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 백제 장군 막고해는 성루에서 고구려 군대가 돌격과후퇴를 감행하는 것을 보면서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 P226
1만 5천의 병력이 선봉군이라는데, 불과 1천여 군사로 장난을치고 있는 거냐? 분명 공성전투로는 승산이 없으니까, 우리 군을 유인해 내려는 작전이겠지. 그래, 너희들 작전대로 속아주마‘ - P226
막고해는 고구려 군사들이 지칠 때까지 놔두었다가 백제 군사들을 이끌고 기습을 하듯 성문을 열고 뛰쳐나가기로 했다. 군사 3천을 동원시켜 고구려군과 맞서되, 후퇴를 알리는 징이 울리면 1천은 성문 안으로, 나머지 2천은 성 밖 좌우로 갈라져 도망치는 작전 - P226
"도망칠 때 오합지졸처럼 보이도록 해야 한다. 절대 고구려군과 맞서 싸우면 안 된다. 사상자를 최대한 줄여야만 나중에 다시 성을 되찾을 수 있다. 알겠는가?" - P227
드디어 수곡성의 북문이 열렸다. 3천의 군사가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자, 고구려 선봉군은 당황했다. - P227
수곡성 탈환 소식에 큰 힘을 얻은 대왕 사유는 군사들을 독촉케 했다. 삼군대장군으로 중군을 지휘하고 있는 고계는 휘하 장수들에게 대왕의 명을 하달했다. 찌는 듯한 무더위 속에서 군사들의 피로는 오후로 접어들수록 더욱 증폭되었으나, 지엄한 왕명을 받고 진군을 서두르지 않을 수 없었다. - P233
백제의 복병들은 머리에 황색 띠를 두르고 있어 그나마 구분이 되었다. - P235
적들을 한 놈도 남기지 말고 강으로 밀어붙여 수장시켜 버려라!" "적은 독 안에 든 쥐다! 보이는 대로 척살하라!" 백제 장수들의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겁먹지 마라! 도망치지 마라!" "적을 죽여야 내가 산다!" 고구려 장수들의 목소리도 안개의 포위망을 흔들어놓았다. - P235
언월도를 잘 다루는 고계의 솜씨는 둔중하면서도 날카롭게백제 장수의 창을 받아쳤다. 언월도가 허공을 가르면서 내는소리는 실로 공포에 가까웠다. - P237
그런데 제대로 한번 싸워보지도못하고 패배를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 그 자신으로서도 도무지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고집이 끝내 화를 불러오고야 말았구나!‘ - P241
두충은 사기의 뒤를 쫓아 말을 달렸다. 뿌드득 소리가 나도록 그는 어금니를 갈아붙였다. 사기가 고구려군의 정보를 알려주는 바람에 백제군에게 크게 당했다는 생각이 들자, 뒤늦은깨달음이 그의 가슴을 쓰리게 했다. 그런 뼈저린 후회는 복수의 칼날을 세우게 만들었다. - P245
사람 살려요! 저 벌레 같은 두충이 놈이 사람 잡네!" 똥줄이 타서 도망치면서도 사기는 흘끔흘끔 뒤를 돌아보며소리쳤다. 그럴수록 두충은 더욱 바짝 약이 달아올랐다. - P245
전쟁터에서 죽으라는 하대곤의 말은 두충을 버리고 조환으로 새롭게 태어나라는 것인데, 이제야말로 진짜 죽게 생긴 것이었다. - P247
‘두충을 버리고 조환으로 다시 태어나라‘ 두충은 그 말의 의미를 하나는 버리고 다른 하나는 살리라는 뜻으로 해석했다. ‘그래, 한 팔을 내주마. 그러나 다른 한 팔은 살려야 한다.‘ - P249
