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련이 핵탄두 미사일을 플로리다에서 불과 140여 킬로미터 떨어진 쿠바로 몰래 들여오려 한 사실을미국이 알게 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상황은 순식간에 악화되었다. - P13
처음에는 외교적 차원의 경고 발언 정도로 시작되었다가 점차 미국의 쿠바섬 봉쇄, 미국과 소련 양측의 군사 동원 그리고 쿠바 상공을 정찰하던 미국 U-2정찰기 격추를 포함해서 몇 차례 아슬아슬한 충돌로까지 이어졌다. 팽팽한긴장감이 감돌았던 13일간의 위기의 정점에서 케네디는 사태가 결국 핵전쟁으로 끝날 가능성이 3분의 1에서 절반 정도 된다고 생각했음을 나중에자신의 동생 로버트에게 털어놓았다. 그 이후로 전쟁 가능성이 그보다 더컸던 때를 찾아낸 역사가는 없었다. - P13
케네디는 자신이 처한 상황이 얼마나위험한지를 충분히 알고 있었으면서도, 게다가 사실상 자신의 선택들이 핵전쟁을 포함해서 전쟁의 위험을 증가시키는 선택임을 스스로 알면서도 그런 선택을 계속해서 반복했다. - P13
데프콘2 상태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전폭기에 몸을 실은 독일과 터키 조종사들은 핵무기를 탑재한 채로, 소련 내의 목표 지점에서 두 시간도채 떨어지지 않은 지점의 상공을 날고 있었다. 핵무기에 대한 전자 잠금 장치가 아직 개발되기 전이었기 때문에 사실상 조종사가 모스크바로 날아가서 핵폭탄을 떨어뜨려 제3차 세계대전을 시작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물리적, 기술적 장치가 없는 상황이었다 - P14
인간사를 다루는 철학자, 법학자, 사회과학자들을 내내 괴롭혀온 주범이 바로 그 원인의 복잡성이다. 전쟁이 어떻게 해서 발발하게 되는지를 분석할 때 역사학자들은 주로 가까운 원인들 또는 즉각적인 원인들에 초점을맞춘다. 제1차 세계대전의 경우에는 합스부르크의 프란츠 페르디난트 FranzFerdinand 대공의 암살이나, 러시아 군대를 움직여 주요 세력과 맞서기로 한차르 니콜라이 2세의 결정이 그 예다. - P15
만약 쿠바 미사일 위기가 전쟁으로이어졌다면, 가장 가까운 말단 요인은 소련 함장이 자신의 잠수함이 가라앉게 생긴 사태를 수수방관하고 있는 대신 핵 어뢰를 발사하는 결정을 내린 일이나, 터키 조종사가 핵을 탑재한 전폭기를 모스크바를 향해서 모든그릇된 선택을 한 일일 수 있다. 물론 전쟁이 일어나는 데는 가까운 촉발 요인이 결정적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역사학의 창시자는 피를 보게 만든 가장 명백한 요인들이 정작 전쟁을 촉발시키는 훨씬 더 중요한 근본 원인을 가린다고 믿었다. - P15
투키디데스는 우리에게 전쟁을 촉발시키는 직접적인 사건더 중요한 것은 그 기저에 놓여 있는 구조적 요인들이라고 가르쳐준다. 이구조적인 요인들은, 만약 이런 조건들이 없었다면 적절하게 처리할 수 있었을 사건들을 예측불능의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게 하고 급기야는 상상을초월하는 결과를 낳게 만든다. - P16
고대 그리스의 역사학자 투키디데스는 국제관계학에서 가장 자주 인용되는 문장을 하나 남겼다. "전쟁이 필연적이었던 것은 아테네의 부상과 그에 따라 스파르타에 스페든 두려움 때문이었다." - P16
투키디데스는 기원전 5세기에 자신의 조국인 도시국가 아테네가 휩싸였던 충돌, 즉 펠로폰네소스 전쟁에 관해 썼다. 이 충돌은 고대 그리스 땅전체를 거의 집어삼켜버리기에 이른다. 그 자신 군인이었던 투키디데스는 마테네가 당시 그리스의 지배 세력이었던 병영 도시국가 스파르타에 도전한는 모습을 직접 지켜보았다. - P16
펠로폰네소스 전쟁의 발발 요인을 두고 이런저런 설명들이 시도되었지만, 투키디데스는 곧장 문제의 핵심을 파고들었다. ‘아테네의 부상과 그에 따라 스파르타에 스며든 두려움에 주목한 그가 밝혀낸 것은 역사상 가장 파국적이고 가장 수수께끼 같은 전쟁들을 야기한 제일 원인이었다. - P17
