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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어릴 적에
이시키 마코토 지음, 손희정 옮김 / 삼양출판사(만화)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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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책방에서 별 기대 없이 빌려 본 "용만이가 간다."로 이 작가의 작품을 좋아하게 되었다.


나는 소설이나 만화책, 영화, 드라마 모두 설정이 배배 꼬인 걸 싫어한다.

특이하게 보이고 싶어서,

지나가는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싶어서.

과하게 연출했다고 느끼는 것이다.

그것이 오히려 내게 불쾌감을 주고 집중할 수 없게 만든다.

현실성이 떨어지니까 내용의 무게감도 떨어진다.


난 이 작가를 좋아하는 것이 몇 가지의 캐릭터를 돌려 쓰는 것 같은 느낌이 들지언정

내용에 인생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울고 웃고 괴로워하고 무서워하고 때론 힘들어서 지치기도 하고...

그러한 것들을 '함께'한다는 것이 내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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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채기 : 우라사와 나오키 단편집
우라사와 나오키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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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모음집.

첫 편을 읽고 무릎을 탁! 쳤다.

'역시 우라사와 나오키야.'


나야 뭐 이 작가의 작품들을 모두 좋아하니까...

이 책을 구입한 것에 후회가 없다.

그리고 내용이 재밌다.

그냥 그가 자랑하고 싶어하는 추억담과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볼 수 있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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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더가 출발했습니다 - 우리가 만든 어떤 편한 세상에 대하여 사탐(사회 탐사) 6
강혜인.허환주 지음 / 후마니타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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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두 기자들이 몸소 체험하며 우리나라 배달 업계의 비인간적인 처우에 대해 고발하는 내용이다.


너무나 많은 말이 떠올라 몇 번이나 글을 썼다 지우길 반복했다.

이 사회에서 발언권이 약하고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지 못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관심이 있다면

꼭 읽어보라 말하고 싶다.


살아가는 것이 결코 만만치 않다는 걸 새삼 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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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산업에서 노동자는 없다.

배달앱의 라이더들이나 청소앱의 가사 노동자들, 대리앱의 운전기사들 모두가 '사장'이다.

이런 새로운 고용 형태를 플랫폼 기업들은 노동자의 '선택'으로 포장한다.

시간에 구애 받지 않으면서 자유롭게 일할 수 있고, 하기 싫은 일은 거부할 수 있는 등

일감의 내용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고 말이다.

하지만 이는 과연 '선택'일까?

우리가 만난 대부분의 플랫폼 노동자들은 그것을 제외한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게다가 대다수가 '용돈' 벌이가 아닌 생계를 위해 그 일을 하고 있었다.

플랫폼 노동 시장의 진입 문턱이 낮다 보니 여기에 진입하는 이들 상당수는

사회 초년생이거나 기존의 1, 2차 노동 시장에서도 밀려난 이들이었다.


한국 사회는 IMF 시기를 거치며 일자리의 상당 부분이 비정규직화 되었다.

그에 따라 노동자들은 이전보다 더 위험하고 힘든 일에 내몰렸고 임금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런 비정규직 일자리마저 줄어들고 있다.

플랫폼 경제가 유휴 노동력을 기반으로 움직일 수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일자리를 잃거나 찾을 수 없는 이들에겐 그나마 일감이 제공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플랫폼이 제공하는 일감의 질적 측면을 보면 열악한 일자리가 늘어나는

현실이 보인다.

기업이 비정규직을 고용해 최소한이나마 부담했던 책임조차 이제는 '사장'이라 불리는

특수 형태의 근로 종사자 개인이 떠안게 됐다. 일이 없어서 발생하는 경제적 부담,

노동력 재생산을 위한 비용, 일 때문에 다쳤을 경우 져야 하는 부담 등도

이제는 개인이 져야 하는 것이다.


자유로운 시장보다는 하나의 위계적 조직에 가깝다.

이들은 기업이 자기 직원에게 일 시키는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일감을 할당하고

일하는 방식을 통제한다. 그렇다면 플랫폼을 기반으로 일하는 이들에게도 노동법을

적용하는 게 공정하지 않나.

하지만 플랫폼 기업들은 이런 노동자를 프리랜서로 위장하고 노동법을 적용하지

않는 것을 혁신이라고 말한다.

노동은 상품이 아니라고 규정한 국제 노동기구헌장[필라델피아선언]과는 반대로,

노동을 그저 온라인상에서 일감 단위로 거래되는 상품으로 취급하고 노동법을 회피하는

기법에 우리는 "혁신"이라는 이름을 붙여 줬다.


성신여대 법대 권오성 교수

"문 앞에 노동자가 도착했습니다", 

2020 NPO국제 컨퍼런스 '전환을 통한 회복, 공전을 위한 연결'.


1912년, 2224명이 타고 있던 타이타닉호에 구명정은 비상용 구명보트 열여섯 척과

조립식 보트 네 척이 전부였다. 이를 합하면 1178명밖에 구조할 수 없었다.

결국 구명보트로 구조된 건 711명뿐이었고, 1513명은 바다 밑으로 가라앉았다.

