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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학교가 집이 되었다 - 제4회 창비×카카오페이지 영어덜트 소설상 우수상 수상작
김윤 지음 / 창비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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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회 창비X카카오페이지 영어덜트소설상 우수상 수상작, 김윤 작가의 <어쩌다 학교가 집이 되었다>가 출간되었다. 고3 준영이가 한밤중에 모두가 하교한 학교로 두번째 등교를 하며 벌어지는 일들을 긴장감 넘치고 재미있게 풀어놓았다. 어쩌다 학교가 집이 되었다는 이야기 속에 십대 후반의 아이들이 겪을 법한 수험생활의 숨막히는 부담감과 성장하며 나아가는 길 위에서 방황하는 시간이 담겨 있다.

어른들(부모)의 잘못으로 집에서 나올 수밖에 없었던 준영이가 학교에 숨어들어 지내기 시작한 여름 장마 때처럼 인생에는 그토록 눅눅하고 불편한 기간이 짧게도 길게도 있게 마련이다. 하필이면 고3 때 집을 잃는다는 것은 준영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생각하기에 앞서 막막함이 확 다가왔다. 밤새 교실을 뒤지고 다니는 책도둑이 있다고, 학교에 버려진 아이가 있다고 떠도는 괴담의 주인공으로 산다는 게 고3 수험생활보다 더 힘들었을 것 같다.

그런데 준영이 전교회장을 통해 받게 된 열쇠로 혼자 드나들며 지내고 있던 학교 창고(준영의 학교집)에 남겨진 경고 "내 집에서 나가". 이 섬뜩한 낙서는 어쩌다 학교가 집이 된 아이가 준영 말고도 또 있다는 것인가. 학교 괴담의 진짜 주인공은 준영이 아닐지도 모른다. 이제 학교 창고조차 혼자만의 공간이 되어주지 않는데, 준영은 집으로 돌아가거나 새로운 집을 찾을 수 있을까?

집이 완전히 망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준영이 급식실에 들어가던 순간 울린 사이렌 소리 때문이었다. 급식실 입구에서 학생증을 기계에 찍었는데, 전교생이 다 들을 만큼 큰소리로 사이렌이 울렸던 것이다. 준영은 창피하고 억울했다. 이미 집에 가스와 전기가 끊기고, 인터넷, 핸드폰까지 끊긴 뒤였기 때문에 급식도 못 먹게 되는 날이 올 수도 있다는 생각은 이미 하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 요란하게 그날을 맞이할 줄 몰랐으니까.

담임선생님이 당장 밥 사먹을 돈을 주셨지만 전공을 빨리 정하라고 재촉하시고, 친한 친구 도빈은 학교를 그만두었다는 소식도 들었다. 학교에는 도빈과 함께 준영이 친하게 지내던 두홍이 있지만 틈만 나면 농구나 하러 가자고 조르는 두홍이 준영이는 조금 성가신 듯 보인다. 준영에겐 지금 중요한 게 농구도 공부도 아니고, 쪼개고 쪼개 써야 하는 비상금, 장학금을 받아야만 진학을 생각할 수 있는 대학 입시, 그리고 집 문제였다.

다른 애들도 같을까. 하긴, 비슷하겠지. 대학에 가려는 건 전부 마찬가지였고 그 생각이 계속해서 스스로를 떠미는 바람에, 지금도 톡방이든 SNS든 자기만 아는 커뮤니티 사이트든 화면 속에 숨어서 버티고 있었으니까. 다들 똑같다. 딱 시기에, 이유는 다르더라도 학교에서든 집에서든, 튕겨 나온다. 한 번쯤은.
(본문 39쪽)

집을 나가는 거야.
생각해보니 그날과 상황이 비슷하긴 했다. 다른 점이라면 컴퓨터가 없다는 것과 이번엔 정말 집에서 나가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다는 것. 나는 다시 현관문을 나설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다시 하지 않겠다던 두 번째 등교를 또 시작했다.
(본문 43쪽)

흩날리는 빗속을 우산도 쓰지 않고 도망치듯 집을 나온 준영은 학교 창고로 짐을 옮기고, 부서진 책상이나 의지가 아무렇게나 쌓여 있는 쓰레기장 같은 공간을 정리한다. 책걸상으로 가려진 작은 나무 문을 열어야 안전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협소한 먼지구덩이에 불과하더라도 준영에겐 그 공간이 필요했다. 다행이 조그마한 환기구 창이 있었고, 생각보다 시원하고 아늑하게 느껴졌다.

준영이 어쩌다 집이 된 학교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농구밖에 모르는 친구 두홍, 학교 창고의 열쇠를 건네줬지만 수상한 제안을 하는 전교회장 지혜, 집에서 나갈 거라고 노래를 부르는 후배 소미 같은 좀 이상하고 미친 것 같은 애들밖에 없지만 이 아이들이 준영에게, 준영 역시 이 친구들에게 나직하지만 꽤 단단한 울타리가 되어주는 이야기가 전개된다. 언제든 돌아갈 수 있는 집은 없지만 준영이 시나리오를 집필하며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주는 건 이 이상한 친구들이었으니까. 그리고 무심한 듯 적절한 관심과 도움을 주시는 담임선생님도 준영이 가지 말아야 할 길로 일탈하거나 벼랑 끝에서 포기하지 않도록 해주셨다.

