을 어루만져주면서 자신의 맘까지 터 놓게 되는 이 이야기는
심장과 폐를 연결해주는 동맥이 없어서 심장수술을 자주 하게 되고 당연히 학교도 가끔 나오지 않고
나오게 되더라도... 체육시간은 뛰는 걸 생각도 못하고...
계단 오르는것 조차 부담스러운.. 건강하지 못한 자신이 버겨운 준호
갑작스러운 사고로 아빠가 돌아가신후 언니와 엄마와 함께 살고 있는데
커진 발에 맞는 운동화하나 변변하게 살수 없고 가슴이 커져 속옷을 착용해야하는데도 딸아이의
신체적인 변화에 신경써주지도 못할 정도로 생계에 매달려야하는 엄마와 그 현실에서
벗어날수 없음이 답답한 지우
자궁절제수술후 늘 우울해하는 엄마가 모델을 꿈꾸는 딸에게 다른 엄마들처럼 든든한 서포터즈가 되어주기는 커녕
늘 방에만 있고.. 뜬금없는 소리만 하고 자신만의 세계에 틀어박혀 있어서
결국 엄마한테 모델면접 보러간다고 몸매를 드러나게 할 속옷을 사달라 소릴 못하고 훔치게 되는 세희
지금은 말랐지만.. 나중엔 정말 몸짱이 되고 싶은 아이.. 그런데..길을 가다가 엄마가 왠 젊은 남자가 다정하게 웃고 떠드는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데 알고 봤던 그 형은 자신의 엄마가 지금의 아빠를 만나기 전에 낳은 아들이고...
자신은 재혼을 해서 낳게 된 아이들임을 알게 되고 힘들어하는 전학생 동현이..
그리고 늘 모범생에 문제가 없었는데
초경을 맞은 것을 모른채 학교생활하다가 바지에 피가 묻은걸 아이들이 다 봐버려서
자신의 신체적인 변화에 감당이 안되고 아이들에게 챙피해서 위축되어버리는 혜진
그리고 이반의 모든 아이들과 번번히 마찰을 일으키게 되는 일진 성태
이 아이들이 준호의 블루 노트를 발견하게 되면서 준호의 힘들어하는 글 아래에
자신들의 이야기를 풀어놓으면서 준호의 맘도 어루만져주고.. 글을 쓰면서 자신도 스스로 치유해가는
그런 이야기이다...
총 186페이지로 꽤나 페이지감이 있지만.. 또래 아이들이라면 누군가의 비밀일기장을 몰래 훔쳐보는 것 같은
기분으로 묘한 끌림에 빠져들어서 순식간에 읽어버리지 않을까 싶다.
다들 다른 상황속에서 힘들어하고 자신만 이런 생활을 하는 건 아닐까 자책하기도 하고 방황하기도 하지만.
아이들은 준호의 블루일기장에 자신의 이야기를 조금 털어놓으면서 스스로 무엇이 자신에게
맞는 해답인지를 준호의 맘을 다독여주면서 찾아가는 것 같다.
겉으로는 아직 아이 같고.. 때론 답답해보이더라도 우리 아이들도 이렇게 스스로 자기안에
해답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어른들이 단정 지어서 그 아이를 판단하고 결론 지어버리지 않는다면
준호는 분명 건강하게 커서 스포츠카를 타고 열심히 달릴것이고..
지우는 가난이 힘들고 버겹지만.. 그렇다고 자신의 꿈까지 꾸지 않는 일은 없을 것이다.
세희도 웃자라버린 배추가 꽃을 피우는 것을 엄마와 보면서 남하고 다르다고 해서
쓸모없는 것이 아니라.. 특별할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듯
동현이도 분명 몸짱이 되어서 그 형과 재회를 하게 되겠지..
달라지는 몸을 감당하지 못해 힘들어했지만.. 결국 자신을 몸을 세상 무엇보다
소중하게 생각하기로 맘 먹은 혜진이처럼 말이다...
모두 그렇게... 그렇게... 별탈없이.. 그렇게 어른이 되어가겠지...
그 다섯아이들에게 작은 화이팅을 보내본다..
그리고 성태에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