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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 노인입니다
김순옥 지음 / 민음사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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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30대는 읽을 필요 없는 책.

그리고 그들에게 추천할 필요도 없는 책.


20대, 30대가 이 책의 내용과 관련될 때 즈음이면

현실은 많은 부분이 바뀌어 있을 테니까.

그들의 부모 역시 이 책에 공감하기 어려운 나이일 것 같으니까.

내 생각엔 최소 40대 중반 이상이라면 이 책이 괜찮을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에게 드는 생각은...

'지나치게 독선적이며 행동으로 옮기는데 거침이 없다.'는 것.

그래서 읽으면서 간간히 불편했고 '이렇게까지?' 라는 생각이 드는 부분도 있었다.

허나 읽으면서 걸리는 부분 하나 없이 술술 잘 읽을 수 있던 점은 매우 만족.



시어머니는 배변 실수가 생기기 시작해서 손이 많이 가는 상황이었고 몸은 심히 

건강하셨다. 언제라도 사촌 형님이 두 손 들고 못하겠다고 하면 요양원 외에 다른

대책은 없었다. 혹시 상황이 안 좋으면 남편은 우리가 가서 다만 얼마 동안이라도 

돌볼 수 있지 않을까라고 얘기했지만 어림없는 일이다. 나를 낳고 길러주신 친정 

부모도 단 하루를 돌보지 못했는데. 대답도 하기 싫었다. 본인이 혼자 가서 돌보던가.

제발 하루라도 빨리 돌아가시길. 더 험한 삶 겪지 마시고 집에서 주무시다 꿈처럼 

돌아가시길. 모두가 원하는 바이지만 대부분 이루지 못한다는 걸 어머니나 우리나 

모르지 않았다.


내 코가 석자인 상황이 곧 닥칠 텐데 우리에게는 아직도 미완성인 부모님의 삶이 

남아 있구나 하는 생각에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참으로 아득했다.

P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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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도살장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50
커트 보니것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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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  도  살  장

혹은

소  년   십  자  군

죽음과 억지로 춘 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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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트 보니것


오래전 전투력을 상실한

미국 보병 정찰대원으로서, 전쟁 포로로서,

'엘베 강의 피렌체'라고 부르는

독일의 드레스덴 폭격을 목격했고,

또 살아남아 그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이것은 비행접시를 보낸 트랄파마도어 행성의 이야기들을

약간 전신문체적이고

정신분열증적인 방식으로 다룬 소설이다.

평화를.








하....이걸 뭐라 말해야 되지?

만약 이 책이 재미없고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 

오히려 그걸 다행으로 여겨야 하지 않을까 싶다.

유감스럽게도 난 이 책을 읽으며 웃은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블랙 코미디라며?

하지만 내가 보기엔 코미디가 없던데?


나는 이 책의 초반에 거부감이 극심했다.

내가 알던 "전쟁의 비극"을 다룬 책들과 사뭇 달랐기 때문이다.

나는 1장부터 등장하는 작가 본인이 전쟁의 참상과

폭격 현장의 처참함 등을 생생하게 전달해줄 것이라고 믿었었다.

하지만 2장부터 갑작스럽게 등장하는

빌리 필그림이라는 캐릭터나 트랄파마도어 행성,

그리고 시간의 개념 같은 것들이

나를 당황하게 했고 결국 화나게 만들었다.


특히 빌리 필그림의 무능한 모습과 현실을 외면한 채 

도망치려고만 하는 태도가 나에게 불쾌감을 줬었다.


결국 머릿속이 뒤죽박죽이 되고 감정은 헝클어져서

책을 던져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자

잠시 마음을 가다듬고

다른 사람들은 이 책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보기로 했다.


알라딘 100자평과 마이리뷰를 보고

나와 같은 상황에서 책을 놓아버린 사람도 있었고

꾹꾹 참으며 억지로 읽은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평가를 통해 나는 이 책을 완전히

오해하고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직접 겪지 않은 사람이 꾸며낸 생생한 이야기만 접했던 나였기 때문이다.


드레스덴 폭격의 참혹한 현장을 직접 겪은 후 

작가는 온전한 정신을 유지할 수 없었을 것이다.

아....

이 책이 세상에 나온 것은 그가 그 안의 잠재 된

고통스러운 기억을 전우와 함께 용기 내어 마주했기 때문일 것이다.


가슴이 너무 아팠다.

