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학교가 문을 닫았어요 ㅣ 익사이팅북스 (Exciting Books) 51
박효미 지음, 김유대 그림 / 미래엔아이세움 / 2014년 1월
평점 :
품절
아이가 어느 날 학교에서 지구 온난화를 배웠다면서
지구를 지키는 방법
1. 물을 절략한다.
2. 전기를 아껴쓴다.
3.비누를 쪼끔만 쓴다.
4. 쓰레기를 주린다.
하고 적어 놓고 지적을 한다면 어떻게 하시렵니까?
저 같아도 이 엄마처럼 젤 먼저 틀린 글자 고쳐주기 바쁘고
엄마를 따라다니며 온난화를 막기 위해서는 실천해야한다고 닥달을 해대면
아이 말을 귀 담아 듣기 보다 아이부터 바로 잡으려고
저렇게 코멘트를 달 것 같아요..
너나 똑바로 하라면서
어린이가 지구를 지키는 방법해서
돈을 절약한다. 학용품을 낭비하지 않는다. 등등 적어줄 것 같아요.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보다보니.. 생각이 많아지더라구요..
엉뚱하기 짝이없는 황당한 아이들의 상상력을 잘 써 놓은 책이겠거니
하고 단정짓고 접하기 시작하는 제 마인드부터가 이미 많이 찌들었다는 증거겠죠?
아 ! 나는 아이들의 눈 높이에서 무언가를 할 수 있는 감정이 아니구나
싶은 것이 가슴이 많이 아파오고
그런 엄마 밑에서 크고 있는 우리 아이들이 살짝 안쓰럽게 느껴지는 순간이였어요..
늘 지적하기 바쁘고... 늘 틀린 것을 바르게 가르쳐야만 할 것 같은 학부모의 입장에서
아이들의 엉뚱한 생각, 말 , 행동들을 무시하고 우습게 생각했던
저 스스로를 용두동에 사는 엉뚱하다 못해 엄마 속을 매일 뒤집는
용희를 통해서 아이들의 마음을 다시금 들여다 보게 되네요.
아이를 아이답게 키우는 게 가장 어려운 것 같아요.
요즘 아이들은 복받은 세대이기도 하지만
그 만큼의 기회제공이 많은 대신 그들이 해 내야하는 것들도 많기에
이미 아이답다는 말 조차 무색하게 느껴질 때가 많잖아요.
벌써 어른보다 더 많은 걸 알고 있고
너무나 현실적인 아이들을 보고 있노라면
이런 아이들에게 창의력을 키워줘야 한 답시고.. 설치고 다니는
제 자신이 많이 부끄러워진답니다.
용을 잡으로 간다고 말하는 김용희 ...
우리의 아이가 용을 잡으러 간다고 한다면 얼만큼 용납하실 수 있으세요?
전 절대 용납못할 것 같아요.. 헛소리 좀 하지말라고
아이의 상상력을 싹뚝 잘라버리겠죠?
그림만으로도 충분히 자유분방하고 엉뚱함이 느껴지시나요?
그림작가 김유대 특유의 익살스러움이 그대로 묻어나더라구요.
덕분에 주인공 김용희를 좀 더 발랄하고 엉뚱하게 들여다 볼 수 있었서 좋았어요.
늘 모자라 보이고 머릿속에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어떨 땐 한심하게 여겨져서
이 아이를 잘 자라게 해주고 위한 답시고 내가 너무 나만의 사고 방식으로
아이들앞에 서 있었던 건 아닌가 싶네요.
아이들도 아이들만의 변명의 여지가 있는데..
너무 어른들말만 듣고 있어야 하는 불합리함 ...
안돼..안돼...안돼..
우리 아이들이 하면 안되는 게 너무 많죠..
어른들은 그걸 규칙이라는 이름으로 또 훈육시키려고 하고...^^;;;;
너무 내 틀안에만 가둬놓고 가르쳐보려고 했던 내 아이의
그 모든 특별하기 짝이 없었던 독특한 행동들, 말들 그 모든 것들이
조금은 이해가 되고 잠시나마 아이의 세상속으로 빠져들게 되었답니다.
가끔 어른들도 이런 아이들의 세상 속에서 함께 고민하고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용을 잡는 답시고..
동네 빈 공터에서 꼬챙이와 그물자루를 들고 설치고 다니고
지구를 지키는 방법을 적은 종이를 들고 다니면서
지구가 건강해지라고 앞 장 서는 용희의 모습에서 내 아이의 모습이 겹친다면
그 아이는 그래도 동심을 잃지 않은 행복한 아이다 싶어져요..
엉뚱한 것 같지만 그래도 용희의 행동들에는 다 이유가 있고
타당성이 있고 목표의식이 있거든요.
내 아이에게 오늘 필요한 게 뭘까요?
곰곰이 생각해 보아요. 아이들의 상상의 세계는 어른이 생각할 수 만큼 큰데
우린 너무 가르치기에 급급했던 것 같아요.
무조건 가르치려고 하는게 아니라. 아이를 먼저 이해하고
인정해주고 함께 공감해주는 마음이 엄마들에게 먼저 필요한데 말이죠.
재치와 상상력이 풍부한.. 아이 그 자체인 김용희와 만남에서
아이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는 마음을 열어두게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