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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팬 ㅣ 보물창고 세계명작전집 3
제임스 매튜 배리 지음, 프란시스 던킨 베드포드 그림, 원지인 옮김 / 보물창고 / 2014년 6월
평점 :
얼마 전, 영화배우 로빈 윌리엄스가 세상을 떠났다. 다양한 영화에서 꽤 매력있는 역할들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던 로빈 윌리엄스.
이 책 <피터팬>을 들었을 때, 로빈윌리엄스가 먼저 떠올랐다. 영화 [후크]에서 피터 역을 맡았던 로빈 윌리엄스를 보면서, 실로
피터팬은 그와 같을 수도 있겠다는 상상을 했으니까. 하지만 영화 속 그의 모습을 떠올리며 읽어 본 <피터팬>은 조금은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이 책은 시작 전 <피터팬>의 저자 제임스 메투 배리에 대한 이야기부터 싣고 있다. 제임스 메튜 베리는 어린 시절부터
스토리텔리에 능했다고 한다. 그런 그에게는 형제자매가 9이나 더 있었는데 그 중 어머니의 특별한 사랑을 받던 형이 사고로 죽게 되자, 그의
어머니는 극심한 충격을 받고 우울증에 시달리게 됐다고 한다. 그는 그런 어머니를 위해 형의 옷을 입고, 형의 행동을 흉내 내며 형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노력했고, 심지어 그는 형이 죽은 나이인 열세살 무렵부터는 자라지 않아 평생 150센티미터 남짓한 키로 살아야 했다고 한다. 그랬던
그의 인생은 얼마나 외롭고 쓸쓸했을까? 그래서 그에게서 영원히 자라지 않는 소년 '피터팬'과 어른들이 없는 '네버랜드'가 탄생 되었던 것이다.
이런 배경에 대해 알게 되니 왠지 모르게 '피터팬'이 더욱 짠하고, 애틋하게 느껴졌다.
피터팬과 함께 네버랜드로 날아갔던 웬디와 존, 그리고 마이클.
소설 첫부분에서는 웬디의 어머니와 아버지에 대한 묘사가 꽤 긴 부분을 차지하는데 동화 속에 전혀 알지 못했던 웬디 아버지의 나약함과
하나하나 계산기를 두드리는 구두쇠 같은 모습. 그리고 그런 남편과 아이들을 아울러 안을 수 있는 따뜻한 어머니의 모습 등. 아버지와 대조적인
어머니의 모습이 후에 아이들이 네버랜드로 돌아가 모두의 엄마가 된 웬디에게서 잘 나타난다.
책 속에서 '네버랜드는 저마다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라며 존과 마이클, 웬디의 네버랜드에 대해 이야기가 나온다. 그리고 '우리도
그 곳에 간적이 있다. 지금도 파도 소리를 들을 수는 있지만, 더 이상 그 곳에 배를 댈 수는 없다.' 란 글이 나오는데...
과연 나의 네버랜드는 어땠을까? 안타깝게도 어른이 된 탓인지, 아니면 꿈에도 생각해 본 적 없는 상상력이 부족했던 내 어린시절
탓인지, 나만의 네버랜드는 전혀 기억이 없다. 이런 아쉬움은 아무래도 우리 아이들에게 <피터팬>을 읽어주고 나서 각 자만의 네버랜드를
상상해보는 걸로 대신해봐야겠다.
피터팬을 따라 네버랜드로 향해 날아가는 아이들이 날아가면서 먹을 것을 새들에게 낚아 채는 장면, 그리고 해적 후크와 결투를 벌이는
장면들은 사실 우리 아이들이 읽기엔 좀 잔인하기도 하고, 그 서사적인 면이 이해하기 어렵기에 아이들을 위해 각색된 <피터팬>에서는
빠져 있지 않나 싶다.
웬디와 피터 사이의 키스를 말하는 장면에서는 성인이 되고 싶은 웬디의 마음과 아직은 어른의 시계를 이해하지 못하는 피터의 갈등 구조가
책 속의 긴 묘사를 읽으면서 잘 이해할 수 있었다. 또, 시간 개념도 없고, 방금 전의 일도 자주 잊는 피터의 모습에서는 조금 실망스럽기도
하거니와, 거들먹 거리 좋아하는 피터팬의 모습은 나에겐 무척 새롭기도 했다. 또한 아이들에게 읽어주던 피터팬 속의 결말은 아이들이 부모의 품으로
돌아오면서 끝이나지만, 사실은 웬디의 딸 제인이 그리고 제인의 딸 마거릿이 계속 적으로 피터와 함께 네버랜드로 날아가 봄맞이 청소를 해준다는
열린 결말을 읽으면서 아이들이 만나는 동화 역시 이렇게 열린 결말이라면 좀 더 상상력을 키워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또한
웬디의 엄마 달링 부인이 네버랜드에서 함께 돌아온 아이들을 입양하겠다고 하고, 피터팬 역시 받아주려고 하나 이를 거부하는 피터팬의 모습과 더불어
매년 웬디를 잊지 않고 찾아오겠다던 피터팬이 웬디를 잊어버리고 찾아오지 않는 동안 웬디는 이미 성장하여 결혼하고 아이를 낳았다는 것을 알게 된
피터팬의 좌절하는 모습을 보며 작가의 마음 속 갈등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도 있었다.
책을 덮으면서 '네버랜드'는 실재가 아닌 상상 속의 섬이야~! 라고 아이들에게 말해줬던 내가 아차 실수를 했구나 싶었다. 네버랜드는
상상 속의 섬이지만 어쩌면 어딘가에 있을 수도 있고, 또 아이들이 잠든 사이 우리 아이들에게 피터팬이 찾아 올 수도 있다고 바꿔 말해줘야겠다.
아이들도 어른이 된 언제가는 알게되겠지만 그 어른이 되기 전까지는 자신만의 네버랜드를 꿈꿀 수 있도록... 어쨌거나 <피터팬>을 읽는
동안 잠시 동심으로 돌아갈 수 있었으며, 즐거운 상상으로 네버랜드를 그려볼 수 있어 참 좋았던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오랜 세월동안 많은
이들에게 읽혀진 명작에 새롭게 감동하는 계기가 된 것 같다. 시간이 닿을 때마다 내가 그 동안 알고 있었지만 각색되고, 짧아졌던 명작들을 다시금
하나 하나 읽어 볼 생각이다.
내가 알지 못했던 작품 속의 세계와 주인공들을 하나하나 새롭게 그려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