정작 참상에 대한 묘사는 후반부에 잠깐 언급된다.

- 나는 이것조차 마음 아팠다.


꺼내서 모든 이에게 알려야 한다고 생각했을 때는

시대가 허락하지 않았고

꺼내도 상관 없어진 시대에는 

너무나 오랫동안 봉인되어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감히 건들 수조차 없을 정도로 굳어버린 기억 아니었을까.

나 역시 누군가처럼 작가에게 깊은 고마움을 느낀다.


너무나 고통스러운 기억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막막했을 것이다.

난 트랄파마도어인의 등장과 빌리 필그림의 우스꽝스러운 복장.

그 후의 그의 행적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나 역시 이 책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모르겠다.

다른 사람에게 추천하기도 어렵고

내가 소장하기도 어렵고

기억에선 절대 지워지지 않고...


고통스러운 기억을 처리하는 방법이 내가 쓰는 방법과 같아서

너무 소름끼쳤다.

세상에서 오직 나만 이딴 방법으로 현실에서 도망치는 줄 알았다.

헌데 이런 책이라니!!


이 책은 지독한 은유와 치열한 단어 배치로

빌리 필그림은 전쟁이 끝나도 전쟁이 이어지는 것 같은 삶을 사는 것을

암시한다. 그리고 그는 자신이 어떤 상태인지 얼마만큼 아픈지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한다.


그는 점심을 먹은 뒤 낮잠을 자러 집으러 갔다. 그는 매일 낮잠을 자라는

의사의 명령을 받았다. 의사는 그게 빌리가 겪는 고충을 덜어줄거라

기대했다. 빌리 필그림은 이렇다 할 이유도 없이, 너무 자주, 자기도 모르게

울곤 했다. 누구에게도 들킨 적은 없었다. 오직 의사만 알았다.

빌리는 지극히 조용하게 울었으며, 물기가 많이 번지지도 않았다.

P83



이 책은 스스로 원해서...

그리고 작가와 비슷한 경험을 해보거나

아니면 그런 것을 유추할 줄 알아야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난 여태까지 좋은 책을 권한다는 생각으로 리뷰를 써왔지만

이번 만큼은 그냥 이 책이 어떤 책인지 극히 일부만 말하기로 했다.

내 글 실력으론 감히 이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점들을 모두

글로 적을 수 없다.



"내가 트랄파마도어에서 배운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 죽는다 해도 죽은 것처럼 

보일 뿐이라는 점이다. 여전히 과거에 잘 살아 있으므로 장례식에서 우는 것은 아

주 어리석은 짓이다. 모든 순간, 과거, 현재, 미래의 모든 순간은 늘 존재해왔고, 

앞으로도 늘 존재할 것이다. 트랄파마도어인은 예를 들어 우리가 쭉 뻗은 로키산

맥을 한눈에 볼 수 있듯이 모든 순간을 한눈에 볼 수 있다. 그들은 모든 순간이 영

원하다는 것을 봐서 알고 있고, 그 가운데 관심이 있는 어떤 순간에도 시선을 돌릴 

수 있다. 마치 줄로 엮인 구슬처럼 어떤 순간에 다음 순간이 따르고 그 순간이 흘

러가면 그것으로 완전히 사라져버린다는 것은 여기 지구에 사는 사람들의 착각일 

뿐이다. 트랄파마도어인은 주검을 볼 때 그냥 죽은 사람이 그 특정한 순간에 나쁜 

상태에 처했으며, 그 사람이 다른 많은 순간에는 괜찮다고 생각한다. 이제 나도 누

가 죽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그냥 어깨를 으쓱하며 그냥 트랄파마도어인이 죽은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을 한다. '뭐 그런 거지."

P43


기밀실에는 안을 살필 수 있는 구멍이 두 개 있었다. -노란 눈이 거기 달라붙어 

들여다보고 있었다. 벽에는 스피커가 있었다. 트랄파마도어인은 후두가 없었다.

그들은 텔레파시로 의사소통을 했다. 그들은 컴퓨터, 또 모든 지구인의 말소리

를 만들어낼 수 있는 일종의 전기 기관을 이용하여 빌리와 이야기할 수 있었다.

"탑승을 환영합니다, 필그림 씨." 스피커가 말했다. "질문 있나요?"

빌리는 입술을 핥고 잠시 생각을 하다가 마침내 물었다. "왜 나죠?"

