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가게 재습격

빵가게 재습격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9월

너무 오랜만에 보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 약간 붕 뜬 기분이 들면서도 현실 주변을 맴맴 도는 것 같으면서도 해학적이라고 생각하면 한도끝도 없고 진지하다고 생각해도 또 나름대로 한도끝도 없는. 아리송한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들. 뭔가 대단한 이야기가 나올 것 같다가도 그저 마지막 장에 가서는 피식 웃게 만들고, 또 그저그런 시시콜콜한 이야기같다가도 한 문장 문장에서 비범함이 돋보인다.


여섯가지 단편을 모아놓은 이 얇은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얘기는 '패밀리 어페어'. 이십 삼년을 함께 지내온 여동생이, 약혼자가 생긴 이후로는 묘하게 변하더니 결국 잔소리를 해대고 자신에게 대하는 게 예전같지 않고 그래서 이건 좀 아니지 않나, 싶은 와중에 마침 그 약혼자도 완전 마음에 안드는 상황인거지. 그런데 또 그 약혼자는 집안도 괜찮고. 자신과는 다르게 완전 바르게 자란 것 같고. 또 사람이 보면 볼 수록 (손재주도 좋은것이) 괜찮은 사람인 것 같기도 하다. 알고보니 집안도 꿀리지 않고 부모님이라는 사람들도 모두 점잖고 괜찮은 사람인것 같아 보이는 게지 흠흠. 여튼 그런 상황에서 술먹고 잘 모르는 여자와 시간을 보내다가 잔뜩 찌들어서 들어 온 주인공(오빠)을 기다리고 있던 여동생과의 대화가 기가 막힌다. 뭐 기가 막힐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참 와닿더라.


"왠지 모르지만 때때로 무서워, 미래란 거."
"좋은 면만 보고 좋은 것만 생각하면 돼. 그러면 아무것도 무섭지 않아. 나쁜 일이 생기면 그 시점에 생각하면 되는 거야."
"그렇지만 그렇게 잘될까?"
"잘되지 않으면 그 시점에 다시 생각하면 돼."


그렇지. 미리부터 걱정하고 무서워한다고 그 걱정거리가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생겼어야 할 나쁜일이 안생기는 건 아니니까. 모든 게 잘 안될거라고 생각해도(혹은 잘 될거라고 생각해도) 무조건 그렇게 일어나지는 않을테니까. 좀 특이하고 이상해보이긴 해도 (또 너무 심하게 솔직하긴해도) 오빠라는 사람이 참  말을 잘한다. 긍정적이기도 하고. 하긴. 그 성격이 긍정적이니까 그럭저럭 여자관계든 남매관계든 유지해나가는 거리라


음 그리고 이거 말고 또 무슨 이야기가 있었더라. 아 맞다. 일주일치의 일과를 짧은 단어들로 짤막하게 적어놓았다가 그 단어들을 보고나서 일주일치를 하루만에 몰아서 쓰는 남자 이야기. 그런데 그 단어가 참 .뭐랄까 충격적이라고 해야하나, 반전이라고 해야하나, 아니면 무지 기발하거나 (쪼금 오바하자면) 그 기발함만 가지고 생각해본다면 가히 천재적이기도... 그 바람불던 날(그러다가 갑자기 아무렇지도 않게 바람 한 점없이 괜찮아진날 = 여자친구가 굴 전골 재료와 눈가리개를 가지고 집으로 놀러 온 날)의 단어는 다음의 세 가지 였음.

1. 로마제국의 붕괴
2. 1881년의 인디언 봉기
3. 히틀러의 폴란드 침입

도대체 이 알쏭달쏭한 3가지 메모를 가지고 도대체 어떤 일기를 쓸 수 있을까. 아니아니 그 보다도, 도대체 집 안에서 어떤 일들을 겪어야  저런 류의 메모가 나올 수 있을까. 그건 책 본문을 보면 안다.

 
여튼 시종일관 시크하면서도 센스와 위트가 넘치는 하루키 특유의 개그가 돋보였던 작품.

