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블로와 두 할아버지 동화는 내 친구 70
해리 벤 지음, 이유림 옮김, 멜 실버먼 그림 / 논장 / 2012년 10월
평점 :
절판


 

오랜만에 아이들 도서치고는 꽤나 길이감이 있는?? 이야기 책을 접하게 된다.

크리스마스라곤 하지만.. 나에겐 그닥 큰 의미가 없기에  ~  어딘가로 가서

무언가 꼭 골라야서 사야만 한다는 사명감에 불타는 아이들을 뒤로하고 침대에 딱 하고 붙어버렸다.

재잘 재잘 거리는 투정을 모른 척 하려고 손에 쥔 파블로와 두 할아버지 ! !

 

잔잔하게 시작되는 파블로의 가족 이야기에 어느새 흠뻑 젖어든다.

별스러울 것 없고 그렇다고 놀라울 것 없는 전개이지만 어느새 책을 손에 놓지 못하고

한 손에 커피 한 손엔 책을 들고서 엎드려 있던 몸을 추스려 앉아서 책장을 한장 한장 넘긴다.



 

산골에서 세상 물정 모르고 아빠와 엄마랑 살고 있는 파블로.

재산이라고 해봐야 그 해에 수확한 옥수수가 전부인 파블로의 가족에게

어느날 갑자기 한통의 편지를 들고서 당나귀를 타고 붉은 먼지를 일으키며 나타난 실반 할아버지

 

실반 할아버지의 등장으로 졸지에 생각이 많아진 가족들

남편이나 파블로나 그게 누가 됐건 마을로 내려가는 것을 원치 않는 엄마와

자신이 직접 마을로 내려가 옥수수 한자루를 내다 팔아 수탉을 사고

신발을 만들 가죽을 조금 사올 생각이였던 아빠는 글자를 몰라서 편지를 읽어낼 수 없는

이 상황에서 파블로만이 답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빠는 곧 출산을 해야하는 엄마 곁을 사실 떠나 있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과연.. 그 편지에는 어떤 이야기가 담겨져 있었을까??

파블로는 마을에 내려가서 글을 배워서 그 편지를 읽어 낼 수가 있을까? 하던 그런 흥미로움으로

한장 두장 책장을 넘긴다.

 

파블로는 그 편지 속에 농장을 물려준다는 말이 적혀 있을거라고는 믿지 않았다.

어떤 일이 사실이었으면 좋겠다는 이유만으로 실제로 일어나길 기대한다니 어리석은 일이었다.

실반 할아버지는 정말이지 어리석은 노인이었다.     - 40 페이지

 

실반 할아버지의 실체는 참으로 놀랍다. 사건이 전개될 수록 이런.. 실반 할아버지는 완전

거짓투성이다. 신뢰할 수 없는 그런 인물이다. 하지만 파블로에 대한 애정만은 거짓이 아닌 듯

보이는데 이런 실반 할아버지를 파블로는 무척이나 지혜롭게 대해 나간다.

 

글을 몰라서 배움에 대한 열의가 강한 파블로는 학교에 갈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 즈음 파블로는 이리스 아줌마와의 만남을 통해서 돈 프란시스코라는 새로운

할아버지와의 만남을 갖게 된다.

 

마을에서 돈이 가장 많고 시를 쓰는 돈 프란시스코 할아버지는 알고 봤더니

아버지쪽 친척 할아버지다. 실반 할아버지는 어머니쪽 친척 할아버지..

 

두 분이 알고 봤더니만.. 10년 전 한 사연을 가지고 있었는데 ....

파블로는 두 할아버지 모두가 자신에게 부끄러운 존재로 남아 있길 원하질 않았다.

모두가 자신의 인생에 최선을 다하길 바라고 파블로 역시 자신의 가족과 자신을 돌아볼 줄

아는 그런 현명한 아이였으니.... 이 어찌 사랑스럽지 않을 수가 있을까?

 


 

그 자가 그 구멍을 정말 메우길 바라는 건지 네가 어떻게 알지? 거기 오만상을 찌푸리고 앉아

책 안에 뭘 끼적거리는 모습을 애들이 훔쳐보는 걸 그자가 정말로 안 좋아하는지 네가 어떻게 알아?

우리가 그 구멍을 메워 버린다고 해도 그자가 슬퍼하고 불행해하는 걸 정말 그만둘지 네가 어떻게 알아?

넌 네 불쌍한 돈 프란시스코 할아버지를 더 불행해지도록 만들고 싶으냐?    - 89 페이지

 

파블로는 지금 슬펐다. 실반 할아버지가 그렇게 행동해서 슬펐고, 이리스 아줌마한테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몰라서 슬펐고 또 아빠 혼자 들에서 모든 일을 다 하도록 내버려 두고 와서 슬펐다.

하지만 이렇게 세라피로 몸을 감싸고 땅바닥에 누워서 별들이 해주는 옛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어느새 자신을 둘러싼 밤처럼 마음이 고요해졌다.                  - 112 페이지

 

 

목판화의 질감이 참 돋보이는 이 작품은 읽는 내내 큰 감정의 기복보다는

잔잔하니 파블로의 이야기를 따라가는 느낌이라고 해야할까? 그러면서도 .. 사이 사이

어머나.. 하는 놀라운 반전으로 인해서 심심하지 않은 이야기 전개가 재미나다.

자연속에서 살아가며 당나귀와 소통할 줄 알고 사람과도 눈을 맞추면서 이야기 할 줄 아는 파블로

그 아이의 이야기를 들여다보며... 더 나은 환경속에서 살고 있다는 것은 어떤 것인지

우리가 생각하는 통상적인 나은 환경이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에 있어서

지혜와 현명함을 가져다 주는 것은 아님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된다.

순수함과 현명함을 함께 가지고서 지혜롭게 상황을 잘 해결한 파블로의 뒷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마을에서 글을 배우고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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