그에 따르면 당사국들의 직접적인 의도가 무엇이든, 새로 부상하는 세력이 지배 세력을 대체할 정도로 위협적일 경우에 그에 따른 구조적 압박이 무력 충돌로 이어지는 현상은 예외적이라기보다는 차라리 법칙에 가깝다. 이런 일은기원전 5세기 아테네와 스파르타 사이에서 그리고 1세기 전 독일과 영국사이에서 일어났으며, 1950년대와 60년대의 소련과 미국 사이에서도 일촉즉발의 상황을 만들어냈다. - P17
갈등이 있기 전, 반세기가 넘는 기간 동안 아테네는 눈부신 문명의 첨탑으로 우뚝 솟아올랐다. 철학, 연극, 건축, 민주주의 역사학 그리고 해군력까지, 아테네는 그때껏 태양 아래에서 볼 수 있었던 그 어떤 것도 능가하는 차원으로 이 모든 요소를 다 갖추고 있었다. 아테네의 급속한 발전은, 당시 펠로폰네소스 지역에서 지배 세력으로서의 위치에 점점 더 익숙해져가고 있던 스파르타를 위협하기 시작했다. 아테네인들의 자신감과 자부심은 점점 커져갔고, 그와 더불어 존중받고 싶은 마음과 새로운 세력 현실을 반영하여 질서가 재편되기를 기대하는 마음도 함께자라났다. 이런 반응은 뭔가 달라진 어중간한 상황에서 누구나 보이기 마련인 자연스런 반응이라고 투키디데스는 우리에게 말한다. - P17
미국과 중국 역시 두 가지 진실만 제대로 새긴다면, 전쟁을 피할 수 있다. 우선, 지금 궤도에서 수십 년 안에 미국과 중국 간에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그냥 있기만 한 것이 아니라, 지금 인식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높다는사실이다. 실제로 역사적 경험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그렇지 않을 가능성보다 더 높다. 게다가 우리가 위험을 과소평가한다. 면 위험은 더 커질 것이다. 만약 베이징과 워싱턴의 지도자들이 지난 10년간 해왔던 대로 행동한다면 미국과 중국은 결국 전쟁을 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 P20
두 번째로, 전쟁은 필연적이지 않다는 사실이다. 역사를 살펴보면 주요 지배 세력들이 전쟁을 벌이지 않고도 경쟁 세력들과, 심지어 자신들의자리를 위협하는 세력들과도 관계를 잘 조종해나갈 수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실패뿐만 아니라 그런 성공 사례도 오늘날의 정치가들에게 많은 가르침을 준다. 조지 산타야나 George Santayana가 지적했듯이, 역사로부터 교훈을 얻는 데 실패한 자들만이 그 역사를 되풀이하는 벌을 받는 법이다. - P21
경제 발전 덕분에 중국은 만만치 않은 정치적, 군사적 경쟁자로 변해가고있다. 미국은 냉전 기간 내내 소련의 도발에 어설프게 대응했던 전력이 있는데, 이 때문에 펜타곤에 이런 표어가 붙을 정도였다. "진짜 적을 만나게 된다면 우리는 심각한 곤경에 처하게 될 것이다." - P19
중국과 미국 간의 경쟁은 중국이 ‘책임감 있는 이해 당사국‘이 되는 순간 자연스레 사그라지리라는 헛된 미망에서 깨어나야 한다. 특히, 나의 동료였던 새뮤얼 헌팅턴 Samuel Huntington이 ‘문명의 충돌‘이라고 부른 저 유명한 현상에서 이미 그런 사실이 설명된 적이 있다. 그에 따르면, 중국과 미국두 나라의 역사적 괴리는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닌데, 가치 및 전통이 서로근본적으로 다른 두 세력 간의 화합이 훨씬 더 달성하기 힘든 목표이기 때문이다. - P23
오늘날 종종 발생하는 남중국해, 동중국해, 사이버 공간에서의 대결에서부터 통제 불능 상태까지 가버리곤하는 무역 갈등에 이르기까지, 이런 일들이 미국과 중국의 군인들이 서로를 죽이는 시나리오로 전개되기는 무서울 정도로 쉽다. 겉보기에는 이런 시나리오 가운데 어떤 것도 별로 실현 가능성이 없어 보이지만, 우리가 합스부르크 대공 암살이나 쿠바에서 흐루쇼프가 행한 핵 모험의 의도치 않았던 결과들을 떠올려본다면 ‘가능성이 낮다‘와 ‘불가능하다‘ 사이에 놓인 틈이 얼마나 좁은지 다시 생각하게 된다. - P23