두충은 절벽으로 떨어지면서 자신의 오른손을 벗어난 칼이적장의 가슴에 정통으로 꽂히는 걸 목격했다. 그는 그 마지막장면을 기억에서 지우지 않으려고 절벽으로 끝도 모르게 추락하면서 이를 악물고 기억의 끈을 붙잡으려 안간힘을 썼다. 그기억의 끈이야말로 바로 생명을 이어주는 줄이라고 생각했던것이다. 몸이 강물로 떨어지는 순간, 그는 깜빡 정신을 잃고 말았다. - P249
발굽이 넓적하여 사막의 모래땅을 걷는 데 용이할 뿐만 아니라 등에 난 혹이 태양열을 막아주는 양산 역할을 하기 때문에웬만한 더위에도 잘 지치지 않습니다. 그래서 낙타를 흔히 사막의 배라고 부른답니다." - P254
"사막에는 짐승이 뜯어먹을 마땅한 풀이 없사옵니다. 헌데소소초라는 가시 많은 풀이 낙타의 먹이로 쓰입니다. 낙타는허기지고 목이 마르면 그 거친 풀로 배를 채워 생명을 유지합니다. 그래서 흔히 소소초를 낙타풀이라 부르기도 하지요. 낙타는 풀의 억센 가시에 주둥이를 찔려가면서도 허기진 배를 채웁니다. 가시에 찔려 주둥이에 흐르는 피까지 혀로 핥아 먹으며, 주린 속과 갈증을 해소한다고 하옵니다." - P254
그래서 소소초란 식물은 한 번 비가 내리면 그 물을 오래도록 뿌리에 저장했다가아주 아끼고 아껴가며 줄기로 조금씩 올려 보내 생명력을 유지하옵니다. 땅 위에 나온 소소초의 줄기는 키가 아주 작은데, 뿌리는 그 몇 배 이상 길다고 하옵니다. - P254
지금 고구려는 키를 낮추고 볼품없이 보이도록 하되, 뿌리를 튼튼히 하는 사막의 풀처럼 철저히 미래에 대비할 때이옵니다." - P255
"크게 다르지 않사옵니다. 다만 하느님은 높으신 분이지만백성을 계도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부처님은 우매한 백성을계도하여 하늘에 이르는 길로 인도한다는 점에서 다르다고 할수 있겠지요. 우리 고구려 백성은 곰도 믿고 호랑이도 믿지만, 궁극적으로 하느님을 믿습니다. 그러나 불교는 그 모든 것을 한마음으로 통합하여 국가의 기틀을 굳건히 하는 불국정토의 세계를 열어줄 것이옵니다." - P257
"바로 그 말씀이옵니다. 이런 왕자의 혼사가 시급한 문제이옵니다. 하루속히 후손을 보셔야만 신하들이 다른 마음을 먹못하지요. 왕계를 튼튼히 하여 국론 분열을 막고 왕권 강화를 통해 나라의 구심점을 한곳으로 모아야 합니다." 석정의 말에 대왕은 백제와의 패전 이후 모처럼 얼굴에 환한 미소가 감돌았다. - P259
"이미 백 년도 넘었사옵니다." "그렇게나 오래되었단 말이오?" "아직 고구려에 사찰은 없지만, 재가불자들의 경우 집 안에불당을 만들어 부처를 모시는 자가 많다고 하옵니다." - P264
"빈도가 탁발을 하며 두루 살펴본바로는, 불심이 5부의 대가들은 물론이고 농가의 아낙네들에까지 미쳐 있사옵니다. 만약 나라에서 불교를 공인해 줄 경우 불길처럼 번져나갈 것입니다. 이미 우리 고구려 백성들 가슴에 불성의 화톳불은 지펴져있사옵니다." - P266
"전륜성왕이란 무엇이오?" "천축의 신화에 나오는 이야기로, 통치의 수레바퀴를 굴려세계를 통일·지배하는 이상적인 제왕을 뜻하옵니다. - P267
먼저 부견은 동진을 손에넣어야만 중원을 통일할 수 있사옵니다. 그래서 동북방의 위험세력인 연나라를 먼저 쳐서 멸망시킨 것이옵니다. 만약 부견이고구려 원정에 나선다면 강남의 동진이 장강을 건너 화북을 아우름으로써 중원을 통일하려고 들 것입니다. 따라서 부견은 고구려와 우호관계를 맺고 동진을 치는 작전을 구사할 것이 불을보듯 뻔합니다. - P268
지금 고구려는 남방의 백제를 경계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신라와 친교를 맺는 것이 중요하옵니다. 그리고하루빨리 전진에 사신을 파견하여 저들의 문물을 받아들이고, 나라 기강을 바로잡는 외유내강의 정책을 펼치시옵소서." - P268