책임 방기였지만 법적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었기에 당시 유람선 회사와 보험사들은 비극을 면했다.

당시 영국의 선박 운항 규정에 따르면, 사람 수가 아니라 톤수에 맞춰 구명정을 준비하면

됐기 때문이다(4만6000톤짜리 타이타닉은 '1만 톤 이상' 배로 취급돼 962명을 수용하는

구명정만 있으면 됐다). 규제가 있어도 현실을 반영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라는 것을

100년 전 타이타닉호는 잘 보여준다.

그러나 이런 현실은 100년이 지난 지금도 반복되고 있다.

2018년 열여덟 살 김민준 군이 족발을 배달하다 사망한 건 일을 시작한지 나흘 만이었다.

무면허였던 민준 군에게 사장은 오토바이 배달을 시켰다. 근로계약서도 작성하지 않았다.

야근 수장도 없었다. 그런데도 사장이 받은 처벌은 벌금 30만 원이 전부였다.

노동자를 보호하는 근로 기준법이나 산안법이 민준 군에게는 무용지물이었던 셈이다. 


문제는 이렇게 기존 법 규제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공유 경제를 표방하는 배달앱은 이를 아예 무력화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자본주의 구조 속에서 인가의 노동은 이 체계를 굴러가게 하는 기본 요소다.

하지만 사람들은 우리가 먹고 마시고 사용하는 모든 것들이 다른 누군가의 노동

덕분이라는 것을 의식하지 못하거나 외면한다.

우리나 마트에서 구입해 쓰는 제품이 누가 어디서 어떻게 만든 것인지 알기는 이제 불가능해졌다.


지하철이나 전기도 마찬가지다.

1300원에 우리는 지하철을 탈 수 있지만 그 가격이 어떻게 책정되는지는 모른다.

한국의 전기료가 다른 선진국에 비해 저렴하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지만

전기 요금이 왜 그렇게 싼지 아무도 의문을 품지 않는다.

이렇게 저렴한 지하철 요금과 전기요금 안에는 구의역 김 군과 발전소 김용균 씨가 있었다.

우리가 누리는 낮은 가격과 편리의 이면에는 누군가의 노동을

부당한 값으로 거래하는 '불의'가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외면하면 인간의 노동이 어떠해야 하는지, 어떤 가치를 지녀야 하는지 알 수 없다.

이런 구조 속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숫자와 고통의 크기는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여기에는 물론 우리 자신도 포함 될 수 있다.


대형 마트가 문을 닫은 늦은 밤, 당장 내일 아침 아이들에게 차려 줄 반찬이 없을 때

핸드폰 속 앱을 열고 클릭 몇 번이면 새벽같이 내 식탁 위에 맞춤형 음식이 올라오는 세상이 되었다.

이런 편리 뒤에 숨은 건 또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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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소년 - 상
이시키 마코토 지음, 나가사키 다카시 원작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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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뜻미지근한 책


상, 하 2권 짜리 구성이라 조금 불안했지만,

내가 워낙 좋아하는 작가니까...싶어서 구입.


하지만 뭐랄까...."피아노의 숲"을 기점으로 그림체가 변한 건지...

예전 맛이 안 난다.


사실 "피아노의 숲"도  애니메이션 제작이 결정되면서

꽤 오랫동안 연재가 중단되었기 때문에

책을 사 놓고 아직도 읽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이 작가의 심상이 어떻게 변했는지 모르니까

이 작품을 이정표로 삼긴 힘들 것 같다.

아마도 다음 작품까진 봐야 하지 않을까?


그냥 어느 마을에 삼총사에게 벌어지는 괴이한 일 정도?


아마 작가는 한 가지 사건에 꽂혀 이 작품을 그렸을 거라고 생각한다.

근데 책의 후반부가 많이 떨어진다.


"왜"에 대한 답이 그냥 몇 페이지에 걸쳐 우수수 나열된다.

몰아치 듯...그냥 정해진 분량이 거의 다 찼으니까...라는 느낌?


뭐 그냥 대충대충 덮는 느낌으로 그렇게 책은 마무리 되며 끝.

근데 마지막 결말은 진짜 이해가 안된다. (여기서 진짜 실망)

- 출판사가 작가에게 제발 짧게라도 한 작품 그려 달라고 사정사정해서

나오지 말아야 할 작품이 나온 느낌이랄까...


2권짜리로 다루기엔 집어 넣은 것들이 좀 많지 않았나 싶다.

그냥 심플하게 갔다면 더 좋았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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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긴밤 (큰 판형 양장본) - 제21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
루리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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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대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코팅지의 촉감이 개인적으로 불호.

- 마우스 같은 전자 제품에 흔히 하는 러버 코팅이란 게 있는데

그것과 촉감이 매우 비슷. 왜 책에 이런 코팅을 한 걸까.....

그립감을 높여서 어디다 쓰게?


그리고 이것 때문에 먼지가 쉽게 붙고 잘 떨어지지 않는다. (이게 최악임)

아직 시도해보진 않았지만, 책장에 꽂을 때 잘 들어갈까? 싶다.


2. 큰 판형을 써야 할 정도의 무언가가 없다.