어딜 가나 그럼 가끔 그런 애들이 있다.
그냥 친해지고 싶은 애. 이성이든 동성이든 딱히 뭔가를 함께하는 게 아니어도 곁에 있고 싶고 같이 실없이 웃고 싶은 애. 등교할 때도 하교할 때도 늘 친구들과 하나로 된 그림자를 지고 가는 애. 영화를 같이 보고 밤새 떠들거나 그애가 있는 톡방에 들어가고, 서로 팔로우를 하고, 같은 소속이 되어 사소한 대화를 끊이지 않게 나누고 싶은 애.
너무 신경 쓰이는 애.
(본문 89쪽)

작가의 말을 읽어보면 김윤 작가 자신이 준영, 두홍, 지혜의 모습을 조금씩 가지고 있고, 작품 속에서 준영을 이끌어주던 선생님도 학창시절 은사님의 성품을 옮겨썼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고3이라는 현실적인 벽뿐만 아니라 경제적인 위기, 집 없는 어려움, 내적인 방황까지 뚫고 나아가야만 하는 인물들이 만만치 않은 갈등 끝에 성장에 이르는 이야기가 이 아이들의 부모 입장에서 읽어도 절실하게 와닿았다. 세대를 막론하고 공감대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좋은 작가와 작품을 만나 한층 더 뜻깊게 한해를 마무리할 수 있게 되어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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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최초의 수렴청정 정희왕후 여성 인물 도서관 1
이규희 지음, 이로우 그림 / 청어람주니어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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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어람주니어에서 역사의 책갈피에 숨어 있는 옛 여성들의 이야기 '여성 인물 도서관' 첫번째 작품 《조선 최초의 수렴청정 정희왕후》이 출간되었습니다. 

조선 최초로 수렴청정을 시작한 여성 정치가, 정희왕후의 삶이 역사동화로 펼쳐져 있습니다. 평범한 양반집 막내딸 정희가 진평대군과 우연한 마주침을 계기로 궁에 들어가 모진 세월을 겪으며 왕의 뒤에서 왕을 더 빛나게 하며 용기와 결단력을 바탕으로 조선을 지혜롭게 다스린 이야기를 만나 보겠습니다.




글_이규희

중앙일보 소년중앙문학상에 <연꽃등>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어요. 그림책, 동화, 청소년 소설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집필하고 있으며 세종아동문학상, 이주홍문학상, 윤석중문학상, 가톨릭문학상 등을 수상했어요. 그동안 쓴 책으로는 《어린 임금의 눈물》 《왕비의 붉은 치마》 

《독립군 소녀 해주》 《남원성의 눈물》 《악플 전쟁》 《사비성을 지키는 아이들》 《큰 기와집의 오래된 소원》 《진짜 친구 찾기》 등 1백여 권이 있어요.

그림_이로우

자연과 상상으로부터 얻은 영감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일러스트레이터예요. 전시, 상품 제작 등 개인 작업과 더불어 출판, 음반, 패션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과 협업하고 있어요. 다수의 책 표지와 삽화를 그렸어요.

먼저 청어람주니어의 새 시리즈 ‘여성 인물 도서관’ 에 대해 먼저 소개해 볼게요. (*청어람주니어 블로그 참고)

1. 왜 여성 인물일까요?

옛날에는 유교 사상 때문에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여성들이 많았어요. 하지만 그 시대에도 정치, 사업, 학문, 문학, 의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며 자신의 삶을 개척해 나간 여성들이 있었어요. 역사의 중심에 있었던 남성들보다 덜 알려진, 하지만 알아야 할 여성들의 이야기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 동화로 엮었어요.

2. 다른 인물 이야기와 무엇이 다를까요?

인물이 살던 시대와 역사적 사건을 연대기적 구성으로 설명하기보다는 역경을 이겨 내는 인물의 성격과 삶의 태도에 집중했어요. 어떤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냈는지, 어떤 점에서 뛰어났는지 조명함으로써 입체감 있는 인물의 삶에 몰입해 실감나게 읽을 수 있는 인물 동화예요.

3. 인물 이야기로 어떻게 역사 공부를 할 수 있을까요?

이야기 앞에 ‘인물 관계도’와 ‘연표’를 넣어 인물과 연관된 사람들과 인물의 생애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 했어요. 이야기 끝에는 인물이 살던 시대의 역사적 사건을 알려 주는 ‘그때 그 사건’, 인물의 특징을 알기 쉽게 설명하는 ‘인물 키워드’, 인물의 영향으로 생겨나 현재까지 이어져 오는 유물·장소·제도 등을 소개하는 ‘인물 그리고 현재’를 넣었어요. 인물 이야기와 더불어 역사 정보도 제대로 알 수 있도록 다채롭게 구성한 역사 동화예요.


위의 설명처럼 시리즈의 기획 의도가 분명하고, 구성이 다채로운 점이 눈에 띄었어요. 이야기가 시작되기 전에 목차에 이어 인물 소개, 인물 관계도와 연표를 배치해서 동화의 중심이 되는 시대와 인물 관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습니다.



이야기는 지금의 서울 청계천 쪽에 있는 광통교에서 보름달이 둥싯 떠오른 정월대보름에 어린 정희 일행과 한 무리의 도령이 마주치면서 시작됩니다. 양반집 자제로 보였던 도령 무리에 세종대왕의 아들 진평대군(훗날 세조)이 있었고, 이날의 인연이 혼인까지 이어지게 됩니다.



왕실 가족이 된 정희는 영특하고 당차면서 어진 성품으로 평온한 나날을 보냈고, 수양대군이라는 새 이름을 받은 남편도 학문과 무예를 닦아가고 도량을 넓혔습니다.