 

 

인상깊었던 구절

목요일에 나는 여자친구와 잤다. 그녀는 눈가리개를 하고 섹스하는 걸 아주 좋아했다. 그래서 그녀는 언제나 비행기의 오버나이트 백에 들어 있는 천으로 된 눈가리개를 가지고 다닌다. 내가 특별히 그런 취향인 것은 아니지만, 눈가리개를 한 그녀가 몹시 귀여웠기 때문에 거기에 대해 아무런 이의가 없었다. 어차피 인간은 모두 어딘가 조금씩 다르게 마련이다.  (p.155)

아빠를 빌려드립니다

아빠를 빌려드립니다 - 백수 아빠 태만의 개과천선 프로젝트
홍부용 지음 / 문화구창작동 / 2010년 8월

전체적으로 드라마. 단막극같은 이야기라고 할까?

천천히 전체적인 상황이나 등장인물 소개로 처음에는 이루어지다가

아빠의 말도 안되는 행실을 고발하면서 아영이와 아영 엄마의 생활이 안쓰럽다가

갑자기 아영의 엉뚱함으로 인해 아빠 렌탈사업을 하면서 이야기 국면이 정점으로 접어들더니

점차 아빠를 필요로 하는 타인들의 가짜 아빠 노릇을 하다가

결국에는 진짜 아빠노릇을 제대로 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또 그렇게 마음도 변해가면서

훈훈하게 마무리하는 이야기.

길지는 않고 그냥 2시간짜리 단막극을 본 기분으로 2시간만에 다 읽었다.

 


처음에는 아빠를 빌려드린다니, 이게 도대체 무슨 해괴망칙한 이야기인가 했더니

9살난 아영이가 학교에서 하는 재활용하는 프로그램에서 선생님이

"나에게는 쓸모없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쓸모 있을지 모를 물건을 가져오라"는 말에 냅다

아빠를 데려가게 되고,

그런 아영의 아빠를 보고 진태가 뿅가게되고,

또 그런 진태가 알고보니 아빠가 매일 방바닥에서 배 두들기면서 봐왔던 홈쇼핑의 잘 나가는 쇼호스트

아빠의 이상형이었던 미연의 아들이라는 걸 알게되면서,

이야기는 점점 흥미진진해져간다.

 

그런데 내가 정말 보는내내 소설이라기보다는 조금은 자극적이고 뻔한 스토리일수도 있는

단막극스럽다고 한 데에는(아아 그렇다고 단막극 그 자체를 비하하는 건 전혀아닙니다)

이유가 있다.

너무 등장인물들이 틀에 박혀있다고 해야하나?

그 소재자체는 신선할지도 모르겠지만, 사실 필요없는 아빠를 다른사람에게 빌려준다라,

그렇게 특이하지는 않을 소재일지도 모르겠고, 또 지지리 책임감없는 아빠라는 인물과

아빠를 빌려주는 건 정말 아무것도 아니고

<니모를 찾아서>를 감동깊게 본 아영이가 갑자기 집안의 금붕어들을 몽땅 변기에 넣어 흘러보내려하고

또 <아이스 에이지>를 감명깊게 본 아영이가 병아리를 냉동실에 얼리는 것도

아아아. 진짜 이 책에는 제정신 박힌 인물이 한 사람도 안나오는 것 같다. 아니 뭐 제정신까지는

아니더라도 좀 평범하다고 해야하나? 여튼 전부다 어쩜 그렇게 특이한지!

20대인지 뭔지, 우주엄마? 걔도 진짜 특이함. 막 10살정도 차이나는 태만에게 아빠! 하면서

징그럽게 팔짱끼고 달라붙는것도 나는 막 털이 쭈삣쭈삣 서더라 ㅋㅋㅋ

 


마무리가 해피엔딩이라서 좋았는데

생각해보니까 이런 식으로 흘러가는 이야기가 해피엔딩이 아니라면 뭐겠는가 허허허

해피엔딩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오늘부터는 이제 <대책 없이 해피엔딩> 봐야겠다 냐하

여튼 특이한 이야기.

 

 

- 책 속 밑줄긋기 -

누군가가 연애를 한 회의 에피소드의 나열로 끝나는 단막극에,

결혼을 끝이 없는 네버엔딩 스토리 같은 막장 연속극에 비유했던 것이 떠올랐다.

