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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셀피한다 고로 존재한다 - 가상의 시대, 셀피가 말해주는 새로운 정체성
엘자 고다르 지음, 선영아 옮김 / 지식의날개(방송대출판문화원) / 2018년 9월
평점 :
절판
아무리 복고가 하나의 트랜드로 유행하는 시대라 하더라도 디지털 시대를 거스를 수는 없다. 모든 것을 기록하고자 찍어대는 우리의 ‘셀피’는 우리의 존재방식을 바꾸고 새로운 삶을 향해 빛의 속도로 달려가기 때문이다. 디지털 기술을 통해 맞이하게 된 현 시기를 이 책의 저자 엘자 고다르는 ‘셀피’ 단계라 명명하는데 사전을 찾아보니 이 말은 셀카(셀프카메라)와 관련이 있다. 저자는 ‘에고의 초상화’로 번역되기도 하는 셀피현상을 통해 디지털 기술이 가져온 삶의 변화를 8가지 혁명으로 설명하고 가상의 시대에 생각해볼 수 있는 새로운 정체성 체득에 대해 심도 깊은 이야기를 전개해나간다.
언제 어디서나 연락 가능한 상태가 된 우리는 ‘네트워크’라는 이름을 가진 새로운 연결 방식에 환호한다. 몇 번의 클릭만으로 시·공간에 접속하여 지금-여기에 놓일 수 있기 때문이다. 예전처럼 인내하며 기대하거나 예측할 필요가 없어졌다. 연애편지를 써서 우체통에 넣고 답장이 올 때까지 기다리는 한 남자를 생각해보면 금방 이해가 간다.
자신을 촬영하고 소셜 네트워크에 올리는 행위는 무엇을 의미할까? 자아는 항상 자기 동일적인 것(이것이 정체성이다)으로 체험되고 자기 성찰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이제는 ‘좋아요’ 개수를 세면서 자신에 대한 확신을 '기다린다.' 저자는 이것을 주체 없는 주체성, 즉 자기 확신에 어려움을 느끼는 주체성이라 말한다. 셀피는 우리가 자신의 이미지를 창조하고 지배하는 것 같은 전능함의 표현이다. 게다가 누군가에게 전송되고 게시되기 때문에 수신자와 발신자 사이에 지속적인 노출/관음의 관계를 추구하게 된다.
게다가 매번 사진을 찍기 위해 무언가를 연출하거나 삶을 중단하는 것은 우리를 삶으로부터 멀어지게 한다. 틀어진 관계를 만회하기 위해 간 음식점에서 연인을 앞에 두고 실내장식과 매번 나오는 요리를 찍어대는 여자를 상상해 보라. 저자는 “인생을 꿈꾸는 데 시간을 쏟을수록 실제적으로 삶을 살 수 있는 시간을 줄어든다는 것을 잊지 말자‘고 말한다. 자신의 주체성을 향한 강렬한 방식인 이 셀피는 얼굴도 실체도 없는 소셜 네트워크상의 타인을 향한 것으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은 ‘좋아요’에 불과하다. 이로 인해 가중되는 고독은 우리를 절망에 빠뜨린다.
저자는 이러한 변화들이 아직 시작단계라고 말한다.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것은 중요한 것은 디지털 자아(가상의 자아)를 실재의 자아와 함께 주체의 기능에 통합시키는 것이다. 이것은 ‘타자’의 존재에 대한 성찰을 요구한다. 디지털 시대에 가장 우려되는 문제는 현실에서 인간관계의 깊이를 잃어버린 것 같은 느낌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의 삶을 지탱해 줄 새로운 공동 가치의 원칙을 설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저자는 애타주의, 시민정신, 가상 세계의 윤리를 구축하는 일에 대해 관심을 가지라고 촉구하면서 가능한 지점들을 설명한다. 이것이 제2의 르네상스를 맞이하게 된 우리가 새로운 주체의 탄생을 준비하면서 무기력에 빠지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