"정말 지구인다운 질문이군요, 필그림 씨. 왜 당신이냐고? 말이 나와서 이야기

인데 우리여야 할까요? 여야 할까요? 그냥 이 순간이기 때문입니다. 

호박에 들어 있는 벌레를 본 적 있나요?"

"네." 빌리는 사실 사무실에 문진이 하나 있는데, 그것이 안에 무당벌레 세 마리

가 들어있는, 광택이 나는 방울 모양의 호박이었다. 

"자, 여기 우리도 그런 거죠, 필그림 씨, 이 순간이라는 호박에 갇혀있는 겁니다. 

여기에는 어떤 도 없습니다."

P102


"여기가 어디지?" 빌리 필그림이 말했다.

"지금은 다른 호박 방울에 갇혀 있습니다, 필그림 씨, 우리는 바로 지금

우리가 있어야 할 곳에 있습니다 -지구에서 5억 킬로미터 떨어진 곳이고, 몇백 

년이 아니라 몇 시간 만에 트랄파마도어로 우리를 데려다줄 시간 왜곡으로 향

하고 있습니다."

"어쩌다 - 어쩌다 내가 여기로 오게 된 거지요?"

"그것을 당신에게 설명하려면 다른 지구인이 필요합니다. 지구인들은 설명을 잘

하더군요.왜 이 사건이 이런 식으로 구조가 잡혀 있는지 설명하고, 또 어떻게 어

떤 일을 이루거나 피할 수 있는지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나는 트랄파마도어 사람

이고, 당신이 쭉 뻗은 로키산맥을 한눈에 보듯이 모든 시간을 보고 있습니다.

모든 시간은 모든 시간이죠. 그건 변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미리 알려줄 수도 없

고 설명할 수도 없습니다. 그냥 그렇게 있는 거죠. 그걸 한순간 한순간씩 떼어놓

고 보면, 우리 모두가, 내가 전해도 말했듯이, 호박 속에 갇힌 벌레라는 것을 알게 

될 겁니다."

"자유의지라는 걸 믿지 않는 것처럼 말하네요." 빌리 필그림이 말했다.


"지구인을 연구하느라 그렇게 많은 시간을 쓰지 않았다면, '자유의지'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나는 전혀 몰랐을 겁니다. 나는 우주의 유인 행성 서른한 곳을 찾

아가보았고, 그 외에도 백 개 행성에 대한 보고서를 살펴보았습니다.

그런데 오직 지구에서만 자유의지를 이야기 합니다." 트랄파마도어인이 말했다.

P113


"그렇다면-" 빌리가 더듬듯이 말했다.

"지구상의 전쟁을 막는다는 생각도 멍청한 거겠네요."

"물론이죠."

"하지만 이곳이 평화로운 행성이란 건 사실 아닙니까."

"오늘은 그렇죠. 하지만 다른 날에는 당신이 보거나 읽었던 어느 전쟁 못지않게 끔

찍한 전쟁을 치르고 있습니다. 그건 우리도 어쩔 도리가 없기 때문에 그냥 안 보고 

말지요. 무시해버립니다. 우리는 기분 좋은 순간들을 보면서 영원한 시간을 보냅니

다. -동물원의 오늘처럼 말입니다. 지금은 멋진 순간 아닌가요?"

"그렇죠."

"그게 지구인이 배울 수도 있는 점 한 가지입니다. 열심히 노력한다면요.

끔찍한 시간은 무시해라. 좋은 시간에 집중해라."

P151


"그럴 수밖에 없었소." 럼포드가 빌리에게 말했다. 드레스덴 파괴 이야기였다.

"압니다." 빌리가 말했다.

"그게 전쟁이오."

"압니다. 나는 불평을 하는 게 아닙니다."

"지상은 틀림없이 지옥이었겠지."

"그랬습니다." 빌리 필그림이 말했다.

"그렇게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을 가엽게 여기시오."

"그러고 있습니다."

"틀림없이 착잡할 수밖에 없었겠지, 거기 지상에서는 말이오."

"괜찮았습니다." 빌리가 말했다. 

" 괜찮습니다. 모두가 자신이 하는 일을 할 수 밖에 없는 거지요. 

나는 트랄파마도어에서 배웠습니다."

P246







하느님, 저에게

제가 바꿀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차분한 마음과

제가 바꿀 수 있는 것을

바꿀 수 있는 용기와

언제나 그 차이를 

분별할 수 있는

지혜를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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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몬스터
이두온 지음 / 창비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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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잘 쓴 소설인지 아닌지

결론을 내릴 수 없는 경계선 어딘가에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심정으로 이 책에 대해 말하자면

"절대 정가로 구입하는 것을 추천하고 싶지 않은 책."