그러나 왕실의 권위를 되찾고자 했던 수양대군의 결심으로 정희 역시 여장부가 된 것처럼 남편을 돕기 시작했습니다. 거사를 앞둔 남편에게 손수 갑옷을 지어 입혀준 이야기가 널리 알려져 있어요.

1453년 계유정난을 거치며 왕위를 향한 야심을 감추지 않았던 수양대군의 행보부터 단종의 유배, 왕위에 오른 수양대군이 세조가 되면서 정희가 정희왕후가 된 이야기, 세조가 세상을 떠나고, 둘째 아들이 예종이 되어 정희왕후가 대비가 되는 과정까지 오랜 세월이 흐릅니다. 

남편의 뒤를 이어 왕위에 오른 아들마저 세상을 따나며 정희왕후도 모질고 슬픈 일을 숱하게 겪었지만 조선의 모든 왕실 가족과 신하들이 정희왕후만 바라보고 있는 현실 속에서 슬퍼할 겨를이 없었겠지요. 이제 다음 보위에 오를 인물도 선택해야 했으니까요.



세 명의 후보자 가운데 정희왕후의 마음이 기울게 되는 인물을 누구였을까요? 다음 왕을 선택하는 정희왕후의 깊은 고민과 냉철한 판단력을 따라가다보면 조선 최초의 수렴청정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집니다. 


수렴청정은 세자가 나이가 어릴 때 임금의 자리에 올랐을 때 어머니 또는 할머니가 임금을 도와 나랏일을 보던 제도였어요. 정희왕후는 과거에 수양대군이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빠르고 지혜로운 판단을 바탕으로 조언을 아끼지 않았기 때문에 임금이 자라서 스스로 나랏일을 볼 수 있을 때까지 청정을 하기로 했어요.



정희왕후는 무엇보다 백성들이 고통받지 않도록 선대에 만들어진 법이라고 무조건 따르기 보다는 백성들의 숨통을 트이는 방향으로 제도를 바꿨어요. 호패법을 없애고, 뽕나무를 키우게 하거나 내수사 장리소 수를 줄이는 등 나랏일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대신들과 논의를 했고, 임금의 뜻도 존중하며 성군이 될 수 있게 이끄는 지혜를 보여주었지요. 자연히 백성들도 정후왕후의 은덕을 칭송했어요.

정희왕후의 이야기가 마무리되고 책의 뒷부분에는 계유정난, 수렴청정에 대해 좀더 상세히 정리된 페이지가 있어서 동화의 내용과 역사적 사실을 연결해서 생각해 볼 수 있게 돕고 있어요. '인물 그리고 현재'라는 제목 아래 세조와 정희왕후가 다스렸던 조선시대의 특징과 문화를 접할 수 있는 자료들이 실려 있어요.



우리 어린이들도 정희왕후가 나라를 다스리는 이야기를 따라가보며 수렴청정이 무엇이었고, 철저히 남성 중심 사회였던 조선시대에 실존했던 여성 정치가의 면모는 어땠는지 실감나게 느낄 수 있을 거예요.



이 책은 초등 교과 과정, 5학년 2학기 사회 '1. 옛사람들의 삶과 문화 (3) 민족 문화를 지켜 나간 조선'과 연계되기도 하고, 어려운 용어들은 따로 풀이가 잘 되어 있으니 학습 내용과 역사 속 인물의 지혜롭고 용기있는 삶과 연결시켜 생각해 보는 의미있는 시간을 가져보길 바랄게요. (*)

※ 청어람주니어 《조선 최초의 수렴청정 정희왕후》출간 기념 이벤트

1. 《정희왕후》를 구매하시는 분께 한복 카드(색상 랜덤, 포인트 차감)를 드립니다.



한복 카드(색상 랜덤, 포인트 차감)를 드립니다.

2. 《정희왕후》 독후 활동지를 드립니다. (출판사 블로그에서 다운로드 가능)


https://m.blog.naver.com/juniorbook/222961047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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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의 편지 숨 쉬는 역사 14
윤자명 지음, 김주리 그림 / 청어람주니어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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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의 완연한 가을날을 기다리는 이때, 1979년 10월 부마 항쟁을 기억하게 하는 작품을 만났습니다. 청어람주니어에서 펴낸 '숨 쉬는 역사' 시리즈 열 네 번째 책 《시월의 편지》입니다. 이 책은 '2022년 중소출판사 출판콘텐츠 창작 지원 사업 선정작'이기도 합니다.

알게 모르게 우리 곁에 숨 쉬고 있는 옛사람들의 이야기를 소곤소곤 들려주는 '숨 쉬는 역사' 시리즈 가운데 어느새 다섯 권을 읽어봤는데요. 이번 작품 또한 역사 이야기를 풀어내는 동시에 그 배경이 되는 지식을 본문 사이사이 적절한 이미지와 문헌으로 1970년대 시대상을 보여주는 구성이 알차고 탄탄해요.




글_윤자명

대학에서 국문학을 공부하였고, 제17회 MBC 창작동화대상 공모에서 장편 동화 대상을 받으며 작가가 되었어요. 재미와 감동이 담긴 책을 욕심내며 오늘도 즐거운 이야기를 고민하고 있어요. 아르코문학창작기금을 2회 받았으며, 지금까지 쓴 책으로 《조선의 도공 동이》 《하늘을 품은 소년》 《헤이그로 간 비밀 편지》 《태평양을 건너간 사진신부》 《조선의 베스트셀러, 필복전》 등이 있어요.

