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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랑골 왕코와 백석이 ㅣ 상수리 큰숲 1
장주식 지음, 박영진 그림 / 상수리 / 2011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무슨 이야기일까.. 바랑골은 또 뭐며.. 왕코는 뭐고 백석이는 뭐지?
사람이름일까? 처음엔 바랑골에 대한 설명이 내 눈앞에 제대로 펼쳐지지 않아서
책장이 한참 동안 넘어가질 않았다... 책속 그림을 그려낸 작가 선생님만큼이나 사실적으로 내 머릿속에
그 바랑골을 그려보고 싶었다... 그리고 그 속에 천석이와 그의 가족들을 제대로 그려내면서
머릿속에 이야기들을 좌~~악 펼쳐보고 싶었다... 그런데 좀처럼 책장이 넘어가질 않는다.. 왜일까?
왜 였을까? 나중에 내가 천석만큼이나.. 천석이의 할머니 샘골댁만큼이나 눈물을 쏟아낼걸 미리 알았던 걸까?
그래서 책장이 그렇게 잘 넘어가질 않았던 걸까?
소 백여마리를 키우면서 다른 농가와 별다를 것 없는 그런 일상적인 농가의 생활을 하던
천석이네집에 도대체 어떤 일이 일어난걸까?
구제역이라는 자체를 나는 솔직히 텔레비젼을 통해서 듣기만 했다..
뭐라 말할것도 없이 초기대응을 하지 못해서 전국적으로 퍼져나간 구제역을 보면서
솔직히 관련 농가와 관계부처의 늦장대응에 속상하고... 한심하다는 생각까지 했었다.
조금만 더 빨리 조치하였더라면 이렇게까지 퍼지지 않았을터인데 뭐 그런 탁상공론 같은 생각만 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농가들도 다 보상을 받는다고 하길래.. 밑지는 장사는 아니네.. 하고 생각을 했었다.
뭐 다 보상받을건데 저렇게 난리냐 싶었다.. 속상해도 어쩔거야... 어차피 사람이 먼저 살고봐야지..
동물살리자고 우리가 죽을판인데...그런 생각만 했었다.

그 농가들의 아픔, 멀쩡한 소를 죽여야만하는 수의사들의 고통, 관련부서원들의 죽지못해 앞장서야함...등등에
대해서 골똘하게는 생각하지 않았다.. 한번이라도.. 생각해본적이 없었다..
나의 일이 아니니까... 뭐 그렇게만 생각했었다... 빨리 마무리되기만을 ..
더 이상 메스컴을 통해서 저 구제역 이야기 좀 안들었으면 .. 그런 생각만을 거듭했던 내 자신이 너무 너무
부끄러워지고.... 한심하게 생각되는 순간이다..
내 자식마냥... 매일매일 먹이고... 아플까... 바람들까... 애지중지 키워온 그 소들을
그것도 병에 걸리지도 않았는데... 전염병이라는 이름하에 제1호 발병지역에 다녀왔던 트럭이 이집을
거쳐갔다는 이유만으로 멀쩡한 천석이네 농가전체의 소를 몰살해야한다는 것이 나도 이해가 되지 않는데
내내 그 소들을 키워온 천석이네 가족들은 오죽할까나....
천석이 할머니의 오열... 천석이 할아버지,아버지의 말없는 흐느낌...
아.....가슴이 미어진다...

그리고 도축을 하기 위해서 키워온 소가 아니라...
내 가족같이 꼴 베어먹여가면서 키워온 왕코와 왕코가 갓나은 새끼송아지 백석이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가진
천석이가 왕코와 백석이만은 살려야겠다는 간절한 생각이 만들어 낸 또 다른 절대 그 누구도
웃지 못할 절절한 에피소드를 이야기 해주는 이 책은 우리는 과연 최선을 선택했는지..
우리는 과연 누구를 위해서.. 무엇을 위해서... 이런 결과를 가져왔는지 ...
여러가지들을 생각하게 한다..
인간이라고 함부로 해서는 안될 동물들의 소중한 생명.....
행여나 우리가 살아가면서 너무나 무심코 함부로 하지 않았는지... 우리 생활의 꼭 필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재미로.. 행여나 아무 생각없이 그들의 목숨을 막다루지는 않았는지..
우리에게는 그럴 권리가 없음을... 절대 그럴 권리는 없음을 생각하게 한다..
내가 살기 위해서.. 우리가 살기 위해서... 우리는 지난 겨울부터 올해까지 엄청난 소와 돼지를
얼어붙은 땅속에 두꺼운 비닐을 깔고.. 묻어야만 했다.. 천석이네 소들은 그래도 싸구려 약이라도 투약해서
엄청난 고통으로 안락사라도 시켰다지만.. 내가 뒤늦게 들은 진실이지만.. 그 주사약마저 예산을 들먹이며
맞지 못하고 그냥 살아있는 소들을 암매장했다는 이야기도 전해들었었다.
우리가 아는 진실이 다가 아님을 늘 생각해야할것 같다.
우리는 그 축산농가의 고통에 대해서 정말 진지하게 한번이라도 생각해본적이 있는지..
그리고.... 그 매장된 가축들에 대해 한번이라도 미안하거나 죄스러운 맘을 가진적이 있는지..
그 무섭다는 구제역이 더 이상 확산되지 않도록 노력했던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
그리고 그들이 감수해야했던 고통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너무 컸다는 것을
새롭게 알게 되는 그런 시간이 아니였나 싶다....
이 책은 결국 너무너무 가슴아프고 눈물을 쏟을수 밖에 없는 왕코와 백석이의 최후에 대해서는
제대로 묘사하고 있지 않지만.. 아이들은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되지 않을까?
그렇다면 우리는 아이들에게 어떻게 설명해줘야할까? 전염병에 걸리지는 않았지만..
전염병에 걸린 지역을 다녀왔으니... 걸릴수도 있기에..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서 그럴수 밖에
없었다는 그 현실을 내 아이에게 어떻게 설명해줘야할까?
그럼 그 대상이 사람이라면... 이라고 내 아이가 반문하면 나는 어떻게 대답해줘야할까?
과연 최선이였을까? 하는 큰 질문이 내 머릿속에서 내내 남아 있다..
구제역.. 그 큰 울타리 속에서 일어났던 천석이네 축산농가에서의 가슴 아픈 사연...
내겐 물음표로 ... 남고... 내내 가슴 한켠을 아리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