젠장, 이 얼마나 적절한 비유인가.　(p.74)

 

"세상 살다 보면 용서받지 못할 정도로 나쁜 놈이 있잖아.

그런 나쁜 놈은 진짜 나쁜 놈이라 상종을 하지 않으면 돼.

그런데 약한 놈들이 문제더라고.

천성적으로 약한 놈들은 문제가 생기면 도망가기 바쁘니까……."　(p.136)

 

이런 게 진짜 아빠와 가짜 아빠의 차이가 아닐까?

진짜 아빠는 자기가 싫은 거 싫다고 다 내뱉을 수 있다. 그러나 가짜 아빠는 그럴 수 없다.

오히려 아이가 싫다고 하는 걸 다 받아줘야 한다. 적어도 태만은 그렇게 생각했다.

"괜찮아. 아저씬, 괜찮아."　(p.217)

사랑받을 권리

사랑받을 권리 - 상처 입은 나를 치유하는 심리학 프레임
일레인 N. 아론 지음, 고빛샘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0년 7월

상처 입은 나를 치유하는 심리학 프레임.

사랑받을 권리

 

 

사랑받을 권리. 내 스스로에게서 사랑받을 권리가 있는데 왜 그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내 안에 숨어있는 '못난 나'만을 부각시켜 사람들과의 깊은 관계 맺기를 하지 못한 채 항상

순위만 매기기에 바쁘고 트라우마에 사로잡혀, 못나게 구는지 . . .

나 자신의 모습을 차근차근 되새겨보고, 내게 숨어있는 나조차도 인식해내지 못했던 부정적인 모습을

수면 밖으로 끄집어내어, 작은 습관 하나하나 지적받고 또 그렇게밖에 할 수 없었던 자신의 모습에 대해

되새겨보고, 위로받고, 또 치유해나가는 과정을 가이드해 줄 책. 사랑받을 권리.

 

전문적인 용어를 과하게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왠지 전문가로써의 신뢰를 주게 만드는

작가의 이야기 전개가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책을 읽는내내 나 스스로가 자가 테스트를 해볼 수 있도록, 책 중간 중간에서도 독자가 책을 보면서

펜과 종이를 가까이두고 하나씩 체크해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실제로 작가가 자신이 직접

환자를 카운슬링하는 것과 마찬가지고 독자와 교감을 하려고 노력한다는 게 왠지 너무 와닿고 좋았다.

(하지만 사실, 본인은 출퇴근길에 주로 이 책을 읽었던 지라, 제대로 따라하지는 못했음, 켁)

정말 작가의 이야기 전개에 집중하면서 체크해나가면 나 자신의 성향을 제대로 알고,

뿌리부터 치유해나갈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랄까. 정말 그랬다.

 

특히 개인적으로는 트라우마에 관한 이야기에 관심이 갔다.

과거, 어린시절이든 아니면 다 큰 성인기였든간에 상관없이 과거에 겪었던 일이 나에게 심리적으로

큰 영향을 끼쳐, 피부밖에 생채기를 내는 것과 마찬가지로 내 마음에 상처를 입히고

그것이 그것과는 전혀 상관없는 그 이후의 일에도 자꾸만 영향을 미치게 되는,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사람은, 본인 스스로 어린시절의 경험이나 트라우마를 지나치게 확대해석하지 않으려고 애쓰거나

크게 의미부여하지 않고 과장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작가는 이야기한다. 하지만 우리의 문제는

대부분의 과거를 지나치게 과장하는 것보다 지나치게 과소평가하는 데서 나온다는 사실이다.

사람의 성향에 따라 같은 경험을 했어도 그것이 심리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차이가 있을 수 있거나,

거의 평균적으로, 일반적이거나 혹은 드물지만 충분히 겪을 수 있을만한 트라우마에 대해

어린시절과 성인기로 나누어 여러가지 경험 또는 문제로 예시를 들고 있는 부분이 있다.

성인기에 겪을 수 있는 일반적인 트라우마를 예를 들자면 다음과 같다.

