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손님과 어머니 아이세움 명작스케치 6
주요섭 글, 장호 그림, 김서정 해설 / 미래엔아이세움 / 2012년 12월
평점 :
품절


주요섭의 사랑손님과 어머니

왜 나는 사랑방손님과 어머니라고 알고 있었을까?

워낙 텔레비젼을 통해서 페러디도 많이되고 개그화도 많이 되어서 더 그런듯 하다.

사실 그래서 제대로 이 책을 들여다 본적이 없다..

시대의 명작이라고 하는 데 왜 명작인지 궁금해 한적도 없다.

읽어보지도 않고 지레짐작 했었다.

내가 여태까지 본 온갖 페러디 작품들을 짜집기 해서 내 맘대로 생각하고

내 맘대로 스토리를 맘속에 담아 둔 것이다.

 

아이 책을 손에 들고.. 이런 걸 초등학생이 읽어도 되나? 하며 궁금하다며 소리내어 읽어달라는

7살 딸아이의 성화에 큰 아이랑 함께 앉혀 놓고 나즈막한 목소리로 소리내어 읽어준다.

1935년에 나온 소설이니 만큼 고체들을 읽기 좋게 표준어로 많이 바꾸었다고는 하지만

아이들에게 생소한 말투들이 있나보다.. 단박에 과부가 뭐냐고 부터 물어오더니 화냥년은 뭐냐고

질문에 질문을 이어 간다. 과부는 남편 없는 사람이 과부라고 말을 했더니만

그럼 외할머니도 과부야?? 하고 물어온다..

 

그러게...울 엄마도 과부네.... 그래도 옥희엄마는 좋겠다 싶다.

젊지 옥희 혼자지... 뭐가 아쉬워..

울 엄마는 고만고만 한 애 다섯을 키워야하는 과부였는데..

옥희 엄마는 뭐... 울 엄마보다 낫구만... 하면서도....

옥희를 낳기도 전에 세상을 떠난 남편을 대신해서 6살 된 옥희 하나만을 의지하며 바라보며

사는 24살난 여인의 인생을 생각하니 짠한 안타까움을 금할 수 가 없다.

지금이야 세상이 좋아져서 재혼이 아무런 흠이 되지 않지만 그 시절엔 그렇지 않았을 터니..

아빠가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철없는 옥희에게 너는 한번 결혼한 여자가 또 결혼을 한다고

화냥년 소리를 들었으면 좋겠냐고... 그래서 너는 화냥년 딸이 되고 싶냐고 하는 말에서

자신의 진심은 사랑손님에게 끌리지만 현실에서 절대 그걸 받아들일 수가 없음을 알기에 힘들어하는 모습이 엿보인다.

자신의 인생보다는 타인의 눈길을 더 중요시하는 우리민족들의 특성이라고 해야할까?

지금은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예나 지금이나 이런 것은 여전히 남아있는 것 같다.

못내 안타까울 뿐이다.

어쩜 나의 친정엄마도 30대 중반에 혼자된 후로 한번도 옥희엄마에게 나타난 사랑손님처럼 그런 님은 없었을까?

이렇게 닿을 듯 말 듯 옥희를 사이에 두고 고작해봐야 삶은 달걀, 손수건, 편지봉투가

그 사랑을 느끼게 해주는 매개체가 되어 잔잔하게 아쉽게 녹아나지만....

그냥 기대고 싶고 평생 의지하며 살면 좋겠다 싶었던 사람은 없었을까?

 

 

옥희 엄마가 옥희를 끌어안고.. 나는 너만 있으면 돼 .. 나는 너만 있으면 돼 하고 말했던 것처럼

우리 오남매들만을 의지하며 바라보며 사셨던 걸까??

옥희 엄마가 옥희 엄마가 아닌 20대 한 여인으로 보이듯이

그 시절 울 엄마가 울 엄마가 아닌 그냥 30대의 한 여인으로 들여다보게 되는 순간이다.

 

2학년 큰 딸아이는 말한다.

그냥 좋으면 결혼하면 되지? 안돼?? 좋은데 왜 풍금만 치면서 슬퍼해? 하고 말을 한다.

아직은 사랑이 뭔지 그 애틋하고 아련한 감정을 알아차리기엔 좀 어린 나이지만 이 시절에는 이런 사랑이

쉽게 이루어질 수 없음을 함께 이야기해보는 아주 소중한 시간이 아니였나 싶다.

 

책을 읽으면서 아이와 소통한다는 것이 좀처럼 쉽지가 않다.

요즘은 뭔든지 학습과 연계가 되어서 어떤 책을 읽었다 싶으면 이야기를 나누는 게 아니라.

 

연습장 들고와봐.. 마인드맵으로 한번 해보자.. 그럼 이건 독서록에 적어볼까? 등등 숙제로만 풀어나가려고 했다.

아이들에게 가장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는 책을 내가 ... 부모라는 이름이 아닌 학부모란 이름으로

가깝지만 먼 친구를 만들어버린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다.

 


봉투와 손수건 사이에 오가는 종이에는 뭐가 적혀 있었을까?

왜 사랑손님은 좀 더 강하게 옥희엄마를 끌어당길 순 없었을까?

아 ~~ 아~~ 직접적인 만남없이 옥희만을 사이에 둔채 오가는 두 사람의 이 머뭇거리는 사랑이

더 가슴에 오래 남는 그 이유에서 이 책이 아직도 명작으로 우리 시대에 남을 수 있나보다.

 

내가 여지껏 메스컴을 통해서 .. 접했던 사랑손님과 어머니는 작품을 왜곡해도 너무 많이 왜곡 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이 책을 아이가 읽으면 안된다고 생각한 내 불손한 생각이 잠시 부끄러지면서 책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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