익숙한 재료로 '괜찮은' 비빔을 만들었고 (작가)

그것을 고급 음식처럼 파는 상황이랄까...(출판사)


※ 참고로 말하자면 나는 엄청 재밌게 읽거나

매우 잘 썼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해서 무조건 소장하진 않는다.



일본 소설같다.

가던 길을 멈출 정도로 혹하게 만드는 자극적인 문구.

...를 위한 책 같은 느낌.(뭐 나도 여기에 낚였지만)


중반까지는 그야말로 물살을 가르듯 술술 읽히는데

중반에 결정적인 장면에서 텐션이 확 떨어졌다.


왜 살인 장면을 도중에 끊었을까?

그 전의 내용에서도 영화 예고편처럼 끊어서

장면 전환을 하길래 이해는 하는데

살인 장면을 나눠버리니 고조되었던 긴장감과 감정이

타의에 의해 흩어져 버린 느낌.


그 후로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는 감정이 고조되는 것을 느끼지 못했다.

냉정해졌다고 해야 할까? 흠...

몰입해봤자 내 손해...이런 느낌이었을지도 모른다.

아무튼 일정 거리를 두고 마저 읽게 됨.


초중반부까지는 작가의 개입이 최소한이었지만,

후반부에 이르러서는 그냥 밝혀지지 않았던 모든 것들을

작가가 좔좔 이야기 해준다.

이 정도면 분량 어느 정도 채웠지? 그럼 이제 마무리~ 이런 느낌.



참고로 여기에 나오는 캐릭터들은 본인 입으로 사랑이라고 이야기 하는데

그것은 사랑이 아니다.

사랑하고 있다고 주장해야 추한 행동, 일그러진 마음이 포장되니까.

집착과 광기, 딱 스토커의 모습이다.

제목은 찰떡 같은데 (내가 하고 있는 것은 사랑이야!! 라고 외치는 괴물)

동정과 낭만으로 포장된 엔딩이 그들을 정당화하는 것은 아닌가 싶어서

기분이 좋진 않았다.


옮겨 쓰고 싶은 소설 속 문구도 없고

특별히 어떤 부분이 인상 깊었다 할 것도 없다.

그냥 이런 책이 있구나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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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색 고양이 모부는 캔 부자가 되고 싶어 2 (한정판) - 식빵 굽는 모부 투명 북마크 + 플라잉 모부 아크릴 키링 + 배달원 모부 예절 포토카드
쿠로야마 캐시 램 지음, 조아라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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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체는 딱 내 취향.

근데 스토리가 거의 없다시피 하기 때문에 최종적으로 별은 2개.


작가가 자신의 제품을 팔기 위해 그린 만화라고 느꼈기 때문에

이 책에 대해 거리낌 없이 평가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단, 그렇다고 작가가 자신의 고양이에 대한 애정 없이

상업적으로 이용만 한다는 말은 절대 아니다.


내가 봤던 다른 고양이 만화와는 달리 집사의 광기(?)가 느껴지지 않아서 그런지

이 책은 내용이 엄청 싱겁다. (그리고 유치함)


- 주인과 고양이는 의사소통이 안되는데,

그 고양이와 동네 카페 주인(그리고 기타 등등의 사람들)은 의사소통이 된다.

이런 해괴한 설정이 이 책 내용을 더욱 싱겁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평소 고양이 만화를 엄청 좋아해서

표지를 보자마자 1권을 구입했는데...

생각보다 너무너무너무 재미없어서 2권 구입을 꽤 망설였다.

근데 뭐...한정판 책갈피나 키링, 카드 등이 눈에 아른거려서 결국 구입.

2권 내용은 1권보다 더 괴이하고 재미없음.

- 그냥 딱 '억지로 그렸다.'라는 느낌.


표지에 나온 고양이 모습이 너무 내 취향이고

사은품이 마음에 드니까 이걸로 충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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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김기태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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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바다 - 3/5

롤링 선더 러브 - 4/5

전조등 - 5/5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 5/5

보편 교양 - 4/5

로나, 우리의 별 - 3/5

태엽은 12와 1/2바퀴 - 2/5

무겁고 높은 - 2/5

팍스 아토미카 - 0/5


9편의 단편 모음집

개인적으론 마지막 편인 "팍스 아토미카"를 제외하고 모두 재밌게 읽었다.

