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센디어리스
권오경 지음, 김지현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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핍스 빌딩이 무너졌다. 연기가 신의 숨결처럼 솟아올랐다. 정적이 뒤따랐고, 승리감에 찬 무리의 함성이 이어졌다. 와인잔들이 부딪치며 전쟁의 빛을 번뜩였다. (p.12)

 

 

윌이 기억을 더듬어 가는 방식으로 이야기가 진행되고, 윌, 존 릴, 피비의 시점을 번갈아 보여준다. 건물이 폭파되는 장면으로 시작하며 궁금증을 자아낸다.

 

 

윌은 신실한 어린 전도자였고, 신학대에 다녔지만 결국 신앙을 버렸다. 존 릴은 옳은 일을 한다고 믿었으나 수용소에 끌려갔다가 겨우 살아 돌아왔고, 종교를 만든다. 피비의 아버지는 L.A.에 교회를 세웠고, 피비는 신앙심이 전혀 없었다.

 

 

피비는 방황하고 있다.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걸 자신의 잘못으로 여긴다. 남의 고통을 들어주고 흡수해서 고통을 잊고 싶었다. 윌은 신앙을 잃고 방황했지만 학교를 옮겨 착실히 살고 있다. 부유한 친구들 사이에서 형편이 좋지 않다는 것을감춘다. 피비와 윌은 서로 가까워진다. 

 

나는 고통을 먹었어요. 눈물을 마셨고요. 충분히 섭취하면 내 고통과 눈물을 담을 자리가 없어질 것 같았거든요. (중략) 내가 나타나면 사람들의 얼굴이 밝아졌고요. 내가 그 빛을 굴절시킬 수 있으니까, 되돌려줄 수 있으니까 좋아하는 거였죠. (p.106)

 

 

녹스허스트를 배경으로 주인공 셋은 만나게 된다. 존 릴은 피비의 아버지와 아는 사이라며 피비에게 접근하고, 존 릴의 모임에 초대받았을 때 피비는 윌을 데려간다. 

 

신앙심이 깊었지만 종교를 버린 윌은 광신도가 된 피비를 이해하려고 굉장히 노력한다. 

 

 

전반적으로 어둡고 모호한 분위기이다. 저자는 ‘신을 믿는다는 게 뭔지 아는 사람들과 아예 모르는 사람들’의 양쪽 세계를 모두에게 보여주고 싶었다고 한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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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거 앨런 포 단편선 윌북 클래식 호러 컬렉션
에드거 앨런 포 지음, 황소연 옮김 / 윌북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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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흥미진진하지만 너무도 끔찍해서 소설의 소재로는 적합하지 않은 주제들이 있다. 단순한 낭만주의자라면 불쾌감이나 혐오감을 주겠다 싶어 어김없이 피하게 되는 것들 말이다. (p.383)

 

 

호러 컬렉션 세 권 중 가장 읽고 싶었던 책이다. 보들레르, 코넌 도일, 에도가와 란포 등 다수의 작가에게 영향을 준 ‘공포문학의 대명사’ 에드거 앨런 포. 

 

단편 25편은 전반적으로 으스스하고 기괴하다. 배경, 인물의 모습, 성격, 내면까지 묘사가 생생하고 내용 또한 흥미롭다. 

 

 

이야기 초입부터 빠져들었다. 대부분 단편의 주인공은 ‘나’로 기묘한 경험을 풀어내고 결말이 궁금해지게 만든다.

 

 

「윌리엄 윌슨」 

나와 이름이 같고 생김새마저 비슷한 윌슨. 둘 사이엔 은근한 기싸움이 이어진다. 나는 오래전에 계획한 못된 장난을 실행하려고 밤늦게 그의 방으로 찾아간다. 