 

　■ 가까운 친구나 애인에게 배신당한 경험

　■ 이성에게 번번이 거절당하거나 입사 시험에서 번번이 떨어진 경험(반복적으로 거부당한 경험)

　■ 파산 또는 수년간 빚에 시달린 경험

　■ 가까운 인물의 심각한 질병 또는 죽음

 

그리고 흔치는 않지만 심각한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트라우마의 예 몇가지를 들자면 다음과 같다.

 

　■ 타인의 죽음을 목격하거나 본인이 죽기 직전까지 갔던 경험

　■ 중상모략 당하거나 괴소문의 주인공이 되었던 경험

　■ 타인의 실수로 심각한 상처를 입은 경험

 

두번째 흔치않은 트라우마의 예에서는 그나마 덜하지만, 위의 트라우마들은 정말

나 자신은 아니더라도, 주변에서, 혹은 어디서 주워들은 얘기로라도 저런 일을 겪은 사람들을

많이 봐왔을 정도로, 트라우마라고 하는 것이 그리 보기 힘들거나 드문 것만은 아님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저러한 경험들로 인해 심각한 영향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별거 아니라 생각하고

소홀하게 생각하다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이로 인한 (이런 경험과 전혀 상관이 없는 업무에서도)

다른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하게 될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처럼 트라우마에 대한설명을 하면서 우리가 이러한 트라우마를 이겨내고

'못난 나'의 모습에 사로잠혀 어디에서든 관계맺기에 당당해지고 적극적이 되고 긍정적으로 될 수 있도록

작가는 독자의 손을 조심스레 잡아 끈다.

 

여러가지의 이해하기 쉬운 예시와 상황설정, 그리고 테스트를 통하여 나 자신을 되짚어보고,

또 치유를 통하여 누구에게라도 의지하고 사랑받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더욱 더 인생에 여유롭고 정서적으로 안정적인 성인이 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성숙한 나 자신을 위한 밑걸음이 되어 줄 심리학 서적이었다.

 

 

망루

망루
주원규 지음 / 문학의문학 / 2010년 7월

처음에는 망루가 무슨 뜻인지조차도 모르고 봐서 그런지, 보도자료를 보기 전에는 어떤 내용이 어떻게 펼쳐질지 상상도 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책 전체를 모두 보고 난 후 지금은 띠지를 벗겨낸 이 책의 표지만 보아도 거대하게 솟아있는 이 빨간 망루가 어쩐지 서민들을 압박하고 감시하던 거대권력으로 . . . 아니면 힘들게 삶의 터전에서 투쟁해야 했던 이들의 붉은 피로 암시되는 것 같아서 마음이 짠해진다.

 

이 책은 전체적으로 사회적인 이슈 두 가지를 함께 내포하고 있다. 우선은 이야기가 진행되는 내내 우리 사회에서 커다란 파장을 일으켰던 모 거대교회의 세습 등으로 인한 부의 착취(라는 표현이 맞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거칠거나 부정적으로 쉽게 말하기 꺼려지는 것은 아마도. 으음)사건과 2009년 초에 일어났던 용산참사를 떠올리게 된다. 종교적인 것과 경제적인 것, 그리고 정치적인 것들이 형체를 감춘 채 한 곳에 뒤섞여 있는 이 아수라장이야말로 우리 사회의 부정적인 모습을 확연하게 보여주고 있는 듯 했다. 특히 개인적으로는 용산참사 당시에 한창 그 비슷한 단기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어서 그런지 미디어 리서치를 할 일이 있어서 면면이 파악할 수 있었는데, 정말 웃기지도 않는. (하긴, 웃기기는 커녕 눈물 펑펑 쏟아도 모자랄) 비참한 상황들이 상황 상황마다 숨어 있었다. 여기에서 더 주목할 점은, 그 참사로 인한 뒷이야기이긴 하지만 . . .)

 

이 책은 일종의 액자형식으로 두 가지 라인으로 전개가 된다. 2천년 전의 로마 제국 부패 양상은 우리 현실 속 재개발 지역 철거민들의 생존 투쟁과 맞물려 있고, 이는 거대교회의 세력을 확장시키려고 하는 욕구와 대비시켜 보여주고 있다. 세명교회의 담임목사는 교회의 확장과 함께 하나님의 왕국을 만들어보이겠다는 명목으로 시의 각종 행사들과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하여 미래시장촌을 철거시키고 복합 레저타운 및 대형 쇼핑몰을 건설하려 하는 내용이 책의 주내용을 이루고 있다. 이 과정에서 주인공인 전도사 정민우를 기점으로 교회와 미래시장촌, 그리고 그 갈등의 정점에서는 재림 예수의 등장이 있다.

