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마흔 번째 생일 사계절 아동문고 83
최나미 지음, 정문주 그림 / 사계절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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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 마흔이 되어서 인지... 참... 마흔이라는 단어만 봐도 화들짝 놀라고

생소하고 반감도 생기고... 받아들기도 힘들고....

그러던 차에 이 책을 접하니 왠지 모를 얄궂은 공감대가 생기며 내 나이 마흔이란 것을

거부 할 수가 없게 된다....

책을 읽으며 몇번이나 책을 갈무리 했는지 모른다.....

좀처럼 책을 접지 않는 성격인데두 불구하고... 행여나 흐름을 놓칠새라..

열심히 접어가며... 책장을 넘긴다...

두 딸아이가 있는 것도 앞으로 시어머니를 모셔야할 상황인 것도

나와 너무나 비슷한 처지에 놓여진 마흔 생일을 지내는 엄마 이야기이다..

하지만.. 그녀는 그래도 그녀가 딛고 일어설 숨은 재능이라도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가 싶다.

 

치매에 걸린 시어머님을 인정하지 않고 단순히 건망증이라고 우기며

당신 어머니가 그런 병에 걸렸을 리 없다고 모르세로 일관하는 남편의 뒷통수를

한대 쳐주고 책장을 넘기고 싶었다.

마누라 나이 마흔이나 되었으면 남편도 세월을 같이 먹을터인데...

어찌 저렇게 분별력이 없는지... 미술을 전공을 했다고 하면... 그래도 대학물이라도 먹었을 터인데

어찌 저리 한심하기 짝이 없는 앞뒤 막힌 놈이랑 결혼해서 지지리 궁상인가 ... 하는 생각을

몇 번이나 하면서... 한숨도 쉬고... 푸념도 늘어놓으며 책장을 넘겼던 것 같다.

 

왜 시어머님 아픈 것이 아내의 탓이라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갑자기 정신을 조금씩 놓고.. 치매증세를 보이는 어머님을 보고 선

마흔이 되는 생일날 그녀는 당당히 세상밖으로 나갈 것을 선포한다.

아픈 시어머님은 딸들도 함께 봐야할 이유가 있으니 고모들이 월~금요일까지

돌아가면서 돌봐줄 것을 부탁하고 남편에겐 일요일을 부탁한다.

조리있고 분별력있게 말하는 엄마의 말에 다들 어찌 당해내질 못하고 그런 생활을

수용하게 되지만... 아빠만은 다르다...

자기는 팽팽 밖으로 돌면서..... 모른채 한다...

처음에는 엄마의 이런 행동을 6학년인 둘째 딸아이는 이해하지 못한다.

왜 하필이면 이 타이밍이냐고... 같은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나는 누구보다 그녀의 맘을 알것 같았다..

당신이 구박받으며 산 세월이 너무나 억울해서... 치매가 걸리면서부터

신세한탄이 더욱 많아지고 자식만을 바라보고 사는 해바라기인 시어머님 모습에서

미래의 자신의 모습이 비춰지지 않았을까 싶다.

 

더 이상 누구를 탓하며.... 내 인생에 안주하여 살다가

또 누구때문에 내가 이렇게 살았다는 하소연을 그녀는 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누구도 내 인생을 대신해서 살아주지 않는데 동시대에 살고 있는 엄마라는 이름의 여자들은

너무나 비슷한 삶들을 되물림하며 살아가고 있다... 단지.. 엄마라는 이름으로 .. 아내라는 이름으로 말이다.

어찌보면... 둘째 가영이가 이해할 수 없었을지도 모르지만...

엄마는 두 딸아이에게도 그런 여자의 인생을 물려주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어머님 돌아가실때까지 그럼 나는 아무 것도 하지 말아야하느냐고 묻는 말에

나 역시 맞장구를 쳤다... 치매라는 병이 낫는 병도 아닌데... 누가 돌부처도 아니고

붙박이마냥.. 그 자리를 지키고 있어야할 이유가 단지 며느리이기 때문에 혼자 안고가야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녀의 말처럼... 딸자식도 자식인데 당연히 돌아가며 돌봐야하는 것이 맞고

아들 자식도 자식인데 마누라한테 맡겨놓고 나몰라라 할 것이 아니고 함께 돌봐야지...

아내가 집에 있으면서 희생한다고 해서.. 누가 좋냐는 것이다..

누가 좋을까?? 치매 걸린 할머니의 병세를 더디게 할 수 있을까?

그랬더라면 그 아들은 처음 아내가 그런 말을 했을 때 아내와 함께 병원으로 어머님을

모시고 갔었어야지... 정말루... 코가 막히고 귀가 막히는 노릇이다...


 

화실에 나가고... 자신의 인생을 조금씩 찾는 아내의 전시회까지.. 고깝게 느끼고

결국 어머님의 병세악화를 아내의 사회진출로 연결시키는 한심한 남편덕에

별거 아닌 별거를 하게 된다...... 그 사이... 시어머님은 세상을 달리하시게 되고....

모든 탓을 아내에게로 내 모는 못난 남편...

마흔이라는 나이가... 인생에 있어서 어떤 의미 일까?

아이들은 그 사이에 조금씩 엄마를 이해하게 된다... 엄마에게 있어서 마흔이란 나이가 주는 의미에 대해서

아이들은 조금씩 생각해보게 된다... 그리고 엄마를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된다..

 

내 나이 마흔...

나는 마흔이 되기전에 무언가 해야할 것 같아..뒤늦은 나이에 운전면허를 땃지만..

여전히 장농속에... 들어있다... 그리고 무언가 나를 위해서 시작해야 할 것 같지만..

여전히 생각만 많지 행동하지 못하며 오늘도 눈가 늘어나는 기미와 주름에 한숨만 쉬어댄다.

시어른이 건강하시길... 내 아이가 건강하길.. 내 남편이 좀 더 회사를 오래 다니길...

그런 나를 위한 바람이 아닌 내 가족을 위한 바람으로 오늘을 살고 있는 내게

참 많은 생각들이 오가게 만드는 그런 책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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