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 살의 나이테 익사이팅북스 (Exciting Books) 47
오채 지음, 노인경 그림 / 미래엔아이세움 / 2012년 3월
평점 :
품절


내가 잃어버린 것과 내가 찾은 것 ~

내가 잃어버린 것과 내가 찾은 것 ~

열두~~ 열두 ~~

 

 

 

마치 내 손길이 보이지는 않지만 느끼는 것 마냥..

나만의 열두살 나이테를 더듬더듬 찾아나서게 만든다..

하림이가 민하에게 선물해 준 나이테가 그려진 나무토막이

내 손에 들려진 것 마냥....

울컥 ~ 눈시울이 뜨거워지며 한참 동안 눈물을 쏟아내기도 하고

무언가 응어리졌던 것을 한꺼번에 와락 ~ 쏟아내기도 한다.  

어린 시절 열두 살의 내가 민하와 하림이와 찬희속에 함께 있다.

 

단지 다른 것이 있다면 그 아이들은 조금씩 조금씩 자기가 잃어버린 것을

찾아나고 있는데 나만 아직 그 자리를 맴돌며 내가 무엇을 잃어버렸는지 그 해답을

얻지 못한 채 여전히 어른이 되는 것을 두려워한 채 서성거리고 있는 것 같다.

 

자신의 유일한 탈출구? 소통의 수단? 일탈? 내겐 무엇이였을까?

전학생 하림이가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눈에 보이는 것 말고

맘에 보이는 것을 담아내어 자신과 소통한다면

민하는 주머니속 풍선을 꺼내서 커다랗게 불어놓고선

핀셋으로 콕 찔러 ~ 빵 하고 터뜨려서 자신의 답답한 맘을 풀어낸다.

 

 

그럼 난? 난?

 열두살의 불안함과 허기짐이 가득한 한 아이가 슈퍼 모퉁이에서

동생들이 볼새라 몰래 우유 500m를 벌컥 벌컥 마셔대고 있다.

배가 부르면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아서 좋았다.

그렇게 먹는 걸로 풀어내는 나를 발견한다.

전학,얼마전 태어난 11살차이 나는 남동생,갑자기 쓰러져 사형선고를 받으신 아빠

살림밖에 몰랐던 엄마가 일일노동자가 되어 밤낮 집을 비우고

막내 업고 동네라도 나설라치면 나를 발견한 같은 반 남자아이들이 애 엄마라 놀려대고

밥때가 되어 국수라도 끓일라치면 꺼져있는 연탄불에 점점 늘어가는 번개탄 외상값

겨울이면 5남매의 꼬질꼬질한 내복 찬물에 빨아댄다고

 손등이 벌겋게 다 터져 칼밥 난 것 마냥 째져있고~

돌이켜보면 열두살 어린 내가 감당하기엔 참 가혹했다 싶다.

 

왜 그때 내겐 구아라 같은 선생님이 계시지 않았을까?

새삼 5학년 3반 아이들에게 선물처럼 나타난 구아라 선생님이

 내 선생님이 아님에 질투심이 생겨난다.

빙고게임

기분 우체통

나도 모르게 손에 잡히는 종이에다 연필로 열심히 가을 하면 생각나는 것을 

대강 그은 칸안에 적어넣고 있다.

암,사형선고,죽음,고아,일일노동자,전세,삭월세 .....

나도 민하와 하림이처럼 한줄밖에 지우지 못했으리라.

기분 우체통엔 아이들이 어떻게 답을 해줬을까? 하림이가 무어라 이야기 해줬을까?

시한부,6개월,암, 이게 뭐야....

내가 쓴 쪽지에 무어라 답해줬을까?

그땐 누구도 나에게 어떤 말도 해주지 않았다.

답답하고 기가 막히고 무서웠지만 모두들 맘속으로만 생각하고 말을 하지 않았다.

나의 열두 살을 그렇게 그렇게 하루 하루를 버텼었다.

 

그 후론 나는 누구의 열두 살도 나만큼 가혹하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그 어떤 사람의 죽음에도 눈물이 나지 않았다.

당연히 누구나 왔다가는 건데 나는 더 어릴때 겪었는데 ~ 하며 담담했다.

그리곤 들으려하지 않고 귀를 닫았다.

 

찬희의 잃어버린 것과 찾은 것에 대한 이야기를 듣기전까지는 말이다..

별안간 엉엉 소리내어 우는 나를 발견한다.

 울컥하고 쏟아낸 눈물속에 찬희만을 살려내고 물살에 휩쓸리신

찬희 아빠의 죽음과 내 아빠의 죽음이 겹친다.

 

얼마나 많이 무서웠을까?

혼자만 살아있다는 것에 얼마나 많은 죄책감이 느껴졌을까?

얼마나 많이 아빠가 보고 싶을까? 그렇게 가면을 쓰며 1년을 살아왔던 찬희의 모습속에

28년간을 가면속에서 아무렇지 않은 양.대범한 양.겁 없는 양 가면을 쓰고

살고 있던 내가 너무나 안타까워 찬희의 등을 쓰러내리며.. 내 가슴을 쓰러내리며

 엉엉... 한참을 울었다....

 

 

열두 살? 연두빛과 노란빛이 섞인 덜 익은 은행잎 마냥

어린이도 아니고 중학생도 아닌 어설픈 나이

하지만 살이 찢어져야 예쁜 속살이 나오는 팝콘을 닮은 백화고 마냥

예쁜 꽃을 피우는 순간을 위해서 성장통을 겪는 아이들의 이야기

오늘 그 안에서 나는 잃어버린 열두살의 나를 찾아온다..

 

개구리 소녀 노래를 들으면 이상하게 눈물이 나왔다는 저자말을 들으니..

이상하게 캔디 노래를 많이 불렀던 내가 떠오른다.

 

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 울어

참고 참고 또 참지 울긴 왜 울어

웃으면서 달려보자 푸른 하늘 

푸른 하늘 바라보며 노래 하자 

내 이름은 내 이름은

 내 이름  OO ~~ !!  

 

지금도 조금씩 조금씩 자신들만의 성장통을 앓고 있는 아이들에게

진짜 자기 모습을 찾을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이 책을 통해서 얻어보길 감히 권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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