"롤링 선더 러브"는 정말 재밌게 읽었고

"전조등"은 그저 그렇게 읽다가 중반이 넘어가면서 갑자기 로맨틱 코미디

영화 같은 전개가 되서 재밌었다. 남자 주인공이 귀여웠음.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은 피상적으로만 알고 있던 다른 인생의 사람들을

깊이 있게 묘사 함으로써 리얼함을 구축하고 그것이 주는 묵직한 울림이 인상적이었다.

"보편 교양"은 제15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에서 처음 봤었는데,

이런 서술 방식을 한국 소설에 처음 봤기 때문에 너무 좋았다.

나 역시 어떤 일을 계획할 때 "보편 교양"에 등장하는 곽처럼 생각하기 때문에

동질감이 꽤 컸다.


"세상의 모든 바다"와 "로나, 우리의 별"은 주제가 많이 겹치는 느낌이었다.

"태엽은 12와 1/2바퀴"는 이해가 되지 않았고 "무겁고 높은"은 그저 그랬다.

마지막 편인 "팍스 아토미카"는 읽으면서 내가 정신병에 걸릴 것 같은 불안감과 싸워야 했다.

솔직히 이 마지막 편 때문에 이 작가에게 걸었던 기대감이 사라졌다.

내가 어떻게 될 까봐 극도로 불안했기 때문에 

다 읽고 나서 누구한테 싸다구를 정신 없이 맞는 것처럼 멍~한 느낌이 들었다.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팍스 아토미카"와 다른 편이 크로스 오버되는 것 같았다.

"롤링 선더 러브"에 등장하는 호랑이 인형과 "세상의 모든 바다"에 등장하는 주인공.

혹시 내가 놓친 게 더 있을까? 싶었지만,

다시는 읽고 싶지 않기에 깔끔하게 관뒀다.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의 본문 중


마을버스도 올라오지 않는 가파른 억던. 민트색이라기보다는 치약색 페인트가 칠해진

낡은 빌라. 4층까지 계단을 오르다 보면 복도에서는 낯선 향신료 냄새가 났고 가끔 반

쯤 열려 있는 문 안쪽에서 한 무리의 사람들이 떠드는 더운 나라의 언어가 들렸다. 교

회 스티커 자국이 남아 있는 철문을 열면 두 사람의 집이었다. 방 하나는 진주가, 다른

하나는 니콜라이가 쓰기로 했다. 방과 방 사이 거실은 무척 좁아서 사실상 반은 주방이

고 반은 현관이었다. 텔레비전과 소파를 둘 순 없었지만 그 공용 공간은 두 사람에게

유용했다. 방문 바깥이 아주 바깥은 아니라는 것이 기뻤다.



정전을 계기로 앞집 부부와 배드민턴을 쳤다. 부부가 대접한 더운 나라의 음식이 입에

맞진 않았지만 접시를 비웠고, 그 집 꼬마가 리코더 연주를 뽐냈을 때 박수를 쳤다. 집

에 돌아와 '우리 오늘 이웃이랑 친한 사이 해버림'이라며 하이파이브를 했다.

미래는 여전히 닫힌 봉투 안에 있었고 몇몇 퇴근길에는 사는 게 형벌 같았다. 미미하지

만 확실한 행복을 주워 담았고 그게 도움이 안 될 때는 불확실하지만 원대한 행복을 상

상했다. 보일러를 아껴 트는 겨울. 설거지를 하고 식탁을 닦는 서로의 등을 보면 봄날의

교무실이 떠올랐다. 어떤 예언은 엉뚱한 형태로 전해지고 아주 긴 시간이 지나서야 실

현되는 것일지도 몰랐다.


이 작가의 작품이 인상 깊은 것은 엄청나게 디테일한 묘사로 리얼함을 쌓아 올려서

몰입도를 최고로 고조시킨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글로 전해지는 무게감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만약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을 영상으로 봤다면 이 정도의 감동은 없었을 것 같다.


열린 결말도 마음에 들었고 쓸 데 없는 메세지 전달이나 

어거지 해피 엔딩이 아닌 것도 마음에 드는 점.

다큐멘터리 같은 드라이한 서술 방식에 깨알 같은 디테일이 좋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편 모음집이기 때문에 나는 중고 구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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