 

나와 이름이 같은데! 내 걸음새와 목소리, 버릇, 태도를 집요하게 쓸데없이 흉내 내더니만! 조롱 어린 모사를 그리 습관처럼 실행한 결과가 지금 내 눈앞의 이것이란 말인가? (p.74)

 

 

「미라와의 대화」  

온전한 상태의 미라가 발견되고, 몇몇 사람들이 연구를 위해 모인다. 조심스럽게 관을 여니 더 작은 관이 들어있다. 몸뿐만 아니라 정신도 보존된 미라와 대화가 시작된다.

 

“나는 당신이 오래전에 죽은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p.259)

 

 

「붉은 죽음의 가면극」

‘붉은 죽음’은 치사율이 높은 끔찍한 역병이다. 프로스페로 대공은 영지 내에 건강하고 유쾌한 지인 천 명을 데리고 수도원에 은둔한다. 은둔한지 대여섯 달이 되어갈 때 성대한 가장무도회를 여는데….

 

 

실제로 일어나기 어려울 것 같은 현상을 세세하게 표현하고 있어 반신반의하며 읽었다. 공포스러운 이야기들이 어떻게탄생했는지 작가 소개에서 조금 짐작할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 또다시 읽고 싶은 책이다.

 

 

그러나 친부모의 부재, 양부와의 불화, 경제적 궁핍과 아내와의 사별 등 그의 전 생애에 걸친 불행과 방황은 끊임없이 그를 괴롭혔다. (작가 소개 中)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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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도어 프라이즈
M. O. 월시 지음, 송섬별 옮김 / 작가정신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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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고맙다고 말하고 싶은 사람은 시간을 들여 이 책을 읽어준 당신입니다. 우리의 삶은 시간으로 이루어져 있는데당신은 그 시간을 내게 좀 빌려준 거죠. 잊지 않겠습니다. (감사의 말 p.504)

 

 

즉석사진 부스처럼 생긴 기계에서 당신의 DNA를 측정해 ‘인생의 가능성’과 신체와 정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알려준다. 값은 고작 2달러. 

 

 

‘디어필드’라는 작은 마을에 불쑥 나타난 기계에 사람들은 관심을 가지고, 테스트 결과에 따라 변화를 겪는다. 디엔에이믹스라고 불리는 기계는 마을의 일상 풍경을 바꿔버릴 정도로 파급력이 커진다.

 

자신의 가능성을 믿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누군가에게는 삶에 활력이 생긴다. 현재 삶에서 벗어날 용기가 없는 누군가는 오히려 우울해진다.

 

 

더글러스와 셰릴린 부부, 피트 신부, 행크 시장, 제이컵과 트리나 등 다양한 인물이 등장한다. 가족 간의 사랑과 갈등, 새로운 우정, 소중한 사람을 잃은 상실감, 질투와 복수 등 다채로운 이야기가 얽혀있다.

 

 

마법 같은 순간은 일상 곳곳에 숨어있다. 새로운 삶을 꿈꾸면, 현재의 소중함이 흐려질 수도 반대로 얼마나 소중한지 새삼 느낄 수도 있다. 이 소설은 이런 다양한 ‘가능성’을 환기시킨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을 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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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천천히 오래오래 소설, 잇다 1
백신애.최진영 지음 / 작가정신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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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실린 백신애의 소설은 작가의 생애 마지막 작품들로, 세상이 함부로 떠들었던 이혼과 고통스러운 투병의 시간을통과하면서 발표된 것이다. (p.244)



‘소설, 잇다’ 시리즈의 첫 번째 책. 백신애 작가의 소설 세 편과 최진영 작가의 소설 한 편, 에세이 한 편을 한 권의 책으로 만날 수 있다. 해설은 작가와 작품, 그리고 작품 간의 연관성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광인수기」

얼굴도 모르고 결혼한 남편은 나를 존중하고 아끼고 사랑한다. 시댁의 온갖 수모에도 남편을 믿고 버티며 산다. 아이 셋을 키우고 집안일을 하고 남편이 감옥에 드나들어도 꾹 참으며…. 그런데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일이 일어난다. 