"허허, 헛! 이련의 혼사 문제 때문에 연나부에 비상이 걸린모양입니다. 나는 이번 혼사에 관여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국상께서도 방금 전에 나에게 아들이 없는 것에 대해 송구스럽다는 말을 했듯이, 나 또한 폐하께 태자로서 면목이 없을 뿐입니다. 그래서 폐하께서 결정하는 대로 따를 작정입니다. 연나부에서 이련의 배필감을 천거할 거라면 알아서들 하십시오. 나는 관여치 않을 것이니." - P272
"아까도 말했지만, 나는 중립을 지킬 것입니다. 왕손을 낳지못한 나야말로 부왕에겐 불효를 저지른 몸 아니겠습니까? 그러니 이번 왕실 혼사에는 나서지 않는 것이 도리라 생각합니다" - P273
"왕실의 격을 떨어뜨린다? 짐이 들으니 하대용 대인 일가가우리 고구려 시조이신 동명성왕을 낳은 유화부인의 부친 하백의 혈통이라 하오. 동명성왕은 고등신으로, 유화부인은 부여신으로 받들어 해마다 제사를 지내고 있질 않소? 혹시 국상은 유화부인과 같은 혈통을 너무 가벼이 여기는 것이 아니오?" - P275
이번 국혼에서 연나부를 배제하려는 것은 권력과 연관이없는 가문에서 왕자비를 간택함으로써 왕권을 강화하려는 목적도 갖고 있었다. 그것을 모르지 않는 연나부 세력들은 일대위기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이는 단순한 국혼의 문제가아니라 계루부와 연나부, 왕권과 신권의 대결었던 것이다. - P276
그러나 정작 왕자비로 추대하겠다는 소진 낭자의 이야기보다는 연나부의 권력을 어떻게 유지하느냐에 골몰하고 있었다. - P279
가만히 귀 기울여 들어보니, 자신을 왕자 이련과 정략적으로 혼인시키려는 것이었다. 아버지 역시 외동딸인 자신을 권력에 이용하려는 데 동조하고 나섰다는 사실이 도무지 믿기지않았다. - P279
소진은 어머니가 일찍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아버지 밑에서외동딸로 자라났다. 그래서 아버지만 믿고 따랐는데, 그 믿음이 깨지면서 왠지 슬프고 억울하고 한스러웠다. - P279
고국천왕 시절 우씨 왕후는 연나부우소의 딸이었다. 고구려 5부 중 연나부가 왕후를 배출하기 시작한 것은 바로 고국천왕 때의 우씨왕후부터였다. - P282
우씨 왕후는 이때부터 연나부 세력을 키워 신권을 강화해나갔다. 그리하여 연나부를 든든한 배후로 두고 권력의 핵심으로 부상했으나, 고국천왕과의 사이에 자식이 없었다. 대왕보다기가 세어 정권을 좌지우지한 왕후였지만, 자식을 낳을 수 없는 석녀였던 것이다. - P283
형사취수제속이 있었다. 즉 형이 죽으면 아우가라는형수를 책임져 데리고 사는 제도로, 고구려를 비롯하여 부여·흉노 선비 등 주로 기마유목민족들에게 내려오던 혼례 풍습이었다. - P284
원래 고구려의 형사취수제 속에서는 부인이 죽을 경우 첫째 남편 곁에 묻히는 것이 순리였다. 그런데 우씨 왕후가 동생인 둘째 남편 곁에 묻히자, 당시 고구려 사회에서는 이상한 풍문까지 떠돌았다. 어느 여자 무당에게 고국천왕의 혼이 나타나이르기를, 우씨왕후 일로 부끄럽기 그지없으니 자신의 묘당앞에 나무를 심어 가려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 P285
우씨왕후 사후에도 연나부 세력은 권력을 좌지우지했다. 따라서 동천왕 다음의 중천왕과 서천왕의 왕후 모두가 연나부에서 나왔다. 그 권력이 태자 구부의 태자비에까지 이어졌는데 - P285