글씨체가 달라진 것도 없고 그림도 큰 판형 효과를 받는 다는 느낌이 없다.




미리 이야기 하자면,

스포일러는 없지만 내용을 옮겨 적은 게 많아서 스포가 될 수 있음.






이것은 늙은 코뿔소의 이야기. 그리고 거기에 이어지는 한 펭귄의 이야기.


읽으면서 수많은 생각이 일었다가 부서지곤 했다.

그리고 마음이 많이 힘들었다.

코뿔소와 펭귄의 이야기지만, 인간에 대입한다면 인간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대상을 코뿔소와 펭귄으로 한 것은 매우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이 짧은 이야기에 많은 것들을 잘 담았다.

억지스럽거나 건너 뛰는 곳 없이.

우리나라에서 이런 책이 나왔다는 게 생소하기도 하고 한편으론 뿌듯하기도 하다.

그리고 이 책을 읽고 나서 문득 "갈매기의 꿈"과 "노인과 바다"가 떠올랐다.

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이루고자 하는 것에 대한 강인한 의지가 세 작품에 모두 있기 때문 아닐까.




아쉬운 점을 꼽자면,

- 표지의 저 그림이 후반부 내용이기도 한데,

저렇게 펭귄의 머리를 맞대는 것, 코뿔소의 뿔을 대는 것이

두 동물의 본능적인 고유 습성인지 알 수 없다는 것.

저 행동이 둘만의 약속이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다.


- "불운한 검은 점이 박힌 알에서 목숨을 빚지고 태어난 어린 펭귄"

일본 문학에서 보여지는 표현법 같아서 아쉬웠다.

특히 목숨을 빚진다는 부분은 사실 개인적으로 혐오하는 표현이라서 싫었음.


일본의 스포츠 만화, 전쟁 만화 등을 통해 저런 표현을 접했기 때문에 반감이 깊다.

내가 살아 남기 위해 고의적으로 동료를 죽게 한 것이 아닌데

살아 남았다는 "책임"으로 죽은 자의 몫까지 내가 더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흐름을 나는 혐오한다.


삶과 죽음이 수없이 교차하는 곳에서 생존도 죽음도 그저 각자의 운명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다른 존재(타인)의 죽음까지 내 책임이라고 여기며 자책할 필요는 없는 것 아닐까?


주인공 펭귄이 알에서 태어나기 위해 주변의 생명체를 죽게 한 것은 아니니까.





인상 깊었던 구절>


"여기, 우리 앞에 훌륭한 한 마리의 코끼리가 있네.

하지만 그는 코뿔소이기도 하지. 훌륭한 코끼리가 되었으니,

이제 훌륭한 코뿔소가 되는 일만 남았군그래." P16




"너는 이미 훌륭한 코뿔소야. 그러니 이제 훌륭한 펭귄이 되는 일만 남았네." P115





긴긴밤이 등장하는 구절>


그날 밤, 노든과 치쿠는 잠들지 못했다.

노든은 악몽을 꿀까 봐 무서워서 잠들지 못하는 날은, 밤이 더 길어진다고 말하곤 했다.

이후로도 그들에게는 긴긴밤이 계속되었다. P57


치쿠는 기진맥진하여 휘청 거리면서도 지평선이 곧 파란색으로 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야속한 하늘은 그들이 걸어가는 길 위로 촉촉한 비 한 방울 뿌려 주지 않았다.

그날도 긴긴밤이 이어졌다. 노든과 치쿠는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고 있었다. P71


어느덧 하늘이 어두워졌다. 노든은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반짝이는 별들과 연한 구름들이 보였다. 노든은 외로웠다. 그래서 하늘을

계속 바라보았다. 오늘도 긴긴밤이 될 것이다. P76


나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노든이 나와 같이 바다에 가고 싶어 한다고,

나와 함께 있는 것을 좋아한다고만 생각해 왔지, 절망을 품고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한동안 우리는 서로에게 등을 돌리고 앉아 말없이 긴긴밤을 넘기고 있었다. P87


하지만 우리는 살아남았다. 세상에 마지막 남은 하나가 되었지만

복수를 할 수 없는 흰바위코뿔소와 불운한 검은 점이 박힌 알에서 목숨을 빚지고 태어난

어린 펭귄이었지만, 우리는 긴긴밤을 넘어, 그렇게 살아남았다. P104


마지막 '긴긴밤'이 등장하는 구절은 결말이므로 옮겨 적지 않았다.




각 구절에 등장하는 긴긴밤의 의미는 약간씩 다르지만,

나는 이 긴긴밤들이 인내를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그저 아픔을 참아서 곪게 만드는 인내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휴식을 갖는 인내인 것이다.



좋은 책을 읽게 되서 너무 좋았다.

그리고 이 책을 내가 읽게 해준 모든 사람에게 감사한다.




심플한 그림체가 불만인 것은 아니지만,

좀 더 풍성한 색감과 따스하고 세밀한 그림이었다면

(내용에 등장하는 아름다운 풍경이 심플한 그림체로는 쉽게 연상되지 않았다.)

두 동물의 이야기와 대조 되어 또 다른 느낌을 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잠시 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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