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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주머니 ㅣ 쏙쏙 뽑은 교과서 옛이야기 4
엄혜숙 지음, 윤정주 그림 / 미래엔아이세움 / 2012년 6월
평점 :
품절
소희야..이리 와봐..
빨리 빨리 ~
도대체 이 더운 날씨에 뭘 하는지
둘이서 방에 들어가더니 키득키득 어찌나 부산한 소리가 들리는지
한참 뒤에 나온 두 녀석의 모양새는
다름 아닌 한복차림이였답니다.
옛 이야기를 읽을 때는 바로 요런 차림을 해서 읽어야
제 맛이라면서 소윤이가 소희를 꼬셨나보더라구요.
어제는 열심히 이야기 주머니를 만든다고 소희랑 복주머니 접기한다고
정신없이 시간을 보내더니만 오늘은 한복?
하여간 아이들은 쉼없이 무언가 놀 꺼리를 찾는 것 같아요.
눈을 꼬옥 감고 큰 이야기 주머니에서
작은 이야기 주머니를 골라봐 ~
그럼 언니가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줄께
하며 말하자 우리 소희 무슨 큰 보물이라도 고르듯이
두 눈을 꼬옥 감고 이야기 주머니를 고르더라구요.
한 개만 고르라니까 우겨서 두 개의 이야기 주머니를 고른 소희
제목과는 상관없이 이야기 주머니 색깔이 다르다는 이유로 저렇게 좋아라 하네요.
아이들은 큰 거 없는 것 같아요.
작은 꺼리에도 까르르 넘어가고 기분 좋아지고
그렇게 신나게 놀다보면 그게 나중에 어른이 되어서도 오랫동안
기억하게 되는 추억이라는 이름이 아니겠어요?
소희가 처음에 고른 이야기 주머니
짐승말을 알아듣는 아이편을 읽던 두 딸아이는
저런 능력이 우리에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면서
그런데 모기를 죽일려고 하는데 살려달라고 하는 소리를 듣게 되면
죽이지 못할 수도 있잖아. 불쌍해서 ..
그러니까 저런 능력은 어쩌면 없는 게 더 좋을지도 모르겠다면서
둘이서 소근 소근..이야기 꽃을 피우네요.
두번째 고른 이야기 주머니는
거짓말 세자리로 사위 된 이야기 인데
아무리 거짓말이지만 첫번째 거짓말은 너무 끔찍하다면서
어떻게 살아있는 돼지를 상자에 넣고 삐쳐나오는 살들을 끊어서
고기를 구워먹을수가 있냐면서 너무 하다면서 몸서리를 치네요.
그런데 소희는 삐쳐나오는 살들이 꼭 소세지 같다면서
자동으로 소세지 만드는 기계같다고 혼자서 빵 ~ 터져요.
결국 세가지 거짓말로 영감의 사위가 된 총각
거짓말을 해서 영감을 환장하게 만들고 참말을 해서 궁지로 내 몰아서
아예 입을 다물라고 했더니만 담뱃불에 장인의 관이 타들어가는데도
정말 저렇게 입을 꾸욱 다물고 있는 모양새란 ~~ ㅋㅋㅋ
아이들도 이 모양새가 너무 우스웠던지..
난처한 상황임이 분명한데...
이 사람 정말 웃긴다.표정 좀봐.
장인 머리에 불이 났는데 뚱한 표정으로 불 붙었다는 소릴 안해..
푸하하.. 뭐 이런 사람이 다 있냐며 둘이서 까르르 웃어대네요.
옛 이야기의 매력이 이런게 아닌가 싶어요.
분명 난처한 상황이구 심각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우스꽝스럽고 소탈한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풍자와 해학이 담겨져 있다는 것
고르고 또 고르고
소희는 오늘 이야기 주머니속 이야기를 죄다 꺼 낼 작정인가봐요.
예전 같았으면 딱 2편이라고 약속했으면 그것만 읽어줬을 깐깐한 소윤이도
이야기 주머니의 이야기를 세상에 풀어놓지 않아서
이야기들의 원성을 사서 목숨을 잃을 뻔 한 도령의 이야기 덕분에
아낌없이 소희에게 이야기 꾸러미를 풀어내 놓네요.
어제 저녁부터 내내 꼼지락 거리며 만든 이야기 주머니
정말 저 이야기 주머니속에 가득 담긴 작은 주머니의 이야기들
사람들에게 들려주지는 않고 모아두기만 하면
요 이야기들이 내게도 원수를 갚는다고 덤빌지 모르니
월요일 학교가서도 친구들한테 들려줘야겠다며 책과 이야기 주머니를 함께
챙기는 딸아이를 보니 피식 웃음이 나오네요...
옛날 옛적에 하며 ~ 또 아이반 교실에 까르르 웃음꽃이 가득 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