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사이다 한 병 아이앤북 창작동화 31
홍종의 지음, 주미 그림 / 아이앤북(I&BOOK) / 2011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장황하게 많은 글을 늘어놓은 가운데에서 진리를 찾고 감동을 찾는 것도 좋다..

하지만 내가 어린이도서를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이거다..

순수한 감동... 그리 길지 않지만.. 군더더기 없는 스토리 전개와 가슴이 한켠이 저려오는 공감..

그리고.. 나도 모르게 흘릴 수 있는 눈물.... 후련함...

내 안에 차마 꺼내지 못하고 묻어두었던 아련한 그리움이 저 한켠에서 꿈틀거린다.

 

별 사이다 한 병은 그런 책이다.. 그리움과 누구나가 가슴깊숙히 묻어뒀을 법한 이야기를 읽고

공감하게 되는... 이 책을 읽고서 가슴이 아릿해지면 그건 그리움 때문이라는 작가의 말에서 나는 아직도

그리워하고 있구나... 이젠 28년이 지난지라... 잊고 산다고 그냥 원망하며 산다고 생각했는데 나도 그리워하고 있었구나

그랬구나... 그랬구나... 하며..... 내가 태기의 등을 어루만져주고 싶듯이.. 내 등을 토닥토닥 두드려주고 싶다..

나도 그랬구나... 내 맘도 그랬구나.... 잊은게 아니고.....

 

아빠는 주물공장에서 일을 하셨다 하루 종일 쇠를 녹이는 일을 하셔서... 갈증을 마니 느낀다고 했다..

그래서 아빠도 별 사이다 한병을 그렇게 좋아하셨다고 한다... 처음에 제목을 보고서 깜짝 놀라고 더욱 관심이 갔던 이유도 그러했다.

아빠는 그렇게 너무나 큰 갈증이 날때 마신 탄산음료가 위에 그다지 도움이 못 되었던 것 같다..

말라있던 위 벽을 죄다 긁어버렸던데 큰 역할을 한 녀석이였던 것 같다..

그냥 나의 짐작이다.. 달리 술을 하거나 담배를 심하게 태우시지도 않으셨으니까..

아빠도 그 용광로에서 그놈 한병 벌컥벌컥 들이키면 답답한 가슴이 뻥 ~~ 뚫리셨을지도 모르지...

아~~ 가슴이 먹먹해진다... 태기의 할머니는 그렇게 일찍 자식을 앞세우고 당신의 임종을 직감하신게지..

당신의 손주에게 죽기 전에 애비 산소는 알려줘야겠다는 생각을 하셨나보다... 지갑속 두둑히 넣어오신 만원짜리 돈..

그날만은 모범택시를 불러서 큰 돈 쓰더라도 아깝지 않으셨으리라.... 태기에도 한움큼 쥐여주시고도 아깝지 않으셨으리라.

죽으면 쓰지 못할 돈... 할머니의 맘이 얼마나 저렸을까.. 눈앞에 손주를 두고... 세상을 정리해야하는 할머니의

그 심정을 생각하니... 아직 초록색인 은행잎이 떨어지듯.. 당신의 아들이 그렇게 이쁘게 물들어보지도 못하고

세상을 달리했음에 얼마나 맘이 아렸을까 싶은 것이.... 책 초반부터 책장을 넘기면서 눈물이 방울방울.. 주룩주룩.. 흘러내린다.

아이들이 이 책을 읽으면 얼만큼 공감해낼수 있을까?

가슴한편이 저며올때로 저며 오는 이 책은 어른들을 위한 성인동화로 거듭나도 좋을 성 싶다.



너무나 바쁘게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디지털 세대들에게 잠시나마... 스스로의 가슴속에 별 하나씩을 떠올려 볼수 있는

그런 시간을 안겨주고 싶은 맘이 간절하다...

 

태기의 새 아빠 만큼만 되는 분이 있다면... 세상에 그 누가 재혼을 두려워하고 새로운 인생을 찾아나서는 엄마에게

질색을 할까? 나 역시 마흔도 안된 나이에 5남매와 함께 혼자가 된 엄마가 재혼을 해서 새로운 아빠가 너희곁에 있는게

더 나을거라는 조언을 해주셨던 분들이 있었다. 그 어린 시절... 새아빠는 다 나쁜놈이라고 생각했는데...

어찌보면... 그렇게 남은 인생을 자식만 바라보고 살게 된 울 엄마의 인생도 잠시 돌아보게 된다..

할머니의 임종을 맞게 되는 태기는....태기의 맘은 어떠했을까?

내내 살아가면서 할머니와 그날 통화하지 못한 것이 가슴에 멍울로 남지 않았으면 좋으련만.....

행여나 엄마 눈치 보느라 전화못한 것 때문에... 이 모든게 엄마탓이라며 엄마를 원망하지 않았으면 좋으련만..

임종 전 아들의 산소에서 두 팔을 벌려 무덤을 끌어안고 소리도 내지 못하고 울었던 할머니의 모습이 자꾸 눈에 밟히고..

갈비집에서 아줌마에게 사정하고 얻게 된 별사이다를 가슴이 차가워 축축해질 정도로 안고 할머니댁으로 향했던

태기의 모습이 내 눈을 뜨겁게 달구워 자꾸 눈물이 흐르게 만든다...

 

참... 오랜만에 뭐라고 해야할까? 어떻게 표현해야할까? 순수하면서 감동적이다? 아름답다?

가슴저미게 뭉클하다? 이런 표현들로 모자랄만큼.... 가슴이 아려오는 동화를 만나게 되어서 실컷 울고나니

나 역시 내 마음속 별자리를 찾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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