그림_김주리

대학에서 섬유미술패션디자인학을 공부하였고, 힐스에서 일러스트레이션을 공부한 뒤 그림책의 매력에 빠져 줄곧 그림을 그려 왔어요. 지금까지 그린 책으로 《내 몸이 왜 이럴까? 도와줘요, 테라피!》 《왜, 먼저 물어보지 않니?》 《셧다운》 《출동! 우리 반 디지털 성범죄 수사대》 《가마솥과 뚝배기에 담긴 우리 음식 이야기》 《마루와 온돌이랑 신기한 한옥 이야기》 《이레의 마지막 24시간》 등이 있어요.




우리 어린이들이 생각하기에 1979년이 아주 오래된 과거로 다가올 수 있겠지만 채 50년도 지나지 않은 때랍니다. 70년대 후반은 할아버지, 할머니의 젊은 시절이거나 부모님의 어린 시절일 수 있어요. 지금으로부터 그리 멀지 않은 시기의 이야기는 '현대사'라고 하지요.

이 책의 머리글에도 나오듯이 "1970~80년대는 격동의 시기였고, 경제적으로도 크게 성장해 가난을 벗어나던 시기였어요. 농업 중심 사회에서 산업화를 겪으며 급변하는 시대에 발맞추려니 한편에서는 부작용도 나타났다고 해요."

이 책은 지금 우리 사회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민주주의를 지키려고 애썼던 1979년 당시 부산과 마산 지역 대학생들의 반정부 시위, '부마항쟁' 을 다루고 있어요.





그때 국민학생(지금의 초등학생)이었던 명호가 부산대학교 학생인 큰형을 찾아가는 이야기 속에 역사의 큰 물결을 담았어요.

1970년대 후반은 집집마다 텔레비전이 있던 시절이 아니었어요. 동네에 텔레비전이 있는 집이 얼마 없었기 때문에 명호도 좋아하는 만화 영화나 코미디 방송을 보려면 친구네 집을 찾아가야 했어요.

여름방학이었지만 숙제도 많았고, 소를 키우는 집이었으니 매일 꼴을 베다가 먹이는 일도 해야 했어요. 지금 어린이들이 방학 때 EBS 교육방송으로 시청하는 《방학생활》처럼 그때는 《탐구생활》이라는 책이 있었어요. 주로 자연을 관찰하고 과학을 바탕으로 연구하고 답을 찾게 하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었지요.

1980년대 중반부터 졸업할 때까지 '초등학교'로 이름이 바뀌기 전에 '국민학교'에 다녔던 나의 기억에도 남아 있는 대표적인 방학숙제였어요. 개인적으로 이 책이 재미있어서 깨끗한 종이로 답안지를 만들어서 적고 붙이기까지 해서 열심히 풀었던 추억이 있어요. 어린 시절 집에 책이 많지 않았고, 긴 방학 동안 자주 심심했지만 밖에 나가 노는 걸 조금 귀찮아하던 아이였거든요. 정해진 시간이 되면 라디오로 교육방송에 귀를 기울이며 《탐구생활》을 꽤 재미있게 풀었던 것 같아요.

명호의 방학 일상이 그려지는 본문 끝에 《1970년대 여름 방학은 어땠을까?》 같은 별도의 페이지로 예전 어린이들의 방학 풍경과 방학 숙제 등이 지금과 어떻게 다른지 설명하고 있어요.






명호에게는 결혼한 큰누나, 동네에 유일한 대학생인 형, 대학생 형만큼 공부를 잘했지만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중학교 진학을 포기하고 돈을 벌기 위해 서울로 간 작은 누나까지 형제가 많았어요. 그러나 다들 집을 떠나 지내고 있는 지금은 명호 혼자 부모님과 시골 집에 살고 있었지요.

장남은 '집안을 일으킬 희망', 딸은 '살림 밑천'으로 여기는 건 그 당시 부모님들의 보편적인 생각이었어요.

6학년인 명호는 공부를 잘했던 형이나 누나만큼 공부를 뛰어나게 잘하지는 못 했어도 '우리 동네 역사 알아보기' 과제도 열심히 하고, 웅변대회에 용기있게 도전하는 아이였어요.

그런데 개학날 갑자기 담임선생님이 교체되었고, 방학 동안 '새마을 가꾸기'로 무슨 활동을 했는지 발표할 만한 내용이 없었던 명호는 반성문을 쓰게 됐어요.

1학기 때 담임선생님과 다르게 새 담임선생님은 깐깐하고 차가운 분이라 명호와 친구들의 학교생활도 긴장되고 딱딱하게 달라졌어요. 1학기 때 담임, 정준일 선생님은 가끔 매를 들 때도 속담을 곁들이며 농담도 잘하셔서 공포 분위기를 느끼지 않았는데요.





정준일 선생님은 왜 갑자기 학교에 안 나오시게 된 건지 명호는 너무 궁금했어요. 문방구 아저씨는 정준일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유신 헌법'에 대해 학생들에게 올바르게 가르쳐줘서 학교에서 쫓겨났다고 말씀하셨어요. 명호는 사회 시간에 유신 헌법에 대한 질문을 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자기 때문에 선생님이 학교에 못 나오게 된 건 아닌지 걱정이 됐어요. 좋은 선생님이셨는데,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그 실마리는 책을 끝까지 읽으면 찾을 수 있으니 꼭 완독해 보시길 바랄게요.

한편 명호의 집에서는 방학에도 학교에 남아 공부를 하겠다고 한 뒤로 소식이 끊긴 형을 걱정하고 있었어요. 서울에서 일하고 있는 작은 누나 역시 연락이 되지 않아서 명호도 걱정이 많았지요. 형의 친구 형석이 형도 명호를 통해 쪽지 한 장 남기고 사라지는 등 이상하고 걱정스러운 일들이 계속 일어났어요.



