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상의 민들레꽃 - 개정판, 서울대 교수진이 추천하는 통합 논술 휴이넘 교과서 한국문학
박완서 지음, 이경아 그림, 방민호, 조남현 감수 / 미래엔아이세움 / 2007년 5월
평점 :
품절


딸아이 둘이 감기로 골골골... 호흡기 치료 해 주고선 잠을 재웠다.

요즘 아이들이 골골 거리면 어찌나 짜증이 나는지..

그 짜증은 정말 아이들이 싫어서 내는 짜증이 아니라..

행여나 감기가 심해져서 안그래도 기관지가 좋지 않은 두 딸들이

폐렴이라도 걸리면 어쩌나 하는 걱정과 염려가 더 섞여 있어서이다..

하지만 말하지 않으면 모르는 것을..

저 작은 아이들이 내 맘을 알고 있으리라 생각하는 것은 나의 과욕인 것 같다.

표현하지 않으면 아무도 모른다고 하지 않았던가..

나는 아이들에게 내 사랑을 걱정과 염려섞인 짜증과 윽박지름으로 표현했지만.

아이들은 그것을 자기가 미워서 그런다고 행여 오해라고 하고 있으면 어쩌나

그런 생각을 들게 하는 책을 한권 만났다..

 

책 속에 아이도 엄마가 전화통화로 셋째인 자기가 창피하고 막내가 없었다면

자기 인생이 더 홀가분하고 좋았을 것을....하며 넋두리 하는것을 듣고서

자신이 가족에게 필요없는 존재구나 생각하며 아파트 옥상에 뛰어내릴 결심을 한다.

 

 

생각만해도 끔찍하다.. 혹시나 내 아이들도 이런 맘을 먹으면 어쩌나..

보여주지 않는 사랑을 왜곡되게 생각해서 잠시나마 괴롭고 외롭고 그래서

그릇된 판단을 하게 될까봐 염려가 되고 나를 반성하게 만든다.

 

하지만 아이는 옥상에서 흙이랄 것도 없는 한줌의 먼지에 허겁지겁 뿌리를 내리고

눈물겹도록 노랗게 핀 민들레꽃보고 생명의 소중함을 스스로 깨우치게 된다.

이런 경험을 한 아이가 자신이 살고 있는 궁전아파트에서 일어나는 할머니의 잇다른 자살사건에

가장 큰 해결책이 민들레꽃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물질만능주의에 이미 젖어버린 어른들은

자살로 인해 아파트 값이 떨어질까봐 그것만 염려해서 쇠창살을 달아야한다는 둥

아이가 이해할 수 없는 대책안들만 늘어놓고 아이가 말할 기회를 주지 않는다.

 


 

할머니들을 잃은 딸과 며느리도 자신들은 물질적으로 나무랄것 없이 고인을

챙겨왔노라고 말을 하고 책임을 회피한다.하지만... 아이는 알고 있다.

돌아가신 할머님들은 먹을 것,입을 것,그런 것들보다 가족의 사랑과 관심이

필요했음을 말이다.. 손자를 업어 키우고 싶고, 흙에다 뭘 심고 거름을 주고 싶고..

그런 인간적인 정을 나누고 정신적으로 가치있는 것을 추구하고 싶었던 것이다.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다.

어느새 나도 모르게 정신적인 것들 보다 물질적인 것에 가치를 두고 살고 있는 내게..

나 같은 사람들이 이미 너무 많아져서 이 시대에 자살율도 점점 늘어나고 있는게 아닌가...하는

생각마저 들게 만든다... 시어머님,시아버님,내아이들,내남편.

지금도 나의 따뜻한 관심과 이해를 바라는 건 아닌지 돌아봐야겠다.

 

이 책에는 옥상의 민들레꽃 말고도 달걀은 달걀로 갚으렴.어느 이야기꾼이 수령.상. 저녁의 해후까지

 총 5편의 주옥같은 박완서님의 단편들이 실려있어 그 흥미를 더한다.

 

이젠 고인이 되신 박완서님의 옥상의 민들레꽃

책을 드는 순간부터 눈물이 핑 돌더니..

이젠 그 분의 작품을 더 이상 만나볼 수 없다고 생각하니 이 책이 또 너무나 소중하게 느껴진다.

 책 앞머리에 작가의 말을 통해서

책이란 다양한 세계를 통해 삶을 사랑하는 방법 이라고 써 놓으셨는데

앞으로 내가 책을 읽는 이유로 삼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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