전쟁을 하지 않고 이관계를 제대로 유지해나가기 위해서는 두 정부가 주 단위로 정상급 수준의관심을 지속적으로 이어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런 노력에는 1970년대에미중 관계를 재확립했던 헨리 키신저Henry Kissinger - 저우언라이 회담이후로는 찾아보기 힘들었던 깊이 있는 상호 이해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 P24
투키디데스의 함정을 피하려면 생각하기 힘든 것을 기꺼이 생각할 줄알아야 하며 상상하기 힘든 것을 기꺼이 상상할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만결국 역사의 포물선을 구부려놓는 길 외에는 다른 방도가 없다는 사실을우리 모두가 깨닫게 될 것이다. - P24
아테네인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여러분은 잘 모릅니다. 그들은늘 새로운 일을 생각해내느라 분주하고 그 일을 재빠르게 실행합니다. 그들은 계획을 세웁니다. 그러나 그 계획이 성공하기가 무섭게, 그 성공은 다음에 하게 될 일에 비하면 아무 일도 아닌 것이 되어버리지요. _투키디데스, 코린토스 대사가스파르타의회에서 연설, 기원전 432년잠에 빠져 있는 중국을 깨우지 마라. 중국이 깨어나는 순간온 세상이 뒤흔들릴 테니._나폴레옹 1817년 - P27
잠시 주저하다가 나는 ‘딥 슬리퍼deep sleepers‘에 관해서 알아낸 게 좀 있냐고 물었다. 정보국은 외국에 나가 살게 될 몇몇 개인들과 은밀히 관계를맺어서 그들로부터 정보를 얻는데, ‘딥 슬리퍼‘는 그들을 지칭하는 은어다. - P28
그들의 핵심 임무는 외국에서 살면서 경제적으로 성공하여 그 나라의 문화와 사람들과 정부를 충분히 이해하는 것이다. 정보국은 눈에 띄지 않게 그들이 직업상 하는 일을 도와주고 그들은 정보국의 요청이 있을 때마다 그나라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장래에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은지에 관해서 자신들의 솔직한 생각을 전한다. 정보국의 요청은 아마 10년에한두 차례 정도로, 그렇게 잦지는 않다. - P28
현재의 중국 지도자들은 가까운 미래에 지금 아시아에서 가장 큰 영. 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미국의 자리를 차지하는 데 진지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가? 최강국이 되기 위한 중국의 전략은 무엇인가? •중국이 자신들의 전략을 펼치는 데 주된 장애물은 무엇인가? 만약 중국의 목표가 성공을 거둔다면 아시아 이웃 국가들에게 어떤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인가? 그리고 미국에게는? • 중국과 미국 간의 충돌은 필연적인가? - P29
그들의 핵심 임무는 외국에서 살면서 경제적으로 성공하여 그 나라의 문화와 사람들과 정부를 충분히 이해하는 것이다. 정보국은 눈에 띄지 않게 그들이 직업상 하는 일을 도와주고 그들은 정보국의 요청이 있을 때마다 그나라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장래에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은지에 관해서 자신들의 솔직한 생각을 전한다. 정보국의 요청은 아마 10년에한두 차례 정도로, 그렇게 잦지는 않다. - P30
내가 리에게서 얻어낸, 새 CIA 국장에게 가장 도움이 될 만한 통찰은 중국의 궤적에 관한 가장 불편한 질문을 다루는 부분이다. 중국의 극적인 변화가 세계 힘의 균형에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리는 날카롭게 답했다. "중국이 세계 균형을 뒤흔드는 정도를 말하자면, 세계가 새로운 균형을찾지 않을 수 없을 정도다. 이제 더 이상 중국이 그저 또 하나의 덩치 큰행위자에 불과한 척 그냥 넘어갈 수는 없게 되었다. 중국은 역사상 가장 큰행위자이기 때문이다." - P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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