농사 일을 하다 허리를 다쳐서 힘들어하시는 아버지와 직접 형을 만나러 가던 길에 갑작스러운 사고로 팔을 다친 어머니 대신 어린 명호가 형을 찾아 부산으로 떠나게 됐어요. 여러 사람들을 만나 뜻밖에 도움을 받아가며 명호는 대도시 부산까지 무사히 도착했지만 형이 살던 집 대문은 굳게 닫혀 있었어요.

과연 명호는 부산에서 형을 만날 수 있을까요? 작품의 후반부에는 우연히 부마항쟁이 시작되는 부산 현장에 서게 된 어린 명호가 민주주의란 무엇인지 알아가는 과정이 그려지는데요. 그 안에서 아이가 만나는 인물들을 통해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노력한 수많은 사람들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어 줍니다.

지금은 당연하게 우리 사회의 바탕이자 중심으로 여기는 민주주의가 어떻게 대학생들의 반정부 시위를 거쳐 시민 항쟁으로 양상을 바꾸며 역사의 새로운 물결을 이루는지 작품 속에 생생하게 그려져 있습니다. 불과 수십년 전 벌어진 일이니 시대적으로는 얼마 지나지 않았지만 현시점에서는 낯설 수 있는 현대사를 다룬 동화는 오랜만에 읽어본 것 같아요. 멀고도 가까운 현대사를 이야기할 때 부마항쟁을 주제로 한 이 책이 거리감을 확연히 덜어줄 거라는 확신을 갖고 일독을 권합니다.(*)



※ 청어람주니어 《시월의 편지》 출간 기념이벤트

《시월의 편지》를 구매하시면

1. 책 표지가 커버에 인쇄된 포스트잇(한정수량/포인트 차감)




2. 독후활동지(청어람주니어 블로그에서 다운로드)


https://m.blog.naver.com/juniorbook/222876214932

를 드립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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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보다 더 힘센 것 더 나은 세상 1
안선모 지음, 박현주 그림 / 청어람주니어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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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어람주니어 '더 나은 세상' 시리즈 첫번째 작품 《코로나19보다 더 힘센 것》이 출간되었습니다. 《꼬마 난민 도야》 《굿바이, 미쓰비시》로 만나본 적이 있는 안선모 작가님의 신작입니다.




_안선모

느릿느릿 걸으며 기웃기웃 다른 세상 엿보기를 좋아해요. 사라져 가는 것들, 새롭게 등장한 것들을 보면 호기심이 발동해 오랫동안 관찰하여 이야기를 만들어 내려고 노력하지요. 꽃밭 가꾸기, 동물 돌보기, 음식 만들기도 좋아하지만 무엇보다 책 읽기와 글쓰기를 좋아해요.

그동안 《꼬마 난민 도야》 《엄마는 게임 중독》 《굿바이, 미쓰비시》 등 많은 동화를 썼어요. 해강아동문학상, 한국아동문학상, 방정환문학상을 수상했으며 현재 경기도 포천 산골에서 '부엉이도서관'과 안선모문학관 '책천지(冊泉池)'를 운영하며 다양한 활동을 준비하고 있어요.

그림_박현주

끄적거리던 습관이 그림 그리는 일로 이어졌어요. 차곡차곡 쌓은 습관으로, 다양한 일상을 그릴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쓰고 그린 책으로는 《와비 날다》가 있고, 그린 책으로는 《엄마, 고마워요!》 《비밀》 《다른 건 안 먹어》 《인싸가 되고 싶어》 《무지막지 막무가내 폭탄 고양이》 《소원 코딱지를 드릴게요》 《조이버스에 탑승하시겠습니까?》 등이 있어요.






4학년 혜수는 코로나19 때문에 일주일에 세 번 등교하고 있어요. 오늘은 그 주의 등교 마지막 날인 금요일이자 열한번째 생일이랍니다. 그런데 엄마는 생일 미역국을 깜빡했고, 얄미운 동생 현수는 생일인데 우유에 시리얼을 먹는다며 누나를 놀렸어요. 13일의 금요일이라 운이 좋지 않은 걸까요? 그것보다는 생일 파티나 생일 축하 노래마저 사라지게 한 코로나 19 때문인 게 맞는 것 같아요.

그래도 혜수는 답답한 원격수업보다 등교수업이 늘어난 지금이 낫다고 생각하며 학교에 갔어요. 저희 아이도 원격수업을 너무 싫어해서 하루에 일정 시간 컴퓨터 책상 앞에 앉게 하고, 배움공책을 쓰게 하느라 애먹었던 기억이 났어요.

원격수업이 답답하고 싫은 이유를 모르지 않는데, 그날그날 학교에 못 나가는 대신 학습 진도를 집에서 맞춰야 하니까 옆에 붙어앉아 원격 수업 시간표에 맞춰 해당 과목 교과서를 펴는지, 배움공책에 과제를 수행하는지, 온라인으로 제출해야 하는 평가는 잘 체크하고 완료하는지 하나하나 짚어줘야 했지요.

아이가 원격수업을 하는 동안 집안일을 하거나 TV를 보며 혼자 놀기는 미안하니 방에서 필요할 때 공부를 봐주며 책을 읽으면 되겠다, 싶었던 계획은 온데간데없이 아이는 틈만 나면 짜증을 냈고, 감시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기회를 엿보다가 방에서 기어나가는 걸 보기도 했습니다. 얼마나 하기 싫으면 저러나 안쓰럽기도 하고, 그렇게 흐트러져 있을 거면 다 때려치우라고 수학책을 확 덮어버린 적도 있고요. 우리 모녀의 흑역사입니다.