 

그저 비판적이고 차갑게만 느껴지리라 생각되었던 사회소설은, 결국 왠지모를 가슴의 먹먹함과 함께 이렇게 찌든 사회에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자괴감과 씁쓸함을 남기고야 말았다.

나는 아직 어른이 되려면 멀었다 /강세형

나는 아직, 어른이 되려면 멀었다 - 청춘의 밤을 꿈을 사랑을 이야기하다
강세형 지음 / 김영사 / 2010년 7월

읽는내내 작가의 상황이라고 생각하면서 몰입해서 읽기는 하지만 에세이라고 하기는 좀 그렇고,

전체적으로 나를 위로해주고 토닥토닥 북돋아주려고 하긴 하지만 그래도 자기계발서라고 하기는 좀 많이 그렇고

중간 중간에 귀여운 일러스트나 글의 배열들을 보아하니 예전에 보았던 <1cm>라는 책을 떠올리게도 했지만

그보다는 좀 더 진지하고 와닿고 내 일상이었던 것 같기도 한 이야기들.

이 시대 청춘들의 밤, 꿈, 사랑을 이야기하는. 라디오 작가의 사연 분위기가 팍팍 나는 책.

 


사실 처음에 몇 장 읽었을 때에는 약간 비웃어가면서 유치하다고 생각하며 읽었다.

하지만 3개의 장으로 이루어진 책의 3분의 1정도를 지나갔을 때에는 이미 내가 좋다고 생각하는 문구나

와 닿은 데에 표시를 해 둔 곳이 어마어마하더라는. ...뭐야, 안좋은체 하더니 사실은 엄청나게 공감하고 있었잖아.

어쩌면 제목부터가 딱. 내 이야기인지도 모르는데 뭘.

 

하고싶은 건 많고 꿈은 원대한데, 사실 현실을 되돌아보면 시궁창에 있는 듯 힘들고 냄새나고 짜증만 난다.

하지만 그런 현실을 알고 있다고 해서 꿈이 쉽게 포기가 되느냐 하면, 그것도 아닌 것이 문제.

그렇기에 안그래도 힘든 현실에 '나는 왜 이것밖에 안될까' 하는 자학이 더해져서 더 힘들고

'그래도 할 수 있다, 힘내자'하는 자기주문으로 그나마 하루하루 버티며 살아가고 있는 게 아닐까.

작가 강세형씨도 나도, 그렇게 어제를 버텨왔고 오늘을 버티고 내일을 버티게 될 것이다.

막 여행을 다녀온 작가의 친구가 자신의 미니홈피에 멋진 바다나 자신의 모습들이 아닌 달랑,

막 펴서 널어놓은 오징어 사진을 올려놓고는 "맛있어질테다!" 라고 제목을 써놓고는

아직은 자신의 진한 체취나 맛을 갖지 못하고 있는 오징어처럼 우리도 사실은 그런 상태일 거라고.

우리도 그 오징어처럼 바닷바람과 강한 햇볕을 이겨내고 자라나, 결국 진한 체취가 묻어나오는 그런 사람이 될 거라고.

풉풉풉 비유가 너무 적절하잖아. 말랑말랑 오징어 씹고싶다 잘근잘근.

 


유독 옛사랑에 대한 그리움이나 미련에 대한 부분에 공감이 가지 않았던 건. 내가 요즘 너무 샤방한 연애를 하고 있어서겠지?

그에 비해 꿈이라든가, 부모님께 느끼는 감정, 주변인들과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에서는

정말 아무것도 아닐 수 있는 일상적인 이야기에도 울컥울컥, 해버렸으니까.

 

다 읽고 난 후의 여운보다는 읽는내내 내가 살아가고 있는 청춘에 대해 다시 한 번 돌이켜보게 만드는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