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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를 빌려드립니다 - 백수 아빠 태만의 개과천선 프로젝트
홍부용 지음 / 문화구창작동 / 2010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전체적으로 드라마. 단막극같은 이야기라고 할까?
천천히 전체적인 상황이나 등장인물 소개로 처음에는 이루어지다가
아빠의 말도 안되는 행실을 고발하면서 아영이와 아영 엄마의 생활이 안쓰럽다가
갑자기 아영의 엉뚱함으로 인해 아빠 렌탈사업을 하면서 이야기 국면이 정점으로 접어들더니
점차 아빠를 필요로 하는 타인들의 가짜 아빠 노릇을 하다가
결국에는 진짜 아빠노릇을 제대로 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또 그렇게 마음도 변해가면서
훈훈하게 마무리하는 이야기.
길지는 않고 그냥 2시간짜리 단막극을 본 기분으로 2시간만에 다 읽었다.
처음에는 아빠를 빌려드린다니, 이게 도대체 무슨 해괴망칙한 이야기인가 했더니
9살난 아영이가 학교에서 하는 재활용하는 프로그램에서 선생님이
"나에게는 쓸모없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쓸모 있을지 모를 물건을 가져오라"는 말에 냅다
아빠를 데려가게 되고,
그런 아영의 아빠를 보고 진태가 뿅가게되고,
또 그런 진태가 알고보니 아빠가 매일 방바닥에서 배 두들기면서 봐왔던 홈쇼핑의 잘 나가는 쇼호스트
아빠의 이상형이었던 미연의 아들이라는 걸 알게되면서,
이야기는 점점 흥미진진해져간다.
그런데 내가 정말 보는내내 소설이라기보다는 조금은 자극적이고 뻔한 스토리일수도 있는
단막극스럽다고 한 데에는(아아 그렇다고 단막극 그 자체를 비하하는 건 전혀아닙니다)
이유가 있다.
너무 등장인물들이 틀에 박혀있다고 해야하나?
그 소재자체는 신선할지도 모르겠지만, 사실 필요없는 아빠를 다른사람에게 빌려준다라,
그렇게 특이하지는 않을 소재일지도 모르겠고, 또 지지리 책임감없는 아빠라는 인물과
아빠를 빌려주는 건 정말 아무것도 아니고
<니모를 찾아서>를 감동깊게 본 아영이가 갑자기 집안의 금붕어들을 몽땅 변기에 넣어 흘러보내려하고
또 <아이스 에이지>를 감명깊게 본 아영이가 병아리를 냉동실에 얼리는 것도
아아아. 진짜 이 책에는 제정신 박힌 인물이 한 사람도 안나오는 것 같다. 아니 뭐 제정신까지는
아니더라도 좀 평범하다고 해야하나? 여튼 전부다 어쩜 그렇게 특이한지!
20대인지 뭔지, 우주엄마? 걔도 진짜 특이함. 막 10살정도 차이나는 태만에게 아빠! 하면서
징그럽게 팔짱끼고 달라붙는것도 나는 막 털이 쭈삣쭈삣 서더라 ㅋㅋㅋ
마무리가 해피엔딩이라서 좋았는데
생각해보니까 이런 식으로 흘러가는 이야기가 해피엔딩이 아니라면 뭐겠는가 허허허
해피엔딩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오늘부터는 이제 <대책 없이 해피엔딩> 봐야겠다 냐하
여튼 특이한 이야기.
- 책 속 밑줄긋기 -
누군가가 연애를 한 회의 에피소드의 나열로 끝나는 단막극에,
결혼을 끝이 없는 네버엔딩 스토리 같은 막장 연속극에 비유했던 것이 떠올랐다.
젠장, 이 얼마나 적절한 비유인가. (p.74)
"세상 살다 보면 용서받지 못할 정도로 나쁜 놈이 있잖아.
그런 나쁜 놈은 진짜 나쁜 놈이라 상종을 하지 않으면 돼.
그런데 약한 놈들이 문제더라고.
천성적으로 약한 놈들은 문제가 생기면 도망가기 바쁘니까……." (p.136)
이런 게 진짜 아빠와 가짜 아빠의 차이가 아닐까?
진짜 아빠는 자기가 싫은 거 싫다고 다 내뱉을 수 있다. 그러나 가짜 아빠는 그럴 수 없다.
오히려 아이가 싫다고 하는 걸 다 받아줘야 한다. 적어도 태만은 그렇게 생각했다.
"괜찮아. 아저씬, 괜찮아." (p.217)