생각해보니 저희 아이도 2학년 말부터 KF94 마스크를 쓰고 다녔습니다. 3학년 개학은 6월이 되고나서야 가능했고, 4학년 때 강당이나 보건소 선별진료소에 줄을 서서 PCR 검사를 받은 것만 대여섯 차례는 되는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같은 학교 다른 학년에 확진자가 나와도 전교생이 선제 검사를 했고, 이후에는 확진자와 같은 학년 전체, 그리고 확진자의 형제, 자매와 같은 학년 전체가 검사 대상이었어요. 그러니 한 주에 두세번씩 불시에 학교에 갇히다시피 보호자 없이 아이들만 PCR 검사를 받기도 하고, 하교 직후에 전체문자를 받고 검사를 받으러 다시 학교 강당으로 모이거나 개별적으로 보건소 선별진료소로 뛰어갔던 기억도 떠오릅니다.

그쯤에서 드디어 4학년도 학년말 방학을 맞이했고, 모든 상황이 안정되었습니다, 로 끝났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저희 아이가 5학년이 되고 매일 등교, 정상수업으로 학교 생활이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가는 듯 했으나 반에서 하루에 한두 명씩 개학날부터 4월 초까지 꼬박꼬박 확진자가 발생할 때는 담임선생님의 빠른 조치와 정확한 정보(당일 확진자 인원 알림) 공유에도 매일 피가 마르는 심정이었습니다.

결국 아이 앞, 뒤, 옆자리 친구들 모두 확진이 되었고, 저희 아이는 무사히 지나왔지만 4월 중순에 아이 아빠가 확진이 됐습니다. 아빠와 격리기간까지 꾹 참고 보내고나서야 4월 말 처음으로 아이 반 학생들은 전원 출석을 기록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과정을 힘겹게 지나왔기 때문에 책을 읽는 내내 공감이 갔고, 안타깝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했어요. 지난 3년간 바이러스와 함께하고 있는 아이들도 이 책을 읽는 마음이 우리 어른들과 다르지 않을 듯합니다.



어쩌면 어른들보다 아이들 마음 속에 억울함과 서글픔이 더 쌓여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듭니다. 학교생활이 전반적으로 불안하게 흔들리며 학습 공백도 커졌고, 친구관계도 얕아질 수밖에 없었으니까요. 등교를 매일 하게 된 것도 불과 한 학기 정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하루도 마음 편히 다닌 게 아니기 때문에 아이들이 더 안쓰럽습니다.

5학년인 저희 아이는 초등학교 생활 동안 이번 학기처럼 마음고생이 심했던 적이 없었던 게 사실입니다. 몸도 자주 아팠고요.

학생 간 학습격차가 심각하게 벌어져버린 것은 물론이고 친구관계를 풀어가는 법을 학교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터득하지 못한 채 고학년이 된 일부 아이들의 이기심과 시기심은 아이들 개개인이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었습니다. 반면에 어떤 상황 속에서도 친구로 손을 잡아주는 따뜻하고 고마운 아이들도 만났습니다.

2학기가 되면 내년이면 나아질까요? 안타깝지만 코로나 19가 종식된다고 해도 코로나 시국에 비대면을 강요받고, 거리두기를 당연시하며 자라온 아이들의 공허함이 단시간에 채워질 거라고 기대할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전대미문의 바이러스보다 더 힘센 것의 가치를 보여줍니다. 혜수의 올곧은 마음이 주는 위로는 작지 않았어요.

학교측에서 필수 정보 외에는 철저히 확진자 학생 신상 비공개 원칙을 고수해도 확진자가 나왔다는 곳이 어느 학교 몇 학년 몇 반인지, 그렇다면 그 학교 학생들이 주로 사는 아파트나 다니는 학원은 어디인지, 부모가 어디서 일하는 누군지, 확진자 아이의 엄마의 친정가족의 떡볶이집이 어디라는 식의 소문이 빠른 작은 동네에 살다보니 이러다 우리 가족이 확진되면 신상과 동선을 남김없이 털리고(?) 더이상 이 동네에서 살 수가 없겠구나, 하는 생각은 공포스럽기까지 했습니다.

이 책에서도 혜수의 친구였던 은비에게 비슷한 일이 생겼죠. 중국에 계신 할머니를 뵙고 왔다는 이유만으로 따돌림을 당했다는 일 정도는 저희 아이 학교에서도 있었고, 아마 흔한 일이었을 것입니다.



실제로 맘카페나 단톡방에서 확진자의 신상정보와 동선을 빠짐없이 알고싶어 안달복달하는 어른들의 민낯도 수없이 봤고, 저 또한 중학교에서 확진자가 나왔고, 초등학생 동생이 있다는 소문에 왜 다른 초등학교와 다르게 아이 학교에서는 즉각 전수 검사를 하지 않는 건지 불같이 화가 난 적도 있었던 게 사실입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보호자도 없이 갑작스럽게 강당에 띄엄뛰엄 줄을 서서 PCR 검사를 받아야 했던 아이들이 얼마나 외롭고 두려윘을지 새삼 마음이 아파옵니다.

이타적인 성격인 혜수의 엄마도 확진자에 대한 주변 엄마들의 지나친 관심이 온당하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가족을 걱정하는 마음이 컸어요. 혜수 엄마는 수줍음 많은 혜수에게 먼저 다가와 재미있게 놀아준 소중한 친구, 은비가 중국에 다녀왔다는 이유로 접촉하지 않게 단호히 막았어요.