「혼명에서」

S와 운명처럼 여러 번 마주치고, 나는 ‘연애 이상’의 감정을 느낀다. S가 다시 만나자고 한 봄까지 어떻게든 건강을 회복하려고 의지를 불태운다. 아직 봄이 오기 전 비극적인 소식이 들린다.



「아름다운 노을」

열일곱에 결혼하여 열여덟에 아이를 낳고 스무 살에 미망인이 된 순희. 열여섯 살 아들을 큰집에 양자로 보내고, 친정이 종가인 외동딸 순희는 재혼을 해야 한다. 


동생 뒷바라지를 하느라 아직 혼자인 성규는 순희에게 구혼한다. 성규는 찻집에서 우연히 마주친 순희에게 동생 정규를소개한다. 화가인 순희는 그리고 싶은 욕망을 자극하는 이상적인 얼굴의 정규에게 온 마음을 뺏긴다. 정규는 아들보다 세살 많다.


아름다운 두 개의 영혼이 불꽃같이 타버리고 말고자 하는 이야기를 이 푸른 언덕 위 구부러진 소나무 아래서 핏빛같이 붉은 노을에 젖으며 나는 들었다. 그리고 울었더니라. (p.111)



「우리는 천천히 오래오래」

편의점과 펍에서 일하는 정규의 걱정과 불안은 현실적이라서 씁쓸하다. 정규와 순희는 이야기 나눌 기회가 생기고, 어느덧 둘 사이에 사랑의 감정이 흐른다.



「절반의 가능성, 절반의 희망」

백신애 작가의 작품들을 최진영 작가의 글로 다시 돌아본다. 「아름다운 노을」과 「우리는 천천히 오래오래」의 주인공 이름이 ‘순희’와 ‘정규’로 같고 설정의 유사함을 알 수 있었다.




1930년대 작품에서 짧은 생을 살다간 백신애 작가의 애환이 고스란히 전달된다. 최진영 작가와 ‘이은’ 이유를 알 것 같다. 두 작가의 작품들을 통해 성별을 나누고 이익을 따지기보다 서로 잘 어우러질 수 있는 세상을 꿈꿔본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을 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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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 신박한 정리 - 한 권으로 정리한 6,000년 인류사
박영규 지음 / 김영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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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많은 세계사 책이 서유럽 중심의 유럽사와 중국사에 치우친 걸 발견한다. 균형감 있는 역사를 다루기 위해 유럽, 중동, 인도, 중국의 역사를 균등하게 정리하고, 그 주변의 역사까지 담았다.

 

 

‘원시시대, 고대, 중세, 근세, 근대, 현대’ 시대 구분법에 따르면, 아시아 문화권은 노예제가 남아있던 19세기까지 고대가이어진다. 봉건제를 시행한 적이 없어서 중세도 없다. 석기, 청동기, 철기 등 생존 도구를 기준으로 삼으면 경제나 정치적인 부분을 다루기 어렵고 시대 구분이 모호하다.

 

 

이 책은 동서양을 아우르고 역사를 심층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경제활동을 중심으로 시대를 구분했다. 

 

채집시대(산업제로시대) → 농업시대(1차산업시대) → 공업시대(2차산업시대) → 상업시대(3차산업시대) → 지식시대(4차산업시대)

 

 

대개 유럽의 역사에서는 서로마가 멸망하기 전까지를 고대라 부르고, 서로마 멸망부터 르네상스가 일어난 시기인 15세기까지 약 1,000년을 고대와 근대의 가운데라고 해서 중세라고 한다. 또 중세와 근대 사이, 즉 르네상스와 산업혁명 사이의 300년을 근세라고 부른다. 말하자면 농업시대를 고대와 중세, 근세로 구분한 셈이다. (p.340)

 

 

인물과 사건 등 주요한 정보 위주로 세계사를 요약하여 설명한다. 인도, 중동, 동로마 부분을 유심히 읽었다. 학생일 때 배웠던 내용도 간간이 생각나고, ‘신박한 정리’로 전반적인 세계사 흐름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어 유익하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을 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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