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누들로드 - 국수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특별한 여행
홍난영 지음, 이진우 사진 / 북웨이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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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우리집 어귀에는 국수집이 한군데 있었다.

기다란 국수면발을 가늘게 뽑아서  대나무막대에 걸어두어서 말리면

그걸 싹뚝싹뚝 끊어서 한근 두근 하면서 신문지에 싸서 손님들에게 팔았다.

엄마 심부름으로 가는국수라도 사러가는 날이면

행여나 밀가루가 옷에 묻을새라... 가게벽에 부딛치지 않을려고..

애쓰며 들어서던 기억이 눈에 선하다...

가게 2/3 이상이 몸을 말리기위해서 줄지어진 국수들이기에 정말 진 풍경이였다.

그렇게 사온 국수를 엄마는 큰 솥에다 넣고서 삶아서는 찬물이 헹구어내서

한 타래씩 손으로 사리를 묶어서 광주리에 물을 빼낸다.

좀 있으면 타닥타닥 오이 채써는 소리가 들리고 냉장고 속의 얼음이 양푼이 속으로

퐁당퐁당 빠진다... 그렇게 해서 소박한 여름 점심이 차려진다..

그릇마다.. 국수한타래씩 담겨오면 모두들 각자 국물은 양껏 떠 담는다.

시원한 얼음이 동동 띄워진 오이냉국으로 국물을 대신하는 것이다.

별다른 다싯물을 내지도 않았지만... 그렇게 만들어서 먹는 국수는 어찌나 시원하고

감칠맛이 났는지 모른다... 아직도 그 맛을 생각하면 입가에 침이 고여든다.

 

 

한참 동안 자주 먹지 않게 되었던 추억에 국수를 다시 되새김질 하게 된 것은

틀니를 해 넣기 위해서 이를 몽창 뽑아내고 잇몸만으로 드셔야하는 시아버님 덕이다.

죽도 지겨워서 못드시고.. 어느 텔레비젼 프로에서 예전 그맛 그대로 국수 뽑는 집을 보셨다면서

그 지역 군청으로 전화를 해서 그 국수집을 찾아서 주문 좀 해보라는 것이였다.

너무나 생뚱맞은 부탁을 하셔서.. 군청에서 그런 걸 어찌 가르쳐주겠냐고.. 냉냉하게 전화를 받았더니만

결국 시어머님이 군청에 전화를 해서 그곳을 찾았아 주문을 했으니 송금이라도 해달래신다.

살짝 죄송한 맘이 겹쳐 송금을 했는데 국수가 잘 도착했고 옛날 그 맛이라는 전화에 한숨 돌렸었다.

 

그러다가 이 서울 누들로드를 들게 되니... 참으로 반갑더라..

한가지 아이템에 꼿혀서... 그 아이템으로 일년동안 서울을 돌아다니며... 만들어진 책이라고 하니

그 사람 누군지... 참 집요하네... 하는 생각도 들고...

내가 잘 모르는 서울의 이태원,중구,홍대입구,종로,강남,삼청동엔

어떤 국수들이 유명한지.... 그리고 저자가 들려주는 그 여러가지 에피소드들까지

너무 너무 궁금해져서 얼른 책을 펼쳐든다...

 

 

하지만..책을 펼쳐든 나는 이내 좌절하고 만다...

저 많은 면 요리들 속에서 나의 위는 한도 끝도 없이 위산을 쏟아내고

나의 침샘에서는 끝도 없이 침을 만들어내니....

책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넘기는 것이 곤역 아닌 곤역 이였다.

 

고 사진작가.. 참 사진 맛깔스럽게 소박하게 사진 잘 담아내는구나... 하는 생각과

그 작가 참... 소소하게 마치 내가 그 음식집에 동행했던 것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킬 만큼

다정스리 글을 잘 담아내는 구나 ...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음식도 먹어본 놈이 먹고... 글도 써 본 놈이 쓴다더니만.. 하는 생각을 들게 하는 그런 순간이였다.

 

같은 블로그 활동을 하면서 무언가 계획을 세우고 도전을 하는 그녀의 도전 정신에 박수를

보내고 싶고.. 또 그녀의 그런 도전이 나와 같은 독자가 눈도 즐겁고 맘도 즐겁게

이렇게 앉아서 국수여행에 동참할 수 있으니 앞으로 2,3탄 다른 음식을 주제로 시리즈가

나올 수 있길 기대해보는 바이다...

 

각 음식점 마다의 영없간과,휴일,전화번호,주소,주차시설,

메뉴, 그리고 약도까지 잊지 않고 담아두고 있어서 지금이라도 딱 한 음식점을 찍어서

서울로 고고고 하고 싶은 생각이 간절해진다.

특히나 삼청동의 눈나무 집은 꼭 한번 찾아가서 김치말이국수와 떡갈비를 먹어보리라

생각하며.. 갈무리까지 해두니...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침만 가득 고인다...

 

서울에 사는 사람이라면 한번 쯤 가보았을 법한 국수 요리집으로 떠나는 여행일터이고

지방 사는 사람이라면 한번 쯤 가보고 싶은 그런 국수 요리집들이 가득 생겨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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