2020년 초를 기준으로 아마 저였어도 그렇게 했을 것 같아요. 누구도 바이러스에 대해 잘 알지 못 했고, 일상의 모든 요소가 위험하다고 여겨졌으니 말입니다.

심지어 작품 속에서 혜수의 아빠는 베트남 출장에서 오랫동안 귀국을 하지 못 하고 있어요. 혜수는 학교에서도 생일 축하를 온전하게 받지 못해 섭섭한데, 집에 아빠도 아빠의 선물도 도착하지 못 하고 있는 상황이라 가족 모임조차 이루어지지 않았어요.

혜수의 마음을 더 무겁게 하는 일까지 생긴 건 생일 다음날이었습니다. 같은 반 단짝친구 윤아와 혜수의 생일을 기념하며 약속을 잡았는데 만날 수 없게 됐거든요. 이유라도 알면 혜수도 기분이 그렇게 묘하지는 않았을텐데 윤아에게 보낸 톡이 늘어가는데도 숫자1은 사라지지 않았어요.




학교에서는 반별로 코로나 19 검사를 받으라는 전체문자가 왔어요. 혜수도 눈을 질끈 감고 난생 처음 코로나 검사를 받았어요. 음성 판정에도 반 전체가 자가격리에 들어간 것으로 미루어 짐작해보면 혜수 반에서도 마침내 확진자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컸지요. 역시나 온갖 추측과 소문들이 뒤를 이었고요. 엄마들은 사설탐정 뺨치게 추리를 내놓았어요.

이제 혜수의 자가격리가 시작됐습니다. 긍정적인 혜수는 자가격리의 좋은 점만 생각하기로 했어요.




첫째, 엄마가 방문을 벌컥벌컥 열고 들어오지 않아 좋다.

둘째, 동생 얼굴을 안 보게 되어 좋다.

셋째, 나만의 시간을 갖게 되어 좋다.

넷째...

아무리 생각해도 그다음은 생각나지 않았다.

(본문 87쪽)






혜수는 전에도 "어느 반일까? 도대체 누구일까? 설마 우리 반은 아니겠지? 우리 반이면 도대체 누구지?"라며 안절부절 못 하는 엄마에게 "엄마, 그게 뭐가 그렇게 궁금해. 누가 확진자인지는 알아서 뭐하게?"라고 되물었어요. 뭐든지 알아두면 좋고, 누군지 알아야 대처를 할 것 아니냐는 엄마의 반문은 어디서 많이 듣던(하던) 소리이기도 했습니다.

'확진자가 누군지 미리 알아두면 조심하고 대처할 수 있는 걸까?' 저도 자문해 봅니다. 바이러스가 그렇게 차단되는 정도였다면 우리 아이들까지 지금까지 고생하며 지내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밀접접촉자에게는 개별 연락이 갈 것이고, 반에서 확진자가 나왔다면 해당 반은 검사를 받고 자가격리를 거쳐 끝까지 음성이 나오기를 바라고, 확진자인 친구는 완쾌되길 기원해주면 되는 일이었는데 불안과 공포에 압도된 채 정작 코로나 19보다 힘센 무언가를 잊었던 건 아니었나 생각하게 됐습니다.

물론 코로나 19는 여전히 누군가에게 생명을 위협하는 치명적인 아픔이고, 개인 방역에 소홀히 하면 안 되는 시점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지금은 경험이 쌓이다보니 코로나 시국에서 고학년이 된 어린이들만 봐도 대개 결석하는 친구의 사유를 자세히 묻지 않고, 간혹 친구들이 무례하게 꼬치꼬치 캐물어도 담임선생님께서 '개인사정이야.' 말할 수 있도록 지도해주신 덕분에 좀더 성숙한 태도로 자라고 있습니다.

이 책의 등장인물들과 동시대를 살면서 겪은 저의 실제 경험과 책 이야기가 구분이 되지 않을 만큼 동질감을 깊게 느끼다보니 긴 이야기를 풀어놓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혜수도 학교 생활과 친구 관계를 좀더 단단하게 지켜나갈 수 있었으면 합니다. 엄마들의 걱정과 호들갑보다 늘 씩씩하게 잘해나가는 우리 아이들을 믿어요. 혜수의 선택이 어떻게 힘을 실어나가는지 끝까지 지켜봐 주시길 바랍니다. (*)



※ 청어람주니어 출간 이벤트

《코로나19보다 더 힘센 것》을 구매하시면 원형 거울과 독후 활동지를 드립니다.


https://m.blog.naver.com/juniorbook/22283370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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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로의 비밀 모자 도란도란 마음 동화 4
김경옥 지음, 신진호 그림 / 청어람주니어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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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어람주니어에서 새 그림책 《마로의 비밀 모자》가 출간됐습니다. '도란도란 마음동화' 네번째 작품입니다.

밀짚 모자를 쓰고 있는 아이와 모자 속에서 얼굴을 빼꼼 내민 작은 동물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여름의 계절감이 살아있는 나무의 초록색이 시원해 보이고요. 아이의 꼭 다물고 웃고 있는 입 모양이 비밀 이야기를 숨기고 있는 것 같아요.