"예, 맞습니다. 그 지역에 살던 돌궐족들이 알탄이라고 한 데서 유래되었는데, 알탄은 바로 황금을 뜻하는 말이라고 합니다. 높은 산지 도처에 금맥이 묻혀 있는데, 그 금 알갱이들이 계곡물에 씻기면서 모래와 함께 섞여 흘러내립니다. 그래서 그 지역 사람들은 땅굴을 파서 금을 캐내기보다는 모래에서 쉽게 - P290
왕실에 많은 도움을 주어야 할 것이야. 이번 국혼을 치르고 나면 이런 왕자의 위상이 크게 달라질 것이고, 왕실이 안정을 되찾으면 고구려의 기강도 바로 서게 된다. - P291
여기에 또한 백제와의전쟁에서 서남방의 땅을 회복하게 된다면, 서해와 발해만을 통해 산동까지 해로가 열릴 것이다. 우리 상단도 이젠 초원로를통해 서역의 문물을 받아들이고, 해로를 통해 저 중원과의 교역도 활발하게 진행해야만 하지 않겠느냐? - P291
언젠가는 이련 왕자가 왕위를 이어받을 날이 오겠지. 그때를 대비하여 우리는부지런히 재화를 비축해 두어야 한다. 우리 고구려를 강국으로만들려면 군사력만 키워서 될 일이 아니다. 당연히 군사력을키우려면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므로, 경제력이 뒤따라주지 않으면 안 될 것이야." - P291
연화를 위해서다. 이제 왕자비가 되면 궁궐에서 많이 외롭고 힘들 것이다. 물론 하가촌에서 부리던 여종이 따라가기는하지만, 간혹 네가 위로를 해드려야 할 때도 있을 것이다. 뿐만아니라 연화의 신변에 위험이 닥칠 일도 생길지 모르니, 그때를대비해 너를 보내는 것이다. 이런 왕자의 무술사범이면서, 동시에 연화의 호위무사 노릇까지 해야 한단 말이다. 알겠느냐?" - P299
서북방의 위협이 사라져 남쪽 진출을 도모할 것이다. 고구려는신라와 우호적인 반면 우리 백제와는 적대 관계에 있다. 지금고구려는 군사적으로 약한 듯이 보이나 아직도 북방의 너른 땅을 갖고 있으며, 우리와 인접한 나라이므로 가장 위협적인 존재다. 따라서 고구려를 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선 요서지역의안전을 위해서는 강남의 동진과 우호관계를 맺어 부견 세력을북방에 묶어둘 필요가 있다. - P301
그리하여 화북의 전진이 더 이상요서지역을 넘보지 못하도록 한 연후에 고구려의 평양성을 치는 게 순서다." - P301
"쇠는 아주 오래, 자주 두드릴수록 강해지는 법이라 뜨거운 불에 달궜다가 찬물에 식힌 후 망치로 때려 단련을 해주어야 하지요. 극과 극을 자극시켜 날카로운 긴장감을 주는 면에서는 사람이나 쇠가 다 같은 이치 아니겠소? 사람도 행불행을 겪으며 온갖 고생을 해야만 심신이 단련되어 강해지는 법이지요. - P305
태자 수는 대장간을 세우고 흉노유민들로 하여금 거기서 강철검을 만들게 했다. 대장간이 들어선 곳엔 곧 집단이주한 흉노족의 마을이 형성되었고, 그들은 수년에 걸쳐 강철로 된 병장기를 생산해 백제군을 무장시켰다. - P308
이에 자신감을 얻는 대왕 구는 가야를 정복하기 위해 원정군을 출정시켰다. 이때 그는 태자 수와 함께 원정군을 이끌고한성을 떠나 서남쪽으로 진군했고, - P308
백제가 가야 7국과 마한 지역을 평정하는 데는 장군 목라근자의 공이 매우 컸다. - P309
대왕의 명을 받들어 태자 수는 흉노 출신 대장장이에게 특별히 부탁하여 만든 칠지도를 왜왕에게 보냈다. - P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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