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속에서 만난 화가들 - 동화로 읽는 서양 미술 이야기
박수진 지음, 이고은 그림 / 사계절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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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과 음악은 왠지 좀 특별한 사람들이 즐기는 고급스러운 문화라고 생각이 들었다.

좀 더 여유가 있고 좀 더 잘 살거나.. 아님 그림이나 음악 분야를 전공하는 특권층 만이

누리고 즐길 수 있는 거라고 말이다. 행여나 미술전시회 관람을 어떤 사람이 간다고 말을 하면

뭘 좀 알고 가는지 의심부터 들었고.. 뭐 그림이 거기서 거기인 것을

뭘 그리 많은 걸 알아야 한단 말인가? 하는 질문을 내게 던진 적도 많았다.  

하지만 아이를 키우다보니 자연스럽게 유명한 그림들로 부터 조금씩 노출이 되게 되고

ebs방송을 통해서 한편씩 듣는 미술작품 설명이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게 다가오면서부터

그림관련 책들도 예사롭게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그림속에서 만난 화가들이라는 책들을 접하면서 더욱 그 재미가 더 해진다.

동화로 읽는 서양 미술 이야기라고 하니 아이들이 읽기에도 큰 부담이 없겠다 싶었다.

무언가 그럴까하게 대단하게 어렵게 포장해놓은 책이라면 그냥 읽다가 한쪽 구석에 던져놓지 뭐..

그런 생각으로 펼쳐든 이 책은 생각보다 흥미로움이 배가 되어 간다.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고 호기심이 많은 6학년 고집쟁이 하나와 시공간을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는

우체부아저씨의 만남을 통해서 읽는 독자들은 이들과 함께 그 옜날 화가들의 생활속으로 풍덩

빠져들수 있게 되니... 어느 하나 신비하지 않고 재미있지 않은 그림이 없다.

평소에는 이게 뭐야? 하고 지나쳤을지도 모르고 아님 작가 이름과 제목을 외우기에 급급했을 지도 모르는

그림들에게 스스로 이야기를 생각하게 만들수 있는 나를 보고 있노라니 적지 않게 놀라게 된다.

 

요 그림은 브뤼헐의 <아이들 놀이> 라는 1560년대 목판에 유채 작품이다.

단순히 보면 그냥 사람들이 뒤엉켜 있는 것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이들 마다 어떤 한가지씩의 놀이에

빠져있는 모양새를 하고 있다.
무슨 놀이를 하고 있는지 딸아이와 함께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지만... 더 놀라운 것은


 

이렇게 책속에서는 그림에 번호를 부쳐가면서 어떤 놀이를 하고 잇는지 코멘트를 달아놓은 대목이 인상적이다.

어? 이건 어떤 놀이일까? 에라 모르겠다 하고 다음 페이지로 넘어갈수도 있으련만...

끝까지 스스로 놀이에 이름을 부쳐보게 되고 맞나 안맞나 싶어서 찾아보게 된다.
브뤼헐 선생님의 화실까지 들어가게 되는 하나는 선생님이 직접 작업하는 모습도 들여다보는데

75가지 놀이가 그림속에 있다는 것도 찾아낸다.


 

피터르 브뤼헐에 대한 간단한 이력도 소개해주고 있어서 책을 읽으면서 화가를 이해하는데 도움도 얻는다.

 

브뤼헐/브론치/보티벨리/티치아노/뒤러/레오나르도 다빈치/반에이크/마네/벨라스케스/마그리트의 작품들과

이야기가 가득 실려 있는데 나는 그중에서도 반에이크의 작품이 흥미롭게 와 닿는다.

반에이크 선생을 찾아간 하나는 안료를 만드는 과정을 보면서 요즘처럼 유화물감을 테레빈유와 린시드유에 섞어서

바로 사용할수 있는 방식이 얼마나 편한 것인지를 깨닫게 되는데 선생님이 설명해주는 프레스코화와 템페라화도 흥미롭다.

프레스코화는 석회를 반죽하여 바른 벽이 마르기 전에 물로 녹인 안료로 그리는 프레스코 기법으로 그린 그림이고

(석회 벽이 마르기전에 그려야하기 때문에 빨리 그려야하고 그리고 난뒤 잘못된 부분의 수정이 어렵다)

템페라화는 아교나 계란 노른자로 안료를 녹여 만든 불투명한 물감으로 그린 그림으로 석회 벽뿐 아니라 확폭에도 직접 그릴수 있고

솜세하게 묘사할 수 있는 기법이다.

둘다 쉽게 굳어버리기에 빨리 그려야하는 단점 있는 반면 유화는 안료를 기름에 개어서 쓰기에 천천히 그릴 수 있고

더욱 세밀하게 묘사할 수 있다.

반 에이크 선생님은 결혼식을 치르는 부부의 모습을 그린 그림인지 아니면 단순한 부부초상화를 그린 그림인지를

알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해주는데 그림 한가운데 적힌 글자가 라틴어로 적혀 있다고 한다.

"반에이크 여기 있었노라. 1434" 아르놀피니 부부의 결혼식 증인이였기에 ..

그리고 결혼을 상징하는 물건들을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한데 왼쪽에 벗어놓은 신발은 이들이 맨발로 성스로운 장소에서

신성한 서약을 하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고 천장의 샹들리에서 타고 있는 촛불은 축복받은 방임을 말해준단다.

개는 부부의 정절을 상징하고 창가와 나무 서랍위에 과일은 아담과 이브가 원죄를 짓기 이전의 술결함을 암시한다고 하니

정말 그림에 많은 뜻이 담겨져 있는 것 같다.


 

그리고 특히나 볼록 거울안에 모습들.. 그림에는 없는 신랑 신부의 방 앞쪽의 풍경과 방전체의 모습을 통해서

증인으로 서 있는 반에이크의 모습도 보인다.

여러점의 그림을 그려주면서 알게 된 아르놀피니가 어느새 친구가 되고 그 친구가 결혼식 증인되어 달라고

부탁을 하자 흥적 남기기를 좋아하는 반에이크가 결혼선물로 이 그림을 그려준거라고 하니

그제서야 이 그림이 그냥 부부초상화가 아니라 결혼식의 모습임을 확신하고 이해하게 된다.

 

언어가 의사소통과 자기 표현을 위한 수단인 것처럼 그림 역시 그러다하다는 것을

독자들은 자연스럽게 알아가는 기회를 이 책을 통해서 갖게 될 것이다. 내가 그러했던 것처럼 말이다.

그림을 보는 방법도 다양하다는 것을 알게 되어 시각적 눈도 키울 수 있는 기회가 되는데..

그냥 미술 전시회에 가면 슥슥 하고 지나쳤던 그림들을 이젠 좀 더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보면서

소통할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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