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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세와 함께한 10일 ㅣ 도란도란 마음 동화 2
안선모 지음, 이장미 그림 / 청어람주니어 / 2020년 3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안녕'과 '약속'이라는 글자와 함께 두 남자아이가 어깨동무를 하고 웃고 있는 사진 액자 그림이 눈에 들어오는 그림책《따세와 함께한 10일》.
이 작품은 청어람주니어에서 펴낸 '도란도란 마음 동화' 두번째 책으로 한국아동문학인협회 우수작품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열 살 동갑내기 미얀마 난민 따세와 한국 아이 열이가 한집에서 함께한 10일간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면지에서 짠-하고 장난스럽게 등장하는 아이가 바로 나열입니다. "스페이스 디젤넛트! 꼭 갖고 싶다."고 외치는 모습에서 올해 열 살이 된 딸아이의 모습이 보입니다.
"산타할아버지, 구체관절인형을 갖고싶어요. 이 사진과 똑같지 않아도 돼요. 너무 못 생기지만 않으면 돼요. 수고하세요."
원하는 인형 이미지를 출력해서 안방 옷장 문(왜 거기였을까요.)에 붙여 놓았던, 우리집 열이.
열이네 집 식탁 풍경. 난민 가정을 돕는 봉사활동을 다니는 엄마가 따세라는 남자아이가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는 이야기를 꺼내고, 아빠도 걱정을 전하며 진지한 대화가 이어집니다.
따세는 열이네 반으로 전학을 온 미얀마 난민 아이입니다. 열이는 따세와 눈 한번 마주친 적 없을 만큼 관심이 없어요. 당연히 열이 입장에서는 도대체 그애 엄마가 눈 수술을 하게 된 일이 자기와 무슨 상관이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그것보다 생일선물로 꼭 '스페이스 디젤 넛트'라는 장난감을 사주면 좋겠다는 말을 꺼내는 게 훨씬 중요했으니까요.
열이의 부모님은 따세를 집에서 열흘 동안 묵게 하며 열이에게 따세가 편안하게 학교를 다닐 수 있게 돕는 중대한(열이 입장에서는 전혀 멋지지 않은) 임무를 줍니다. 이 미션을 성공해야 그에 대한 보상으로 원하는 생일선물을 사준다고 합니다.
그렇게 열이네 집으로 오게 된 따세는 생일이 10월 10일이고, 미얀마어로 '따세'가 숫자 10을 뜻한다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열이는 자신의 이름도 숫자 10, '열'이라는 뜻이라고 설명하며 하이파이브를 청합니다. 눈 딱 감고 열흘만 참자고 다짐하면서요.
학교에서 최고 인기남인 열이. 그런데 교실 쓰레기통 옆에 나타난 벌레 때문에 큰 소란이 일어났을 때 따세가 아무렇지도 않게 벌레를 잡아 화단 속에 놓아주는 모습 덕분에 갑자기 반에서 가장 멋진 '핵인싸'가 되었어요.
따세는 나무에 오르기, 달리기, 물구나무 서기, 축구, 그림 그리기 등 잘하는 게 많았습니다. 친구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아직 서툰 한국어로 더듬거리면서도 자기 생각도 표현할 줄 알았습니다.
잘 달리는 따세를 보며 열이는 굳이 나서서 "난민은 늘 쫓기고 도망쳐야 하니까." 잘할 수 밖에 없다고 여자아이들에게 말합니다. 자기가 버린 몽당 색연필만 가지고도 친구들이 모두 열광할 만큼 멋진 그림을 그리는 것도 못마땅하고요. 가족이 외식하는 날 따세의 입맛에 맞춰야 하는 것도, 따세가 주인공처럼 돌아가는 가족의 분위기도 불쾌했습니다. "난민 주제에..."라는 생각에 열이는 계속 화만 났습니다.
따세와 함께 지낸지도 어느새 8일째 되던 날, 열이는 따세가 악몽을 꾸는 듯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열이의 엄마는 따세를 다독여주며 너의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들려주라고 합니다.
따세는 산과 호수가 어우러진 자연 속에서 행복하게 지내던 사람들을 그림으로 그려서 부모님의 고향 풍경을 소개합니다. 이어지는 그림은 총을 든 군인들이 몰려오는 모습, 사람들이 도망치는 장면, 따세가 태어났을 때, 비행기를 타고 고향을 떠나야 했을 때였습니다. 마지막 그림은 따세가 커다란 푸른 새를 타고 미얀마로 날아가는 환상적인 모습이었습니다. 따세가 설명하지 않아도 아이들은 따세의 그림을 이해하고 감탄해 마지 않았어요.
어느새 따세와 함께 지낸지 10일이 되는 날, 따세는 열이네 집에서 떠나고, 열이는 원하던 장난감을 받을 수 있는 시간이 되었어요. 눈 딱 감고 열흘만 참자고 다짐했던 열이에게 이제 무슨 일이 일어날까요?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위해'를 제목으로 이 작품을 만들게 된 이유를 자세히 적은 작가의 말을 꼭 읽어보길 바랍니다. 학교에서 열이와 따세 또래 초등학생들의 선생님이기도 한 작가가 실제로 학교에서 가르쳤던 난민어린이에 대한 이야기가 있어요.
작가는 우리의 관심이 부족한 난민 이야기, 특히 난민 아이들에 관한 이야기를 통해 우리 아이들에게 이 세상은 다함께 살아가는 것임을 자연스레 알려주고 싶었다고 합니다.
이야기 속의 아이들처럼 열 살이 된 우리 아이도 사실 난민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습니다. 저 또한 말로는 요즘 아이들은 결핍을 잘 모르는 게 문제라고 하지만 한편에서는 아이가 결핍을 알 수도 없게 부족한 대로 만족하는 법을 가르치지 않고, 직접 겪어보도록 내버려두지 않는 편입니다.
때때로 TV를 통해 여러 구호단체의 후원 독려 영상을 보며 아이는 저 어딘가에서는 왜 어린 아이들이 못 먹고, 아프고, 고통스럽게 사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 하겠다는 듯한 표현을 합니다.
우리는 적어도 음식이 없어서 굶거나 물이 안 나오거나 더러워져서 마시지 못 하는 일이 없고, 아프면 병원에 갈 수 있고, 학교도 다닐 수 있으니 아무것도 마음껏 할 수 없는 어린이들에 대해 함께 생각하고 도움을 줘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그러나 아이는 왜 저토록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찍어서 광고를 하며 아무 상관없는 자기한테 도와달라고 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반감을 갖고 이야기할 때도 있습니다.
이 책이 아이에게 왜 아무 상관없는 우리가 그들과 함께해야 하는지 이해되기 시작하는 연결고리가 되기를 바랍니다. 끝이 보이지 않는 봄방학 동안 심심하다고 엄마를 연달아 찾을 때 책과 멀어져 있는 아이를 불러다 한번은 이 책을 함께 읽어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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