글_김경옥
어릴 때 방학이면 시골 외갓집에서 자연과 더불어 놀던 추억이 지금껏 글을 쓰는 자양분이 됐어요. 낮에는 산으로 들로 다니며 식물과 곤충을 채집하고, 밤이면 부엉이 울음소리를 들으며 잠들었던 날들이 그립답니다. 요즘 생물 다양성이 줄어드는 것을 안타까워하다가 필리핀 여행 중 보았던 안경원숭이에 대한 이야기를 쓰게 됐어요. 안경원숭이는 지구의 모든 영장류 중 제일 연약하고 작대요. 멸종 위기에 처한 영장류가 많다는데, 정말 심각한 일이지요. 마로 같은 미래의 주인공이 사라져 가는 동식물들을 잘 지켜 주기를 바라며 이 이야기를 썼어요.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공양왕의 마지막 동무들》《세 장의 욕망 카드》《가짜 뉴스를 시작하겠습니다》《불량 아빠 만세》《꽃밭 속 괴물》등 수십 권의 개인 창작집이 있습니다.

그림_신진호
파란 하늘과 에메랄드빛 바다, 신비로운 식물들로 가득한 보홀섬으로 훌쩍 떠나 보고 싶어요. 한 손에는 스케치북을 들고 두 눈 크게 뜨고 안경원숭이들도 찾아보고요. 저는 다양한 책들에 그림을 그려요. 《우리는 벚꽃이야》《여름맛》《다와의 편지》《창덕궁 꾀꼬리》《퓨마의 오랜 밤》《난민 말고 친구》《그냥 베티》등의 책에 그림을 그렸어요. 네이버 그라폴리오에서 '심플 라이프'라는 제목으로 일상의 소중함과 인생의 아름다움을 담은 그림을 연재 중이에요.






표지를 넘기면 안경원숭이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있는 지면이 있어요. 안경원숭이를 직접 본 적은 없지만 멸종 위기 동물이라고 하니 좀더 눈여겨보게 되었습니다. 사진도 찾아봤어요. 작은 몸에 큰 눈, 귀엽기도 하고 겁이 많아 보였습니다. 이 그림책은 멸종 위기 동물에 대한 관심을 모으기 위해 만들어졌군요.


"동식물의 생물 다양성이 줄어들면 자연의 균형이 깨지면서 전염병이 생기는 등 인간에게도 나쁜 일이 일어난대. 사라져 가는 동물들에게 관심을 가지면 좋겠어."






필리핀 보홀섬의 마호가니 숲, 수많은 여행객들이 안경원숭이를 구경하기 위해 찾는 곳이라고 해요. 기운없이 나뭇가지에 달라붙어 있는 안경원숭이를 만지거나 쉴새없이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사람들의 모습이 그려져 있지요.

안경원숭이는 영장류 가운데 가장 작은 동물이라 몸의 크기가 10cm 정도밖에 되지 않고, 반드시 낮잠을 자야 하는 야행성이라고 하는데요. 안경원숭이 눈에는 거대한 생명체로 보일 만한 사람들이 온종일 돌아다니며 손을 대고, 카메라를 들이미는 게 얼마나 위협적으로 느껴질까요.

날마다 사람들에게 시달리며 극심한 스트레스에 지쳐가던 안경원숭이 포포와 요다 앞에 커다란 밀짚모자를 쓴 아이가 나타났어요. 안경원숭이가 보기에 마로라는 이 아이는 아무리 봐도 옷차림도 이상하고, 농장 안을 두리번거리는 행동도 수상했지요.

마로는 확실히 다른 아이들과 달랐어요. 예전에 청개구리를 키우면서 자꾸 만지고 귀찮게 해서 죽게 만든 경험이 있었고, 보홀섬으로 오면서 동물백과사전을 읽으며 안경원숭이에 대해 공부도 했기 때문에 안경원숭이들을 함부로 만지거나 괴롭히지 않았거든요.

뿐만 아니라 안경원숭이 친구들에게 아주 놀라운 계획도 늘어놨어요. 별처럼 반짝이는 눈으로 들려주는 이야기들에 안경원숭이 친구들도 마음이 움직였고요.




마로의 계획에 함께하기 위해 안경원숭이 친구들에게 필요한 건 무엇이었을까요? 마로와 안경원숭이들의 표정을 보니 꽤 신나는 일이 생길 것 같아 앞으로 펼쳐질 일들에 기대가 생겼어요.

마로의 멋진 계획과 커다란 모자에 숨어 있는 비밀을 끝까지 따라가 보세요.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우리 곁에 살고 있는 동식물들과 어우러져 본 기억을 간직하고 있다면, 이 여름에도 만들어가고 있다면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을 때 분명히 마로처럼 미소를 짓게 될 거예요.


그림책을 몇 번 보고나서 관련 기사를 좀더 찾아보니 안경원숭이는 멸종위기종으로 매우 철저하게 관리하며 보호되고 있다고 해요. 그렇기 때문에 질병에 걸리거나, 천적에게 피해를 입는 경우는 드물지만 성격이 무척 예민해 스트레스로 죽는 경우가 오히려 많다고 합니다.

몸집이 작고, 스트레스로 생명에 위협을 느낄 만큼 예민한 데다가 야행성인 동물을 관광 코스에 선보이는 것 자체가 심각한 폭력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안경원숭이가 처한 문제 상황을 인식한다고 해도 관광지에서 카메라를 들거나 희귀한 동물을 직접 보고 만지고 싶은 것 또한 자연스러운 마음이기 때문에 소수의 관리, 보호 인력을 제외한 사람들과는 거리두기를 좀더 엄격하게 해야 할 필요가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이미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사라져가는 동물들에 대한 작은 관심이 멸종 위기에 놓인 동물들은 물론 사람과 지구의 생명을 구하는 시작점이 될 것입니다.(*)


※ 출간 이벤트
《마로의 비밀 모자》를 구매하는 분들께 투명 부채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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