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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천천히 오래오래 ㅣ 소설, 잇다 1
백신애.최진영 지음 / 작가정신 / 2022년 12월
평점 :
이 책에 실린 백신애의 소설은 작가의 생애 마지막 작품들로, 세상이 함부로 떠들었던 이혼과 고통스러운 투병의 시간을통과하면서 발표된 것이다. (p.244)
‘소설, 잇다’ 시리즈의 첫 번째 책. 백신애 작가의 소설 세 편과 최진영 작가의 소설 한 편, 에세이 한 편을 한 권의 책으로 만날 수 있다. 해설은 작가와 작품, 그리고 작품 간의 연관성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광인수기」
얼굴도 모르고 결혼한 남편은 나를 존중하고 아끼고 사랑한다. 시댁의 온갖 수모에도 남편을 믿고 버티며 산다. 아이 셋을 키우고 집안일을 하고 남편이 감옥에 드나들어도 꾹 참으며…. 그런데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일이 일어난다.
「혼명에서」
S와 운명처럼 여러 번 마주치고, 나는 ‘연애 이상’의 감정을 느낀다. S가 다시 만나자고 한 봄까지 어떻게든 건강을 회복하려고 의지를 불태운다. 아직 봄이 오기 전 비극적인 소식이 들린다.
「아름다운 노을」
열일곱에 결혼하여 열여덟에 아이를 낳고 스무 살에 미망인이 된 순희. 열여섯 살 아들을 큰집에 양자로 보내고, 친정이 종가인 외동딸 순희는 재혼을 해야 한다.
동생 뒷바라지를 하느라 아직 혼자인 성규는 순희에게 구혼한다. 성규는 찻집에서 우연히 마주친 순희에게 동생 정규를소개한다. 화가인 순희는 그리고 싶은 욕망을 자극하는 이상적인 얼굴의 정규에게 온 마음을 뺏긴다. 정규는 아들보다 세살 많다.
아름다운 두 개의 영혼이 불꽃같이 타버리고 말고자 하는 이야기를 이 푸른 언덕 위 구부러진 소나무 아래서 핏빛같이 붉은 노을에 젖으며 나는 들었다. 그리고 울었더니라. (p.111)
「우리는 천천히 오래오래」
편의점과 펍에서 일하는 정규의 걱정과 불안은 현실적이라서 씁쓸하다. 정규와 순희는 이야기 나눌 기회가 생기고, 어느덧 둘 사이에 사랑의 감정이 흐른다.
「절반의 가능성, 절반의 희망」
백신애 작가의 작품들을 최진영 작가의 글로 다시 돌아본다. 「아름다운 노을」과 「우리는 천천히 오래오래」의 주인공 이름이 ‘순희’와 ‘정규’로 같고 설정의 유사함을 알 수 있었다.
1930년대 작품에서 짧은 생을 살다간 백신애 작가의 애환이 고스란히 전달된다. 최진영 작가와 ‘이은’ 이유를 알 것 같다. 두 작가의 작품들을 통해 성별을 나누고 이익을 따지기보다 서로 잘 어우러질 수 있는 세상을 꿈꿔본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을 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